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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사려면 아줌마 찾으세요

입력 : 2004.01.05 17:05 | 수정 : 2004.01.05 17:05

공인중개사 여성시대 활짝

여성들이 부동산 중개업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여성이 운영하는 중개업소도 부쩍 늘고 있다. 사진 맨 뒤부터 공인중개사 오현숙, 이정숙, 김경미씨. /정경렬기자 krchung@chosun.com
2년 전 문을 연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오현숙부동산’은 여성들로만 뭉친 중개업소다. 오현숙(52)씨는 전업 주부 출신이고, 김경미(30)씨는 대학졸업 후 국어학원 교사를 지내다 중개사로 변신했다. 개업 후 서너 달쯤 지나자, 인근 중개업소에서 “저 집은 왜 저렇게 바빠?”란 말이 들려 왔다. 오씨는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으로 승부를 걸면 중개업도 남성에게 뒤질 게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우먼파워’가 거세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에 따르면 이달 현재 개업한 부동산중개업자 수는 6만6325명, 이중 여성이 1만5704명으로 전체의 약 24%를 차지한다. 지난해 실시된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에서도 여성 합격자 비율은 46%를 넘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로 남편 직장에 불안을 느끼는 고학력 주부들이 늘고 있는 데다 여성도 자격증만 있으면 손쉽게 창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 일산구의 공인중개사 김성순(46)씨는 20년 넘게 일한 은행에서 명예퇴직당한 뒤, 2년 전 중개사의 길에 들어섰다. 김씨는 “일한 만큼 보상받는 데다,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아 가정 생활에도 큰 지장이 없다”며 “무엇보다 정년에 상관없이 맘껏 일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주로 주택 중개 업무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주택의 경우 매매의 주도권과 결정권을 갖고 있는 주부들이 여성중개인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주부 황소희씨는 “남자와 저녁에 집을 보러 다니는 것이 어쩐지 껄끄러워 여성중개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여성공인중개사가 여사장으로 변신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강동구 명일동 ‘부동산랜드’ 신영자(46) 대표는 “3년 전 개업할 땐 주변에 여성이 운영하는 업소가 하나도 없었는데 지금은 2곳 중 1곳은 여성”이라며 “사장이 남자인 중개업소에도 여성중개사가 1~2명씩은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 특유의 꼼꼼한 성격 덕분에 여성중개인의 매매계약 성사 확률도 높은 편이다. 부동산정보업체 ‘유니에셋’의 양지영 주임은 “여성이 운영하는 중개업소가 남성이 운영하는 곳보다 매출이 높다는 속설이 있다”며 “여성중개사가 남자보다 더 고객을 잘 설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대비하는 학원가도 ‘여인천하’다. 노량진공인중개사학원의 한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수강생 200명 중 여성은 40~50명 정도였는데 요즘은 120~13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여성중개업자들이 모여 힘을 뭉치고 있다. 중개사협회 산하의 여성특별위원회는 작년말 국내 처음으로 여성중개사 5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여 조직 활성화를 다짐하는 행사를 가졌다. 한양대 경제학부 김관영 교수는 “가정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주부가 결정권을 쥐고 있는 만큼 주부를 상대로 한 여성중개업자들의 활약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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