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0.15 09:00
1947년 태동한 한국 근대 건설 산업이 내년이면 70주년을 맞는다. 하지만 건설 산업은 긍정보다 부정, 발전보다 쇠락의 이미지가 더 강한 게 현실이다. 조선닷컴의 부동산 콘텐츠 플랫폼 땅집go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지금까지 인류 문명과 과학 발전에 기여한 기념비적 건축물들을 발굴, 그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함으로써 건설산업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연재물을 기획했다.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①‘천사의 디자인’ 판테온
로마 원형광장에 들어선 세계 첫 돔(dome) 건축물
기원전 27년 아그리파가 건설…화재로 2세기에 재건
위로 갈수록 가볍게 설계…벽의 오목장식은 하중 지탱
천창으로 비 안들이치는 이유? 더운 공기 위로 올라가
[세상을 뒤흔든 랜드마크] ①‘천사의 디자인’ 판테온
로마 원형광장에 들어선 세계 첫 돔(dome) 건축물
기원전 27년 아그리파가 건설…화재로 2세기에 재건
위로 갈수록 가볍게 설계…벽의 오목장식은 하중 지탱
천창으로 비 안들이치는 이유? 더운 공기 위로 올라가
이탈리아 수도 로마 시내를 걷다보면 곳곳에서 역사책과 미술책에서 봤음직한 건축물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고대 키르쿠스 플라미니우스로 불리던 원형광장 부근에 있는 ‘판테온(Pantheon)’은 단연 보는 이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실제 판테온은 서양 건축사(史)를 통틀어 불후의 명작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서기 2세기에 돔과 콘크리트로 축조
판테온의 나이를 생각하면 입구에 ‘출입 불가’ 표지판이 붙을 법도 하다. 하지만 가톨릭 성당으로 사용 중인 판테온에서는 미사가 진행된다. 입장도 자유롭다. 판테온에 울리던 로마 황제의 연설은 관광객들의 감탄과 신자들의 기도 소리로 바뀌었지만, 판테온 내부로 들어서며 나누는 대화는 고대 로마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판테온은 돔과 콘크리트 등 당대의 최고 기술로 완성된 건축물이다. 기원전 27년 아그리파에 의해 건설됐다. 판테온 정면의 삼각 지붕에는 “M·AGRIPPA·L·F·COS·TERTIVM·FECIT”라고 새겨진 글이 보인다. 이것은 ‘루시우스의 아들이자 세 번의 로마 총독이었던 마르쿠스 아그리파가 지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처음 모습은 화재와 벼락 등으로 모두 소실됐다. 지금의 모습은 서기 118~128년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재건한 것이다. 3세기경에도 세베루스와 카라칼라 황제에 의해 일부 보수가 이뤄졌는데, 판테온의 벽면에 이런 보수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에 판테온은 무덤으로 사용되었는데 이탈리아의 유명 화가였던 라파엘로와 카라치가 묻혀 있고 이탈리아 왕 빅토리오 임마누엘레 2세, 움베르토 1세도 판테온에 묻혔다.
■콘크리트 돔, 고대 건축의 ‘백미(白眉)’
판테온의 평면은 직사각형의 현관과 원형의 실내로 구분된다. 정면의 현관에는 12.5m 높이의 기둥들이 줄지어 서있는데, 이 열주와 입구의 철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서게 된다.
판테온 내부는 창문 없는 두꺼운 벽체가 둥글게 감싸 안고 있다. 머리 위로는 거대한 돔이 닫혀 있다. 판테온의 돔은 19세기까지도 세계에서 가장 폭이 넓은 돔이었다. 이 돔은 판테온이 가진 건축적인 미(美), 역사성과 같은 여러 가지 탁월함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부분이다.
반구(半球) 모양을 띤 돔의 지름은 43.3m, 높이는 22m이다. 바닥에서 돔까지의 높이는 돔의 지름과 같은 43.3m이다. 아파트 1층 높이를 3m로 보면 대략 14층 높이에 해당한다. 돔의 지름과 높이는 1 대 1 비율이어서 판테온의 내부 공간은 지름 43.3m의 구가 내접하는 모양이 된다.
