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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도 이랬으면" 눕방 스타들도 반했다

    입력 : 2017.01.24 04:20

    일요일 밤 11시, 잘 준비를 모두 마치고 침대에 누워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취한다. 그렇다고 바로 잠이 오는 것은 아니다. 이불 속에서 네이버 V라이브를 켠다. 화면속에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 가인이 나와 똑같은 자세로 누워 조곤조곤 내게 말을 건네고 있다.

    그녀가 누워있는 곳은 어디일까. 듬성듬성 드러난 흙빛 살갗을 보니, 사람 발길을 탄 것 같으면서도 아직은 몇 사람 즈려밟지 않은 잔디밭이다. 잔디밭 한 가운데엔 보헤미안 느낌이 물씬 나는 해먹이 걸려있다. 흰색으로 감긴 주황색 스트라이프 무늬가 하늘색 바탕 해먹을 가로지른다. 가인은 푸른 이파리 무늬와 주황빛의 설명하기 힘든 무늬가 그려진 쿠션 위에 몸을 기대고 있고, 담요 서너겹이 그녀의 몸을 데우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산속 캠핑 느낌을 한층 끌어올리는 고즈넉한 램프와 함께 정열적인 태양이 그려진 빨간 마라카스(둥근 울림통 속에 작은 알갱이가 들어있는 라틴아메리카의 타악기)가 가인 옆에 놓여있다. 머리 맡엔 손때 묻은 기타와 당장이라도 흥겨운 컨트리 음악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스피커가 있다. 추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하다. 오늘 밤까지는 거뜬할 만큼의 장작더미와 모닥불이 그녀 곁을 지키고 있다.
    네이버 V라이브 눕방 가인 편. /네이버 V라이브 캡쳐

    지난해 9월 시작한 네이버 눕방은 연예인마다 다른 모습, 다른 장소, 다른 분위기의 세트장으로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연예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생방송으로 볼 수 있다는 것도 인기 요인이지만, 연예인들의 평소 취향과 그날 들을 수 있는 이야기와 맞아 떨어지는 눕방의 인테리어는 보는 이들의 눈도 즐겁게 한다. 모두가 한 번쯤은 꿈꿔봤던 내 방의 모습을 재현한 눕방 인테리어의 비결은 뭘까.

    ■컨셉트 컬러 정한 뒤 소품 채워넣어

    눕방 세트장을 꾸밀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날 방송의 주제다. 네이버 관계자는 “주제와 소주제를 모두 정한 뒤, 전체 방송톤을 감안해 그에 맞춰 컨셉트 컬러를 정한다”며 “그 뒤에 소품을 채우는 편”이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갓세븐 진영의 눕방 주제는 ‘방황’이었다. 방황이란 단어가 불러일으키는 쓸쓸한 감정에 맞게 차분하면서도 마음이 다소 무거워지는, 어두운 파란색이 세트장을 가득 채웠다.

    반면 지난 6일 ‘한줄’이라는 주제로 방송된 그룹 위너의 눕방은 밝고 따뜻한 분위기를 선보였다. 멤버들은 팬들과 공유하고 싶은 책 한 줄이나 노래 가사 한 줄을 낭독했는데, 주제에 맞게 ‘텍스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인테리어 소품이 눈길을 끌었다. 문자가 써있는 레터링 쿠션,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책장, 천장에 달려있는 쪽지들은 그들의 ‘한줄’ 감성을 잘 표현했다.

    네이버 V라이브 눕방에 출연한 갓세븐 진영(왼쪽)과 그룹 위너. /네이버 V라이브 캡쳐

    연예인들의 개인 취향이나 실제 그들이 잠들 때 모습이 세트장에 반영되기도 한다. ‘다이아’ 멤버 채연은 자신이 항상 들고 다니는 애착이불을 들고 나왔고, 배우 이준은 향초가 곳곳에 놓여있는 세트장을 소개하며 “평소에도 방에 촛불을 이렇게 켜놓고 잔다”고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팬들에게 받은 선물, 소중히 여기는 기타 등을 연예인들이 직접 들고 오기도 한다”며 “이러한 소품을 통해 인테리어에 연예인 본인의 색을 약간 더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눕방에 출연한 다이아 채연(왼쪽)과 배우 이준. /네이버 V라이브 캡쳐

    ■세트장 한번 만드는 데 3~5시간

    드라마 등 다른 방송의 경우 세트장을 한 번 공들여 만들어두면 그 방송이 끝날 때까지, 혹은 방송이 끝난 이후에도 관광 명소로 사용한다. 그러나 네이버 눕방은 매회 인테리어가 달라진다. 이 때문에 한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다.

    그러나 프로는 프로다. 그들이 세트장을 만드는 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다. 오후 11시 방송을 앞두고 보통 오후 3~5시에 세팅을 시작해 대부분 오후 8시쯤 끝나니 평균 3~5시간 정도 소요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방송 일정이 급하게 잡히거나, 주제 결정이 쉽게 나지 않을 때는 부족한 일정에 준비하느라 아쉬운 경우도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네이버 V라이브 눕방 블랙핑크, B1A4 진영, 수지편. /네이버 V라이브 캡쳐

    출연자들도 세트장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대부분 ‘내 방도 이랬으면 좋겠다’는 말을 꼭 한다는 것. 그룹 위너의 경우 방송에서 “세트장의 퀄리티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정말 대단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세트장을 한 번 꾸미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일까. 네이버 관계자는 “주제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며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했다.

    ■조회수 300만 넘어선 네이버 눕방

    ‘눕방’이라는 단어는 개그맨 이경규가 누워서 개인방송을 진행한 데서 처음 탄생했고 네이버 V라이브는 작년 9월 처음 시도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동안 V라이브를 통해 많은 연예인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과 소통해 왔는데, 그 가운데 연예인들이 자신의 공간에서 일상을 스스럼없이 공유하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 호응이 가장 좋았다”며 “연예인과 팬이 가장 편안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려 고민하다 ‘눕방’ 콘텐츠를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눕방의 인기는 방송 조회수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엑소 첸벡시 편의 경우 조회수가 300만을 넘어섰고, 블랙핑크는 74만회를 기록했다. 최근엔 아이돌 가수 뿐만 아니라 김영광, 공명, 주원 등 배우들에게도 네이버 눕방은 필수 코스가 됐다.

    왼쪽부터 네이버 V라이브 눕방 공명, 김영광, 주원 편./네이버 V라이브 캡쳐

    지금까지 총 20여편 방송된 네이버 눕방은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단계다. 시도할 컨셉도 무궁무진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재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장소에서의 촬영을 기획 중”이라고 귀띔했다. 여름에는 시원한 오두막, 또는 수영장에서 눕방을 만나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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