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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한 공장터를 공원 아파트로” 기획의 승리

    입력 : 2006.09.20 22:05 | 수정 : 2006.09.20 22:20

    신도림 e-편한세상 4차 아파트
    ‘친환경’숨겨진 수요 포착 美·獨 주택단지 돌며 벤치마킹 녹지율 37%로 UP
    2000년 청약 경쟁률 41대1 2억대 분양 34평형이 7억 육박

    지난 2000년 6월. 당시 대림산업에 근무했던 A대리가 사무실로 쇼핑백을 하나 들고 왔다. A대리가 열어보인 쇼핑백에는 100만원짜리 돈다발 15개가 들어있었다. 깜짝 놀란 동료들에게 A대리는 “아파트 계약하고 나오는데, 현장에서 부동산 중개업자 3~4명이 소매를 잡아끌더니 분양권을 사겠다고 하기에 그 자리에서 팔고 받은 프리미엄”이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A대리가 계약한 아파트는 대림산업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지은 ‘e편한세상 4차’. 이 아파트는 입주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신도림동의 랜드마크(land mark)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34평형이 6억9000만원으로 주변에서 최고가를 자랑한다. 분양가는 2억1000만원. 그 사이 프리미엄만 5억원쯤 붙은 셈이다.
    대림산업이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 개발한‘e편한세상 4차’아파트에 조성된 실개천. 이 아파트는 공장 부지에 지었지만, 단지 전체가 공원을 연상시킬 만큼 녹지 공간이 풍부해 친환경 아파트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2003년엔 서울시 조경대상을 받기도 했다. /대림산업 제공
    열악환 주변환경에 친환경으로 승부수
    하지만 이 아파트는 하마터면 세상에 태어나지 못할 뻔 했다. 개발 초기에 아무도 선뜻 사업에 나서려 하지 않았던 것. 그도 그럴 것이 1998년 당시 주택 경기는 최악이었다.

    아파트를 지을 땅도 한국타이어 공장 부지여서 주거지로 부적합해 보였다. 당연히 주택 수요는 없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었다. 이미 주변에서 3개 단지를 개발했던 대림산업도 망설이다가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단지 규모가 850가구로 적지 않아 포기하기에는 아까웠다. 대림산업 김정태 차장은 “사실 회사 안에서도 가능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팔릴까.’ 고민하던 사업팀이 생각해 낸 승부수가 바로 ‘친환경’이었다. 자연환경이 나쁜 곳에 오히려 친환경 아파트를 지어보자는 ‘역발상’의 결과였다.

    실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시장 조사 결과, 환경에 대한 불만이 많아 친환경 주택에 대한 니즈(수요)가 의외로 높았다. 대림산업 임희석 과장은 “결국 수요가 없었다기보다 그동안 니즈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이란 목표는 나왔지만, ‘어떻게 해야 하느냐’도 문제였다. 그때까지 국내에는 제대로 된 그린(green) 아파트가 없었다. 사업팀은 수시로 미국, 독일 등 선진국 생태 주거단지를 돌면서 벤치마킹을 시도했다.

    설계도를 그렸다가 지우기를 수십번 반복한 끝에 녹지율을 종전(10~20%)보다 2배 높은 37%로 끌어올렸다. 생태 연못과 실개천·산책로 등 당시로선 찾아보기 힘든 조경시설도 대거 넣었다. 조경공사에만 기존 단지의 2배가 넘는 50억여원을 쏟아부었다. 광고 카피도 ‘공원을 닮은 아파트’로 최종 확정했다.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e편한세상 4차’아파트에 조성된 주민 산책로(상). 신도림동 e편한세상 4차 아파트는 지하 주차장에 햇빛이 들어오도록 지붕을 투명유리로 꾸미고, 한쪽에는 입주민을 위해 물이 흐르는‘카페’도 만들었다(하).
    세심한 소비자 취향을 겨냥
    그러나 이것만으론 뭔가 부족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마케팅 포인트가 인터넷이었다. 집에서도 편리하게 인터넷을 쓰게 하자는 것이었다. 모든 가구에 전화선 대신 랜(lan)선을 깔았고, 입주민 전용 홈페이지도 처음 선보였다.

    당시로선 선호도가 낮았던 최상층과 1~2층을 팔기 위한 전략도 따로 세웠다. 꼭대기층에 복층과 테라스를 만들어 주고, 1~2층은 복층과 전용 정원을 설치해 소비자 관심을 유도했다. 내부 구조도 방을 중심으로 한 설계에서 벗어나 거실과 주방을 확장하고, 붙박이 수납공간을 곳곳에 넣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2년간의 사업 준비 끝에 2000년 6월 시장에 나온 이 아파트는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침체됐던 분양시장에서 청약자만 1만4000여명이 몰리며, 최고 41대1의 경쟁률로 1순위에서 청약이 끝났다. 계약 직후 프리미엄도 2000만~3000만원씩 붙었다. 사업이 성공하자 주변에 땅을 가진 지주(地主)의 사업 문의도 줄을 이었다.

    이후 대림산업은 주변에 3개 단지를 더 건설해 5000여가구의 대규모 타운을 만들었고, 관심없다던 경쟁 업체까지 줄줄이 주변에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대표는 “아무리 경기가 나빠도 소비자가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고, 숨어있는 수요를 끌어내기만 하면 제품은 팔린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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