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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주 하반기 집중… '가을 전세대란' 또 닥치나

    입력 : 2011.03.30 04:12

    18개 사업장 중 상당수가 1000가구 이상 이사해야…
    올해 3만5000여채 철거… 전세수급 불균형 커질것

    서울 강남구 대치동 청실아파트에 사는 김모(43)씨는 요즘 매일 인근 부동산중개소를 오가며 이사 갈 집을 알아보고 있다. 올가을 재건축 공사가 시작되면 이사를 가야 하는데 주변 전세시세가 턱없이 올라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대치동 주변에서 계속 살고 싶은데 전세금도 높고 물량도 없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세난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올 하반기에 서울 지역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이주 일정이 집중돼 있어 '최악의 가을 전세대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가을철은 원래 결혼 성수기와 새 학기 시작 등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는 시기. 올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와 수익성 부족 등을 이유로 일정을 늦춰왔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이 조합원 이주 시기를 일제히 하반기로 잡아놓은 바람에 가을철 주택 수요·공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발·재건축 이주 60%가 올해 하반기 몰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철거되는 주택 수는 총 3만5000여채에 달한다.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많다. 2009년과 지난해가 1만~2만여채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뛴 수치다.

    더욱이 올해 하반기 재건축·재개발 공사를 위해 조합원 이주를 준비 중인 18개 사업장 중 상당수가 1000여 가구 이상 이사를 해야 하는 곳이다.

    재건축 지역인 강남 대치동 청실1·2차는 올가을 1446가구가 이주를 해야 하고, 재개발 지역인 관악구 봉천12-2구역은 1500여 가구, 신길7구역은 800여 가구가 연말까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떠나야 한다. 특히 현재 6000여 가구가 거주하는 송파구 가락동 시영 1·2차 아파트의 이주가 시작될 경우 주변 전세시세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역에서 전셋집 구하기가 '대란'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재개발 예정지인 신길7구역 주변에 있는 N부동산중개소는 "이주가 올해 하반기에 있다는 말이 나온 뒤엔 전세 문의 전화가 하루에 10~20통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10여년 전에도 재건축 이주로 전세난 생겨

    과거에도 재건축·재개발 이주 시기가 겹치면서 전세 시세가 들썩인 경우가 적지 않다. 1999년 9월에도 잠실·반포 등 서울 강남 저층 단지의 재건축 이주 시기가 맞물리면서 아파트·임대주택 등 전세시세가 25%씩 올랐다. 이로 인해 이듬해인 2000년 서울시는 지구별 사업 시기를 조정했다.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특정 시기나 지역에 집중돼 전·월세 시장을 자극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시·도지사가 사업시행 인가나 관리처분 인가 시점을 조정할 수 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부동산1번지 박원갑 소장은 "'소형 주택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철거 주택까지 늘어나면 서울 지역 전세 수급 불균형 현상이 훨씬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일정, 순차적으로 조정해야

    하반기 전세 대란을 해소하려면 개발 사업으로 인해 사라지는 주택 수만큼 새로운 주택을 공급해줘야 한다. 하지만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가 증가하고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도 강화된 상황에서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 공급을 단기간에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난해는 경기도에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많아 서울의 전세 수요를 일부 흡수했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여 전세난은 가중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울시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가구 철거는 민간 사업자가 하기 때문에 미리 한 해의 수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며 "올해는 철거 가구 수가 늘더라도 공급(약 5만 가구)이 더 많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이현석 교수는 "지방자치단체가 낙후 지역, 지은 지 오래돼 재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주거지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 주택 부족 현상이 한데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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