1800년을 유지한 이 거대한 돔에는 콘크리트가 사용됐다. 콘크리트는 내구성이 좋다. 하지만 콘크리트 돔 자체의 무게가 엄청나다. 이 때문에 콘크리트 돔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것이 건축 당시의 최대 과제였다.
돔에는 압축력 뿐만 아니라 당기는 힘인 인장력이 생기는데 특히 돔의 테두리에서 크게 작용한다. 반면, 콘크리트는 인장력에 매우 약한 재료다. 현대 건축물들은 인장력이 강한 철근을 같이 사용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철근도 없었다.
결국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 돔의 두께와 재료를 높이에 따라 다르게 한 것. 돔 하부에서 6.2m에 달하는 두께는 상부로 가면서 2.2m까지 줄어 상부 돔의 무게를 줄인다. 돔의 안쪽에는 정사각형으로 오목하게 파인 장식 면들이 있는데 이것 역시 돔의 무게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콘크리트에 배합하는 재료도 돔의 높이에 따라 달라졌다. 돔의 상부에는 시멘트 반죽에 가벼운 돌을 섞은 콘크리트를 사용했고, 돔의 하부에는 단단하고 무거운 돌이 쓰였다.
판테온은 동일 재료, 동일 구조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 공간 이상으로 건축된 것이 분명하다. 같은 방식으로 똑 같은 돔을 만든다면 지금 기술자들에게도 엄청난 난제가 될 것이다.
■“사람이 아닌 천사의 디자인”
판테온의 돔 한가운데에는 둥근 모양의 천창(天窓)이 있다. ‘커다란 눈’(오쿨루스)으로 불리는 천창은 창문이 전혀 없는 판테온 내부에 조명 역할을 하며, 우주를 상징하는 돔과 짝을 이뤄 태양을 상징한다.
특이한 점은 천창으로는 비가 들이치지 않는다고 한다. 입구의 철문을 닫으면 내부의 더워진 공기가 위로 상승해 천창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 건설 당시 돔 내부의 면에는 청동 장식들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 원형 천창을 통해 들어온 빛은 바닥의 대리석과 청동 장식 등에 반사되며 판테온 내부에 또 다른 하늘과 땅을 만들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돔의 공학적, 건축적 기술뿐만 아니라 공간이 주는 신비와 상징, 비례의 미 등을 통해 경외심을 갖게 된다. 미켈란젤로가 판테온을 ‘사람이 아닌 천사의 디자인’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판(Pan)은 그리스어로 ‘모든’, 테온(theon)은 ‘신’을 의미한다. 판테온이란 명칭은 지금도 많은 곳에서 쓰인다.
판테온의 형태와 공간을 모방하려는 건축물들이 끊이지 않았고, 판테온의 돔보다 더 큰 돔을 만들기 위한 도전도 계속됐다. 판테온의 존재는 실로 많은 세대에 걸쳐 영감을 주고 있다.
