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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노른자위에 미니 신도시… 압구정이 깨어난다

    입력 : 2014.03.17 03:08

    [안전진단 통과로 현대·한양·미성1차 9185가구 재건축 시동]

    1만5000가구 고급 주거단지 변신
    일부 단지 '일본 롯폰기힐스'처럼 초고층 복합 개발도 검토
    개발 소식에 아파트 값 강세… 조합설립 등 넘어야 할 산 많아

    아파트 재건축 시장의 '블루칩(blue chip·최고 우량주)'으로 통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신사동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현대·한양·미성1차 아파트 9185가구(22개 단지)가 이달 14일 서울 강남구청의 안전진단 심의를 통과하면서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 위에 진행되는 '미니 신도시급' 재건축 사업이 첫발을 내디뎠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낡고 허름한 중층(中層) 아파트가 지상 35층 높이의 현대식 아파트 숲으로 변신하는 작업이 시작됐다"며 "최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규제 완화와 맞물려 주택 시장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1만5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숲' 변신

    서울시가 작년 4월 발표한 '한강변 관리 기본 계획'에 따르면, 압구정·신사동 일대 약 144만㎡ 부지에 지상 10~15층 아파트 1만335가구(24개 단지)로 이뤄진 압구정지구는 재건축이 끝나고 나면 최고 35층 높이의 아파트가 들어서는 고층 아파트촌(村)으로 탈바꿈한다. 한강변에는 저층 아파트를 짓고 그 뒤로 아파트 층수를 조금씩 높일 전망이다. 가급적 많은 주민이 집에서 한강과 남산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 14일 재건축 안전진단 심의를 통과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현대·한양·미성아파트로 구성된 압구정지구에서는‘미니 신도시급’재건축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14일 재건축 안전진단 심의를 통과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현대·한양·미성아파트로 구성된 압구정지구에서는‘미니 신도시급’재건축 사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이준헌 객원기자
    전체 가구 수는 1만5000가구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압구정지구에 들어선 아파트는 대부분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물의 연면적 비율)이 150~200%에 불과하지만, 재건축이 이뤄지면 법정 상한선(30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중대형 평형 아파트 주인들이 집 크기를 줄이는 대신 소형 주택을 하나 더 배정받는 '1+1 재건축'을 택하면, 가구 수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일부 단지는 일본 도쿄(東京)의 '롯폰기(六本木)힐스'나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처럼 초고층 빌딩에 상업·숙박·주거가 함께 들어서는 복합개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안전진단 심의 통과와 함께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 소식까지 더해지며 아파트 값도 오르고 있다. 작년 말 10억원대 초반이었던 구현대3차(전용 82.5㎡)는 지난 주말 11억5000만원까지 호가(呼價)가 올라갔다. 미성1차(157㎡)는 올 초보다 4000만원 오른 15억90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압구정지구는 한강을 끼고 있고 중대형 아파트로 이뤄져 있어 국내 최고 수준의 주거단지로 발전할 잠재력이 있다"며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아파트 시세가 3.3㎡당 5000만원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부채납률 15%로 낮추면서 '활기'

    안전 진단 통과한 압구정지구 재건축 단지. 암구정지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1975년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는 현대 1~14차, 한양 1~8차, 미성 1~2차 등 총 24개 단지에 1만335가구가 있는 서울의 대표적 고급 주거단지다. 하지만 3.3㎡당 3000만원이 넘는 집값과 명성에 비해 실제 생활은 불편한 점이 많았다. 특히 지어진 지 30년이 넘어 낡았고 주차 공간이 비좁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06년부터 통합 개발이 추진돼 왔다. 서울시가 2009년 최고 50층 안팎의 주상복합을 짓는 대신 전체 부지의 30%를 공공(公共)에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난 뒤에는 무산 위기에 놓였다. 사업에 다시 탄력이 붙은 것은 작년 4월 서울시가 건물 층수를 최고 35층으로 제한하는 대신 기부채납률을 15% 이하로 낮추면서부터다.

    안전진단 심의 통과라는 '첫 단추'는 끼웠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사자가 1만 가구로 많은 데다가,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관리처분인가 등 단계가 많이 남았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전체 주민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하고 재건축 공사 기간 동안 장사를 할 수 없는 단지 내 상가와의 권리 관계도 해결해야 한다. '부동산114'는 "2000년 이후 서울의 재건축 추진 단지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고 나서 조합원들이 이주하기까지 평균 9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국민은행 박원갑 전문위원은 "추가분담금이 부담스러운 일부 노년층이나 최근에 주택 내부를 수리한 조합원은 재건축을 서두르지 않으려고 할 것"이라며 "한강과 인접한 조합원은 조망권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6월 서울시장 선거도 '변수'

    이에 따라 압구정 일대 주택 시장이 당장 요동치거나 큰 변화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16일 현대아파트 앞에 있는 Y부동산공인 사장은 "아파트가 안전진단을 통과한 것이 알려지면서 투자자가 많이 찾을 것 같아 일요일에도 문을 열었는데 전화 한 통 없었다"며 "집주인도 낮은 가격에 팔 생각이 없어 최근 1~2주 사이에 거래도 없었다"고 말했다.

    G부동산중개소 직원은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인·허가 등 여러 변수가 많아 사업 수익성이 확실치 않고, 짧은 기간 안에 재건축 공사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압구정지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30%였던 기부채납 비율이 박원순 시장 취임 후 15%로 낮아지면서 사업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면서 "올 6월 이후 서울시 주택 정책을 누가 맡느냐도 사업 추진 속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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