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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1조6000억 들인 개발사업, 유령도시 됐다

    입력 : 2011.05.06 03:00 | 수정 : 2011.05.06 09:13

    복합도시 '루원시티'… 1년째 사업중단돼 애물단지로
    "佛명소 라데팡스처럼 짓겠다" 안상수 前시장 무모한 계획
    부동산경기 악화에 사업성 뚝… 빌딩·주택가 텅텅 빈 채 방치
    LH, 과도한 토지보상비 탓에 하루 80억씩 금융이자 물어… "애초 해서는 안 될 사업" 실토

    지난 4일 서울에서 차를 타고 경인고속도로 서인천IC를 빠져나오자마자 오른쪽에 보이는 주유소 간판이 눈을 의심케 했다. '휘발유 1558원, 경유 1448원.'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주유소는 영업을 중단한 지 오래됐다. 가정오거리 일대 왕복 4~6차선 도로변은 시간이 멈춘 곳 같았다. 도로 좌우의 크고 작은 건물 안에서 인적은 찾을 수 없다. 유리창이 반쯤 깨져 있거나 출입문이 너덜거리는 건물 안에는 버려진 집기류와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건물 외벽에는 한결같이 빨간 스프레이로 '출입금지' '철거 예정' '공가(빈집)' 등의 글씨가 큼지막하게 씌어 있다.

    이곳은 인천시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한국판 '라데팡스'(프랑스의 대표적 복합도시)를 만들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했던 '루원시티(LU1 city)' 부지다. '루원'은 '세계 최고의 루(樓)'란 뜻이다. 인천시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 97만㎡(약 30만평)가 해당된다.

    인천시와 LH는 프랑스의 ‘라데팡스’ 같은 세계적인 복합도시를 만들겠다며 ‘루원시티’의 화려한 청사진(왼쪽)을 제시하고 1조6000억원이란 보상비를 투입했지만, 경기 침체 여파로 1년 이상 사업이 중단되면서 해당 부지는 유령도시처럼 변해 흉물(오른쪽)로 방치되고 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토지와 건물에 대한 보상비 1조6000억여원은 LH가 조달해 모두 집행했다. 국민 혈세가 투입된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2009년 말부터 철거에 들어가 지금쯤 공사가 시작돼야 했다. 하지만 보상비를 다 투입하고도 공사는 1년 이상 중단돼 '유령도시'로 전락했다.

    현재 이곳에는 빌딩 100여동(棟)과 빌라·아파트 등 주택 6000여 가구가 최장 1년 이상 비어 있는 상태로 방치돼 있다. 가정동 하나아파트 주민 김모(35)씨는 "밤 9시만 넘으면 주변이 암흑천지로 변해 외출한 적이 없다"며 "멀쩡하게 잘살던 동네가 폐허로 변했다"고 말했다.

    '황금알'에서 '애물단지'로

    이 사업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2004년부터 150층짜리 인천타워와 함께 추진한 '인천 그랜드 개발계획'의 핵심 프로젝트였다. 주상복합 등 고급 아파트 1만1000여 가구를 포함해 77층 랜드마크타워, 지하 3층 규모의 대형교통센터, 쇼핑몰 등을 넣어 세계적 수준의 입체 복합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었다. 안 전 시장은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 견줄만한 초고층 매머드빌딩을 대거 짓겠다"고 호언했다.

    사업은 순항하는 듯했다. 안 전 시장은 막대한 사업비 조달을 위해 2006년 당시 주택공사를 끌어들였다. 몸집 불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던 당시 주공의 한행수 사장은 조(兆) 단위 사업을 덥석 물었다. 같은 해 루원시티는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됐고 2008년 6월엔 토지보상도 시작됐다. 주공은 1조6300억여원을 투입해 작년 말에 보상도 끝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2008년 말 이후 국내 부동산 경기가 급전직하하면서 '황금알'로 보였던 루원시티는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급기야 LH는 작년 3월 "이대로는 사업성이 없어 최소 8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면서 사업중단 의사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다. 루원시티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경인고속도로(서인천IC~가좌IC)를 지하로 넣어 지상을 상업지역과 공원으로 만들면 사업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라던 인천시의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국토해양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대했다. 그 사이 1조5000억원이라던 사업비는 금융 비용이 증가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기반시설 설치비가 추가로 발생하면서 3조6000억원까지 배 이상 불어났다.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사업"

    LH측은 "(루원시티는)솔직히 해서는 안 될 무리한 사업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인천시는 2005년 "비용편익비율이 '1'을 넘어 사업성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엉터리였다는 지적이다.

    루원시티는 멀쩡한 주택이 밀집된 주거지역인 데다, 땅값이 비싼 상업용 건물도 100여채에 달해 애초부터 재개발 사업지로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자촌이나 달동네도 아닌 멀쩡한 집과 건물을 수용하자면 보상비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상비 증가로 택지 조성원가(3.3㎡당 1900만원)도 치솟았다. 루원시티는 인접한 가정택지지구(600만원)나 청라지구(400만원)와 비교하면 최대 5배나 비싸다. LH 관계자는 "상업용지도 너무 많다"면서 "지금 같은 불황에 상업용지가 전체 면적의 50%를 넘으면 분양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LH는 루원시티 사업 중단으로 한 달 금융이자로 80억원, 연간 1000억원을 물고 있다. 앞으로 손실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알 수 없다. 인천시와 LH는 이제 와서 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미 지급한 토지 보상비를 회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아파트를 더 지어 사업성을 높이는 쪽으로 개발계획 변경을 검토 중이다. LH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손실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을 찾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개발이 늦어지면서 폐허로 변하고 있는 인천광역시 서구 가정오거리 루원시티의 모습./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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