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3.06.19 10:01
황은순 차장 hwang@chosun.com
정진국 한양대 교수는 요즘 출근을 두 번 한다. 아침에는 직장인 한양대로 출근을 하고, 오후 강의가 끝나면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근처에 있는 삼우건축사사무소로 출근한다. 서울시로부터 둔촌주공 재건축 공공건축가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삼우는 둔촌주공 재건축 설계를 맡고 있다.
매일 두 번 출근하는 이중생활이 벌써 5개월째다. 지난 2월 서울 강동구 가락시영 재건축 총괄 공공건축가로 임명되면서부터 시작된 일과이다. 아파트 재건축에 처음으로 공공건축가 제도를 적용했기 때문에 ‘1호’라는 책임감이 컸다. 3개월 바짝 매달려 작업한 가락시영 재건축 설계안이 지난 5월 7일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고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바로 강동구 둔촌주공에 투입됐다. 둔천주공은 1만1106가구로 9510가구인 가락시영보다 더 규모가 크다.
지난 6월 10일 오후 삼우건축사사무소로 출근한 정 교수를 만났다.
“모든 도시에서 주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주거입니다. 주거가 제대로 돼 있어야 도시의 틀이 잡히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이 주거가 도시공간이 아닌 ‘부동산’ ‘재테크’와 같은 개념으로 변질되면서 기형이 됐어요. 건축으로서의 개념은 날아가고 면적이 얼마냐 인테리어가 어떻냐만 따지면서 돈의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정 교수는 도시를 점령한 아파트 단지 문화가 ‘투자’에서 ‘주거’로 바뀌는 시점에서 공공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디자인이 아니고 건축입니다. 도시 전체를 보고 도시공간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아파트 문화를 만들어야 결국 아파트의 가치도 올라가는 겁니다.”
공공건축가의 모델도 없고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역할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도 컸다. “서울시가 공공건축가를 내세워서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재건축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 아니냐, 공공성을 내세워 상가나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 의심을 품은 조합 대표들이 정 교수를 찾아오기도 했다. 항의하는 조합원을 상대로 설득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정 교수의 몫이었다.
“아파트 값을 올리고 분양이 잘 되려면 무조건 남향에 판상형이어야 한다면서 막무가내로 쫓아와 우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질은 보장할 수 있으니 형태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주거란 것이 다른 게 없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햇빛, 바람, 녹지공간 3가지가 기본 원칙입니다. 단 남향만 찾아가다 건물들이 기형이 되는 것은 막아야죠. 형태는 그 하나로서 권위를 가져야 합니다.”
가락시영 설계를 바꾸면서 1㎞에 이르는 공원을 만들고도 지하에 커뮤니티 시설을 모아 9510가구 물량을 소화하고, 예상외로 빨리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자 조합원의 태도도 달라지더란다. 조합 대표는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한다.
건원 설계팀도 날마다 출근하는 정 교수를 보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적극적으로 개선안을 받아들였다. 공공건축가의 역할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며칠 만에 얼굴 내밀고 ‘자문’에만 그쳤다면 일의 진척이 더 늦어질 수도 있었다. ‘남향, 판상형’이라는 조합의 요구가 설계팀의 머리에 박혀있다 보니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공공건축가가 그 틀을 깨기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정 교수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최초의 아파트를 만든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를 다시 생각했다고 한다. 삶의 가장 기본 조건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였다. 정 교수는 “나는 건축가다. 건축적인 생각이 기본이다”면서 “새로운 아파트 건축문화를 만들려면 우리 세대가 모델을 만들고 틀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 건축가들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정진국 한양대 교수는 요즘 출근을 두 번 한다. 아침에는 직장인 한양대로 출근을 하고, 오후 강의가 끝나면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근처에 있는 삼우건축사사무소로 출근한다. 서울시로부터 둔촌주공 재건축 공공건축가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삼우는 둔촌주공 재건축 설계를 맡고 있다.
매일 두 번 출근하는 이중생활이 벌써 5개월째다. 지난 2월 서울 강동구 가락시영 재건축 총괄 공공건축가로 임명되면서부터 시작된 일과이다. 아파트 재건축에 처음으로 공공건축가 제도를 적용했기 때문에 ‘1호’라는 책임감이 컸다. 3개월 바짝 매달려 작업한 가락시영 재건축 설계안이 지난 5월 7일 서울시 심의를 통과하고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바로 강동구 둔촌주공에 투입됐다. 둔천주공은 1만1106가구로 9510가구인 가락시영보다 더 규모가 크다.
지난 6월 10일 오후 삼우건축사사무소로 출근한 정 교수를 만났다.
“모든 도시에서 주요 공간을 만드는 것은 주거입니다. 주거가 제대로 돼 있어야 도시의 틀이 잡히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이 주거가 도시공간이 아닌 ‘부동산’ ‘재테크’와 같은 개념으로 변질되면서 기형이 됐어요. 건축으로서의 개념은 날아가고 면적이 얼마냐 인테리어가 어떻냐만 따지면서 돈의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정 교수는 도시를 점령한 아파트 단지 문화가 ‘투자’에서 ‘주거’로 바뀌는 시점에서 공공건축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파트는 디자인이 아니고 건축입니다. 도시 전체를 보고 도시공간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 아파트 문화를 만들어야 결국 아파트의 가치도 올라가는 겁니다.”
공공건축가의 모델도 없고 개념도 없는 상태에서 역할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도 컸다. “서울시가 공공건축가를 내세워서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재건축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 아니냐, 공공성을 내세워 상가나 가구 수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 의심을 품은 조합 대표들이 정 교수를 찾아오기도 했다. 항의하는 조합원을 상대로 설득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것도 정 교수의 몫이었다.
“아파트 값을 올리고 분양이 잘 되려면 무조건 남향에 판상형이어야 한다면서 막무가내로 쫓아와 우기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질은 보장할 수 있으니 형태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주거란 것이 다른 게 없습니다. 그들이 말하지 않아도 햇빛, 바람, 녹지공간 3가지가 기본 원칙입니다. 단 남향만 찾아가다 건물들이 기형이 되는 것은 막아야죠. 형태는 그 하나로서 권위를 가져야 합니다.”
가락시영 설계를 바꾸면서 1㎞에 이르는 공원을 만들고도 지하에 커뮤니티 시설을 모아 9510가구 물량을 소화하고, 예상외로 빨리 서울시 건축심의를 통과하자 조합원의 태도도 달라지더란다. 조합 대표는 ‘감사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고 한다.
건원 설계팀도 날마다 출근하는 정 교수를 보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적극적으로 개선안을 받아들였다. 공공건축가의 역할 정립이 안 된 상태에서 며칠 만에 얼굴 내밀고 ‘자문’에만 그쳤다면 일의 진척이 더 늦어질 수도 있었다. ‘남향, 판상형’이라는 조합의 요구가 설계팀의 머리에 박혀있다 보니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쉽지 않았다. 공공건축가가 그 틀을 깨기 위한 도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 정 교수의 생각이다.
정 교수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최초의 아파트를 만든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를 다시 생각했다고 한다. 삶의 가장 기본 조건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물으면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였다. 정 교수는 “나는 건축가다. 건축적인 생각이 기본이다”면서 “새로운 아파트 건축문화를 만들려면 우리 세대가 모델을 만들고 틀을 잡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 건축가들이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