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부동산] “반포 재건축 따라” CEO들도 현장 진두지휘

입력 : 2001.07.15 19:29




“저희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꼭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십시오.”

삼성물산 주택부문 이상대 사장은 12일 오전 서울 일원동 모델하우스에서
20분 짜리 ‘즉석 유세’를 했다. LG건설과 맞붙는 ‘반포 주공2단지’
재건축 수주전을 이틀 앞두고, 이곳 주민 5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설이었다. 직원들이 마이크를 찾아 돌아다니자 “우리 사장은 그런
타입이 아니니 잘 알아보라”던 서형근 전무도 막상 이 사장이 머리를
조아리며 한표를 부탁하자 “처음 보는 모습”이라며 깜짝 놀랐다. 이
사장은 이날 새벽에도 반포 현장을 돌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경쟁사인 LG건설 민수기 부회장도 음식과 아파트를 대비한 홍보 책자
끝장에 빨간 나비넥타이를 맨 호텔 웨이터 복장을 한 채 샴페인을 따르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모든 음식을 CEO가 만들어 바친다”는 뜻이라고
이 회사 김격수 과장은 설명했다. 민 부회장은 매일 아침 저녁으로 반포
일대로 나가 직원들을 격려했다. 14일 진선여고 강당에서 열린 총회에서,
삼성물산(697표)은 LG건설(663표)을 불과 34표 차이로 간신히 제꼈다.

이런 ‘CEO 진두지휘’는 이 싸움이 올해 재건축 최대 승부처인 ‘반포
대첩’의 첫 단추이기 때문이다. 1720가구인 2단지에 이어
주공3단지(2400가구)와 한신1차(790가구) 등 대규모 재건축 물량이
반포에서 쏟아져나온다.

또다른 이유도 있다. ‘CEO가 떠야 재건축을 따낸다’는 최근 건설업계
속설 때문이다. 지난 5월 가락동 한라시영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이상대
사장을 총회장에 등장시킨 삼성물산이 LG건설을 꺾었다. 4월 청담동 삼익
수주전에서는 롯데건설이 시공권을 따냈다. 이 회사 임승남 사장은 총회
투표장을 돌며 부동표를 끌어모았다. ‘CEO 선거운동’의 효시는
지난해 개포1단지 재건축. 당시 현대건설의 김윤규 사장은 투표
10일전부터 홍보전시관에서 조합원과 상담하고, 주말에는 단지 주민과
테니스를 쳤다. 현대건설은 총 3403표 중 224표 차로 삼성물산·대우건설
팀을 따돌렸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대표는 “아파트 판촉전에서도
CEO 이미지로 신뢰를 주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