- 알프스산 2000m 뚫은 기적의 터널 강상혁 인천대 교수
- '에펠탑 꿇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이복남 서울대 교수
- 런던의 명물 거킨빌딩 '여섯 손가락'의 비밀 성유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진동·매연 어쩌고… 아우토반 위에 지은 아파트 김우영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133년째 공사 중인 '가우디 최고의 걸작' 성유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바다와 800년 사투" 20세기 최대 불가사의 구조물 박원호 기술사
- 2000년 넘게 중력만으로 버티고 서 있는 '악마의 다리' 성유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이 세상에서 가장 추악한 '철(鐵)의 괴물'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 지하 150m 아래에 지어진 스탈린의 인민궁전 이영환 건설산업硏 연구본부장
- 하루 40가지 색으로 변신하는 '총알 빌딩' 이복남 서울대 교수
- 미국의 세계 제패를 이끈 불가사의 구조물 박원호 기술사
- 3일에 1개층씩 골조 올라간 '마천루의 제왕' 성유경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미술관으로 변신한 화력발전소...매년 400만명 불러모아 박원호 기술사
- 136개의 음향판이 춤추는 '카라얀의 서커스' 이광표 홍콩이공대 연구원
-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기울어진 싱가포르의 상징 김우영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24년 대역사 끝에 완공한 세계 최장 해저터널 이복남 서울대 교수
- 여의도 18배 바다를 메운 '서해의 기적' 이복남 서울대 교수
- 130년 넘게 뉴요커 사랑받는 세계 최초 강철 현수교 유위성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건축가의 성지가 된 20세기 최고 걸작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 건들수록 기울었던 사탑, 630년만에 찾아낸 해법은... 유위성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60도 살인 더위와 96명의 희생 딛고 완공한 미국의 랜드마크 장철기 한남대 교수
- 27년 단명 왕조가 만든 세계 7대 불가사의 건물 이영환 건설산업硏 연구본부장
- 4500년을 버틴 대피라미드, 외계인설 나오는 이유 이영환 건설산업硏 연구본부장
- 102층 짓는데 불과 11개월 걸린 마천루의 아버지 성유경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모두 안된다고 한 '해저 50m' 세계 최장 터널 뚫은 뚝심 김원태 전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죽음의 땅을 옥토로 바꾼 1만리 인공 물길 김원태 전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기둥도 없이 45년째 중력과 바람에 맞서는 기이한 지붕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 "어떤 공사였길래" 2만명 넘는 근로자가 죽어간 기적의 운하 최석인 건설산업硏 실장
- 태양왕이 50년 공들인 佛 최고 건축물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 "항공모함이 부딪혀도 끄떡없는 다리" 김원태 전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죽어가던 탄광도시를 살려낸 '윙크하는 다리' 장철기 한남대 교수
- 왕비의 죽음이 낳은 인류 최고의 아름다운 건물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 하늘에서 보면 열쇠처럼 생긴 가톨릭의 보물 박철한 건설산업硏 부연구위원
- "루브르를 망친다" 프랑스가 경악했던 이 건물의 반전 성유경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스티브 잡스가 남긴 세계 최고의 사무실 이복남 서울대 교수
- 샴페인 뿌리던 박정희가 "大예술작품"으로 칭찬한 이 사업 김원태 전 건산연 연구위원
- "300m 높이 가로등 기둥"이란 혹평 딛고 일군 철의 혁명 신승우 이화여대 박사
- 대리석 위에 달걀을 세웠던 천재 공학자의 건축 걸작 유현준 홍익대 교수
- 정글에 은둔한 수수께끼 문명… 흙으로 쌓은 탑의 도시 김우영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곧 무너진다" 조롱 딛고 중국의 자존심이 된 '냐오차오' 김진범 건축사
- "1년 반이면 된다" 장담하던 9289km 철도 25년 만에 완성 강상혁 인천대 교수
- [주간베스트클릭]2600년전 바위로 만든 불가사의 도시 이복남 서울대 교수
- 5차례 폐쇄로 유럽을 공포에 떨게한 192km 인공물길 이영환 건설산업硏 본부장
- [주간베스트클릭] 자금성 방이 9999.5칸인 이유 장유진 서울대 박사
- '파리에 착륙한 우주선'으로 불리는 기묘한 건물 장유진 서울대 박사
- '현대판 만리장성'이 된 25조짜리 세계 최대 댐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돌로 만든 공중 도시 김윤주 건설산업硏 책임연구원
- 1m당 25cm 기울기로 해발 3454m를 오르는 기적의 열차 송병관 전 건설산업硏 연구원
- 金 14톤·銀 40톤으로 만든 1조원짜리 궁전 이복남 서울대 교수
- "격식을 파괴한 자연형 궁궐…압권은 뒤뜰" 이덕수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 '세계 최대 조각상'으로 불리는 불가사의한 다리 최석인 건설산업硏 실장
- 2000년을 쌓아올린 지구 최대 인공 구조물 이영환 건설산업硏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