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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출자사 4000억 유상증자… 토지보상비 마련 등 '산 넘어 산'

    입력 : 2011.08.25 03:01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어떻게 되고 있나]
    부동산 경기 침체 오래되면서 PF 위축돼 '돈 동맥경화' 불러… 토지대금 납부 유예로 숨통
    주민 상당수 사업 반대하고, 해외 투자자 유치도 불투명

    2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3가 용산역. 현대아이파크 쇼핑몰이 들어선 역사 뒤편으로 푸릇푸릇한 풀밭이 펼쳐졌다. 주변엔 파란색 지붕을 얹은 용산화물센터와 용산차량센터 건물이 띄엄띄엄 늘어서 있다. 화물센터 옆 철로 위에는 경부선 열차가 달리는 모습이 이따금 눈에 띄었다.

    '단군 이래 최대 도심 개발사업'이라고 평가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지의 현재 모습이다. 이 사업은 용산화물·차량센터가 있는 철도정비창과 한강철교에서 원효대교 사이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800㎡ 땅에 152층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해 쇼핑몰·호텔·백화점·아파트 등 60여개 동을 짓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다. 총사업비(30조원 이상)가 4대강 살리기사업(초기 예산 14조원)의 두 배가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 개발사업이다.

    ‘단군 이래 최대 도심 복합 개발사업’ 이라 불리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이 2016년 완공됐을 때의 가상도. 사업자측은 “서울의 미래를 바꿔놓을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 제공
    이 사업은 2006년 8월 추진 계획이 확정됐지만 각종 난관에 부닥쳐 5년째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달 시행자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이하 드림허브)가 사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다음달 1조4000억원 규모의 랜드마크 타워 시공사 선정이 끝나고 철도시설 이전사업이 착공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초대형 사업이 드디어 정상 궤도에 오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무엇이 문제였나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사실상 쓸모가 없어진 서울 도심 노른자위 땅을 민·관이 힘을 합쳐 주거와 업무·상업·문화가 어우러진 세계 최고의 '복합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시작됐다. 일본의 대표적인 도심 복합 개발 사례인 '롯폰기힐즈'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실제 용산역은 입지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가다. 지하철과 철도만 15개 노선이 교차하고 KTX로 인천공항까지 31분, 전국 어디든 2시간대에 돌파할 수 있다. 한강이 코앞에 있고 국내 최대 공원으로 조성될 미8군 부지도 걸어서 5분 정도면 닿는다. 땅 주인인 코레일이 2007년 사업자 공모를 시작하자 국내의 웬만한 금융회사와 건설사가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당시에는 부동산 경기도 호황이어서 사업은 장밋빛으로만 보였다. 그래서 공기업인 코레일·SH공사미래에셋·삼성물산 등 무려 30개 기업이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가 잇따라 터졌다. 2009년 사업지 내 땅속에서 납·구리·니켈 등 중금속이 환경기준의 최고 수십 배씩 초과 검출됐다. 이를 정화하는 데만 1000억여원이 들어가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돈줄이 막힌 것.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위축돼 사업에 필요한 돈이 제대로 돌지 않았다. 드림허브측은 당초 8조원에 땅을 샀지만 땅값 마련이 늦어져 이자 비용까지 9조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 그나마 땅값 조달을 위한 PF대출에 지급보증을 서기로 했던 건설사들이 난색을 표해 수개월 동안 땅값을 납부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본궤도…남은 과제는?

    반전의 계기가 마련된 건 지난달 13일. 드림허브측은 땅 주인인 코레일과 사업 정상화 방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코레일측은 드림허브가 내년부터 2014년까지 내야 할 땅값 2조여원을 2015년 이후로 늦춰 줬다. 2013년부터 건물 분양을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드림허브가 건물 분양대금으로 땅값을 갚을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용산 사업에 돈을 댄 30개 출자사가 4000억원 유상증자를 실시해 유동성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시행사 자본금도 1조4000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그동안 숨통을 조였던 사업비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고개가 많다. 당장 용산 사업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일대 민간 보유 토지의 보상이 현안이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사업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와 공기업인 SH공사가 보상을 전폭 지원하기로 해 신속하게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현지 주민의 상당수가 아직 사업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서부이촌동 S아파트 등 이 지역 아파트 외벽엔 페인트로 '오세훈은 물러나라', '강제 (보상비) 수용 반대한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땅값은 해결됐지만 토지 보상비와 건축비 등 나머지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도 관건이다. 드림허브측이 추진 중인 싱가포르·홍콩 등 해외 투자자 유치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드림허브측은 "추가 대출 없이 건물 선매각과 분양을 통해 자금을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미 상당수 대기업과 외국 투자자들이 빌딩 통매입 가능 여부를 물밑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을 주문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프로젝트를 무리하게 끌고 가려 하지 말고 주민 반발이 심한 지역은 부분적으로 사업을 정리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국대 이현석 교수는 "조기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분양에만 의존하는 방법을 취하고 있는데 불경기엔 공모나 사모를 통해 시중 자금을 모으는 것도 방법"이라며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사업을 단계별로 나눠 진행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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