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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당 4495만원? 고삐 풀린 강남 재건축

    입력 : 2016.03.30 23:24

    분양가 기록 경주하듯 갈아치워 주변 아파트 가격까지 끌어올려
    대규모 미분양 사태 발생하면 주택시장 전체 동반 침체 가능성

    "아무리 강남(江南)에 짓는 새 아파트라지만 3.3㎡(1평)당 4000만원 넘으면 비싸지요.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도 재건축조합은 다 팔릴 테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서울 강남에서 20년 넘게 중개업에 종사한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한풀 꺾였다는데 강남 재건축 분양가는 하늘을 찌르고 있으니 감을 못 잡겠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만4000여가구의 재건축이 추진 중인 개포동에서 처음 분양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는 전용면적 49㎡ 분양가격이 3.3㎡당 최고 4495만원으로 책정돼 논란을 빚고 있다. 이는 같은 주택형으로 역대 최고가였던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4164만원)보다 300만원 이상 비싸다. 전용면적 49㎡ 아파트는 공급 면적 기준으로 20평 정도인데 9억원에 육박하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래미안 블레스티지’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래미안 블레스티지’모델하우스에서 관람객들이 단지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이 중 전용면적 49㎡ 아파트의 최고 분양가는 3.3㎡당 4495만원에 이른다. /삼성물산 제공
    일각에선 "새 아파트가 고분양가를 책정하면 주변 집값까지 덩달아 올라 서민·중산층 내집 마련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최근 고분양가는 주거 환경이 좋은 강남 재건축 시장에 국한된 현상이어서 전체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3.3㎡당 4000만원 이상 속출

    고분양가가 논란이 되는 것은 주변 집값 파급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주택 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2000년대 중반 고분양가는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새 아파트의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되면 주변 아파트 가격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5년 8월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해 새 아파트 분양가를 통제했다가 지난해 4월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택지(宅地)에 짓는 아파트는 폐지했다. 그 이후 고분양가 경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전국 주요 고분양가 아파트
    3.3㎡당 분양가격이 4000만원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속출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작년 10월 서초구 서초동에 분양한 '래미안 서초에스티지S'는 3.3㎡당 3850만원, 같은 달 서초구 반포동에 분양한 '반포센트럴푸르지오 써밋'은 3.3㎡당 4040만원을 기록했다. 11월에는 반포동에서 '반포래미안 아이파크'가 당시 역대 최고 분양가(3.3㎡당 4240만원)에 공급됐다. 두 달 뒤인 올해 1월에는 GS건설이 서초구 잠원동에서 '신반포자이'를 분양하면서 평균 분양가를 3.3㎡당 4290만원으로 책정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강남 재건축 분양가가 경주하듯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래미안 블레스티지가 분양에 성공하면 개포동 일대 재건축 분양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고분양가, 계약자 피해로 이어질 수도

    현재까지 강남권에서 고분양가 논란이 있었던 아파트는 대부분 분양에 성공했다.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던 '신반포자이'도 1순위 청약에서 평균 38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문제는 분양가격이 언제까지 계속 오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분양가가 계속 오르다가 특정 단지에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 주택 시장 전체가 동반 침체에 빠지고 청약한 수요자도 피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0월 부산 지역 역대 최고인 3.3㎡당 평균 2730만원에 분양됐던 '해운대 엘시티 더샵'의 경우 평균 17.2대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하지만 110가구가 1·2차 계약금 중 2차분을 내지 못해 1차 계약금(5000만원)을 떼일 처지에 놓였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분양권 전매로 시세 차익을 보려던 투자자들은 당첨 후 시장 상황이 안 좋아지거나 생각만큼 웃돈이 붙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한다"며 "고분양가가 미분양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조합원과 건설사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올해 주택 시장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아 있는 만큼 강남을 벗어난 지역에서는 분양가격이 무차별적으로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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