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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2兆 재개발 잡아라… 건설사들 살벌한 수주 전쟁

    입력 : 2016.12.05 19:19 | 수정 : 2016.12.05 20:52

    지난 2일 부산 해운대구 우동 골목길. 검은 양복을 차려입는 남성 70여명이 도열했다. 그 중 한 명이 앞으로 나가 선창을 하자, 나머지 남성들이 고함을 지르며 복창했다. "아버지~ 어머니~, 저희는 공사비가 쌉니다. 이주비도 최고로 드립니다. A사(경쟁사)에선 자꾸 거짓말이라고 소문내지만 절대~ 거짓말이 아닙니다~."

    이들은 우3동에서 추진하는 재개발 공사 수주를 위해 서울 본사에서 파견한 건설사 직원들. 입찰 경쟁이 과열되자 자사 홍보를 위해 경쟁 회사 사무실 앞에서 일종의 '시위'를 벌였다. 현재 이곳에는 GS건설·포스코건설 컨소시엄과 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3동 재개발 조합원 수가 1062명인데, 이 일대에 돌아다니는 4개 건설사 직원 수가 12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 우동의 한 주민은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다녀서 '조폭(조직폭력배)'인 줄 알았다"며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괜히 불안해하는 주민도 있다"고 전했다.

    ◇2조원대 공사 두고 '전운' 감돌아

    우리나라 대표 건설사 4곳이 '부산 혈투(血鬪)'를 벌이는 무대는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옆 '삼익비치타운'(수영구 남천동) 재건축 사업과 해운대 우3동 재개발 사업 현장. 두 정비사업 현장 공사비만도 2조원 규모에 달한다. 삼익비치타운 재건축 사업 공사비가 1조4000억원, 우3동이 6000억원가량이다.

    이 2곳에서 건설사들은 양보할 수 없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두 현장에서 시공사 선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자, 지난달 초부터 서울 본사에서 인력들을 부산으로 대거 파견했다. 경쟁이 과열되면서 직원 간 폭행 사건도 벌어졌고, 건설사 홍보 현장에 경찰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대형 건설사 한 직원은 "본사 차원에서 공사 수주팀과 마케팅팀의 경우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모든 인력을 부산으로 내려보냈다"며 "'공사 수주에 실패하면 서울로 못 돌아온다는 각오로 임해라'는 지침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상호 비방 포스터까지 나붙어

    이달 18일 시공사를 선정하는 삼익비치 재건축 사업 수주전에선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경쟁을 했는데, 현재 GS건설이 승기(勝機)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익비치 수주전이 대략 정리가 되면서 지난달 말부터는 우3동 재개발 현장(17일 시공사 선정)으로 인력들이 대거 이동해 맞붙었다. 현재 회사별로 서울 본사 직원이 100명 넘게 내려왔고, 전문 마케팅 요원들까지 각사가 200~300명씩 고용해 우3동에 투입했다.

    두 진영은 서로 비난하는 포스터를 만들어 골목마다 붙여가며 상호 비방전을 벌이고 있다. GS건설은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발표를 근거로 '대우건설 매각 확정'이라는 포스터를 골목에 붙였다. 대우건설은 GS건설의 부채비율이 높다는 것을 들어 'GS건설 부도 위기'라는 포스터를 붙여놓았다. 우동의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건설사 간 경쟁이 너무 과열돼 사고가 나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경쟁 필요하지만, 지자체에서 과열은 막아야

    지방 도시인 부산에서 건설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은 부산의 주택시장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우선 올해 전국 청약 경쟁률 상위 1~4위는 모두 부산에서 나올 정도로 분양 시장이 뜨겁다. 지난 9월 명륜동에서 공급된 '명륜자이'는 올해 전국 최고 경쟁률인 523대1을 기록했고, 부산 분양 시장에선 수시로 100대1이 넘는 경쟁률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청약시장이 과열됐지만, 정작 정부가 발표한 '11·3 부동산 대책'에선 부산이 전매제한 규제 대상 지역에서 제외됐다.

    해운대·광안리 일대는 소위 '전국구 주거지역'이어서 이곳에서 공사를 수주해 번듯하게 아파트를 지어 놓으면 브랜드도 전국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동의대 강정규 교수(재무부동산학과)는 "현재 해운대·광안리 주택 현장에서 벌어진 건설사 간의 경쟁은 소비자인 조합원들이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과열됐다"며 "조합원들이 건설사들의 브랜드 인지도, 시공 능력, 가격, 디자인 등을 차분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 단체가 나서 과열 경쟁에 경고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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