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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꿇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 이복남 서울대 교수

    입력 : 2016.10.29 09:49 | 수정 : 2016.11.11 13:36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내년이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 발전보다는 쇠락하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조선닷컴의 부동산 콘텐츠 플랫폼 땅집go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해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기획물을 연재한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③‘꿈의 다리’ 미요교

    佛 타른강 위에 지상 343m로 건설한 사장교
    에펠탑보다 23m 높아…세계 最高 다리 등극
    관광 名品 전략 성공…연 관광객 40만명 넘어
    골바람 견디고 흔들림 막는 다양한 기술 적용
    안개에 쌓여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프랑스 미요교. 2004년 12월 정식 개통했다. /출처:Foster+Partners
    2004년 12월 16일은 세계 토목사(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날이다. 바로 프랑스 남부에서 스페인을 잇는 A75번 고속도로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인 미요교(Le Viaduc de Millau)가 개통된 것이다.

    파리에서 차로 5시간30분쯤 떨어진 미요교는 툴루즈와 몽펠리에 사이의 타른(Tarn) 협곡을 가로지른다. 다리 아래를 지나는 타른강(Tarn River)으로부터 가장 높은 주탑까지 높이가 343m에 이른다. 우리나라 63빌딩(264m)은 물론 에펠탑(320m)보다도 23m 높다. 이 다리는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던 중에도 40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을 정도로 건설 단계부터 이미 관광 상품화될 가능성을 보였다.

    이 다리에 쓰인 철재와 콘크리트만 29만t에 달한다. 다리 시공에 참여한 에파주(Eiffage)는 에펠탑에 이어 프랑스 최고 높이 건축물을 두 번 연속 건설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주탑 최고 높이 343m…에펠탑보다 높아

    미요교는 주탑에서 케이블을 각각의 상판과 직접 연결해 지지하는 사장교(斜張橋·cable-stayed bridge)로 건설됐다. 사장교로는 세계에서 가장 긴 2460m에 달한다. 교각과 교각 사이 거리도 342m나 된다. 교각은 모두 7개,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교각은 지상으로부터 높이가 242m에 이른다. 여기에 높이 4.3m의 다리 상판과 케이블을 지탱하는 약 89m의 주탑이 더해지면서 교량 높이는 335m가 되고, 피뢰침과 안테나까지 추가되면서 미요교의 높이가 343m에 이르게 됐다.
    프랑스 남부 /출처:구글 지도
    미요교 상판의 폭은 32m(왕복 6차로)로 건설됐고 건설비는 4억1600만 달러(약 4715억원)가 투입됐다. 당초 예상 공사 기간은 39개월이었지만 실제로는 38개월 걸렸다.

    다리를 짓는 주목적은 길과 길을 연결해 교통난을 해소하는 것이다. A75번 도로는 지중해로 연결되는 길목에 있어 바캉스철이면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그런데 프랑스 정부는 미요교를 건설하면서 또 다른 목적도 갖고 있었다. 바로 관광 상품을 만든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미요교가 환경친화적이면서도 당분간 세계 최고 높이의 교량이 될 것으로 판단해 경관을 명품화시키는 전략이 수립됐다.

    설계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교량 전문가 혹은 설계 기술자를 선정하기에 앞서 먼저 경관 디자인을 국제 현상공모에 부쳐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모았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국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卿)이 당선됐다. 이후 교량 설계 전문회사를 선정해 디자인과 공학이 협력해 교량 설계도를 완성하도록 했다. 경관과 미관의 설계 조건은 가능한 한 주위 경관과 시야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이었다.
    미요교의 디자인을 맡은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초기에 그렸던 다리 스케치. /출처:CEVM
    ■건설 과정도 관광 상품화…“바람과의 싸움이 난제”

    발주자는 디자인을 국제 현상공모에 부치면서부터 이미 건설 과정 자체도 관광 상품화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에펠탑보다 높이를 10% 정도 높게 계획하면서 에펠탑을 건설했던 회사를 건설 계약자 그룹에 포함시켜 은근히 에펠탑과의 경쟁성을 부각시켰다. 에펠탑은 수직 탑이지만 기본적으로 교량은 수평 구조물이다. 그럼에도 에펠탑과 높이로 경쟁하려 했던 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 필요한 240m의 임시 교각도 충분히 관심을 모으는 상품이 되었다. 교각이 완성되고 나면 해체되어야 할 가시설물 높이를 이처럼 높게 했던 이유는 구경꾼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었다.
    2002년 3월부터 미요교의 교각 공사를 시작해 2003년 12월 교각이 모두 완성됐다. 출처: CEVM
    2001년 12월 시작된 미요교 공사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는 옆에서 부는 바람이었다. 세계 최고 높이이며 동시에 최고 길이인 사장교, 더구나 교각과 교각 사이가 342m씩 떨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미요교는 골짜기에 위치해 불규칙한 골바람을 견뎌야 했고, 차량 통행에 따른 불규칙한 흔들림도 어떻게 최소화시키느냐가 교량 건설 기술의 관건이었다.

    교량 상판 구조물을 240m까지 끌어올리는 인양 기술도 난제였다. 교량에 쓰일 자재 대부분은 지상에서 끌어올려야 했기 때문에 기술자들은 다양하고 정밀한 양중 공법을 여러 측면에서 검토했다.
    다리 상판 위에 세워진 콘크리트 주탑은 모두 7개이며, 주탑 1개당 무게는 700t, 길이가 87m에 이른다. 7개를 세우는데 3개월 밖에 안 걸렸다.
    ■24시간 교량 상태 확인…미세한 변화도 감지

    미요교가 완공된 후에는 교량 자체의 안전성은 물론 통과 차량의 안전성 확보도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미요교의 상판에는 500m마다 비상 전화가 설치됐다. 운전자들이 주변의 바람과 온도, 그리고 현재 흔들림 정도를 항시 파악할 수 있도록 전광판도 달았다. 지상관제센터에는 24시간 교량 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CCTV를 설치했다. 미세한 교량의 변이도 관제센터에서 감지할 수 있도록 인지 시스템도 갖췄다.

    미요교의 사업 추진 방식으로는 완공 후 75년 간 소유권을 인정하는 민간 투자 사업 방식이 선택되었다. 그런데 미요교의 완공 후 통행료에 대한 사업자와 주민 간 시비가 발생했다. 사업자가 요구한 통행료는 6유로(약 7393원)였는데, 비용에 대한 지역 주민과 통행자들의 불만이 자연스레 제기된 것이다.

    사업자측은 미요교를 통행함에 따라 주행 거리가 60㎞ 정도 단축되고 시간적으로는 평균 38분 정도 단축되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34유로(약 4만1897원)가 절감되기 때문에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맞섰다. 결국 사업자측 주장이 수용돼 통행료는 6유로로 결정됐다. 미요교의 하루 통행 차량은 2만 8000대로 집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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