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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시장 8개월새 4兆 증발

    입력 : 2011.11.10 03:03

    유럽 재정위기 등 악재에 "재건축 과속 방지" 공약한 박원순 후폭풍까지 강타, 강남 한달새 1억원 급락도
    전문가들 "당분간 바닥서 박스권 형성할 듯"

    9일 서울 강남구 A공인중개사무소 매물 장부에는 인근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 매물이 10여개나 쌓여 있었다. 올 초보다 시세를 1억원 이상 낮춘 매물도 여럿 보였다.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올 초만 해도 일주일에 30통 이상 문의 전화가 왔는데 요즘은 10통도 안 된다"며 "투자 심리가 완전히 식었다"고 말했다.

    최고의 부동산 블루칩(우량 자산)으로 꼽혔던 재건축 아파트 시장이 각종 악재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서울의 재건축 아파트 시가총액은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에 4조원 이상 허공으로 날아갔다. 한 달에 5000억원씩 사라졌다. 서울 강남에서조차 최근 한 달 새 1억원 이상 급락한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시가총액 4조 날아가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112㎡)는 9억8000만원(시세)으로 3년 만에 처음으로 10억원 밑으로 내려갔다. 9월까지만 해도 10억5000만원이었지만 2개월 만에 7000만원 떨어졌다. 두 달 전 8억7000만원에 거래됐던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50㎡)는 최근 1억원쯤 낮은 급매물에도 매수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재건축 아파트값은 4월부터 계속 미끄럼을 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의 재건축 추진 아파트 123곳의 시가총액을 조사한 결과, 지난 2월 말 84조418억원에서 이달 초 79조8180억원으로 8개월 만에 4조2238억원이 감소했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재건축 아파트 시장은 지난 4월 서울 개포지구의 정비계획안 발표 이후 거래가 살아나고 가격도 약간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반짝 상승일 뿐이었다.

    8월 초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 위기란 악재로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재건축 아파트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많다"며 "대출을 통해 집을 산 투자자는 금융시장 변동 같은 외풍에 쉽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박원순 후폭풍'까지 재건축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 과속 방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투자 심리가 더욱 냉각된 것.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센터장은 "재건축은 시간과 벌이는 싸움"이라며 "사업이 지연될수록 투자 수익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장이 얼어붙는 다른 이유는 정부가 작년 7월 도입한 공공관리제 시행으로 재건축 사업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1~2년씩 늦춰졌기 때문이다.건설사들도 분양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예전처럼 재건축 사업에 적극 뛰어들지 않고 있다.

    "'패닉'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

    전문가들은 특별한 변화가 없는 한 재건축 시장이 당분간 바닥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번지 채훈식 실장은 "거품이 많이 빠지긴 했지만 문제는 불확실성"이라며 "글로벌 금융 위기가 확산되고 국내 실물 경기가 꺾이면 추가 하락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이 '패닉'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는 공급이 한정된 시장인 만큼 희소가치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무리하게 대출받아 재건축 아파트를 산 투자자들이 급매물로 처분하면서 어느 정도 시장에 거품이 빠진 점도 급락 가능성이 낮은 이유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 선임연구원은 "최근 재건축 아파트값은 거래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1~2채씩 거래된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 전체가 급락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세계의 주요 경제 축이 흔들리면서 주택 시장에도 불안 요소가 커진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재건축 아파트 자체의 매력이 떨어진 것은 아니다"며 "재건축 사업의 속도는 조절되겠지만, 사업이 상당 부분 진행됐거나 추진 의지가 높은 곳은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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