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0.04.13 17:53

## 아이디어 재테크...축소모형 활용해 설계단계서 시행착오 최소화 ##
“공사비를 20%만 절약해도 1억원인데….”
서울 양재동에 사는 목욕탕 사장 박모씨(55·여). 지하철역에서 불과 200m

하고 싶었다. 그 때가 지난해 6월. 땅면적은 79평으로 5층(반지하층 포함)
짜리 다세대주택을 지으려면 공사비가 만만치 않았다. 다세대주택의 건물
연면적은 200평까지. 평당 50만원만 절감해도 1억원을 아끼게 되는 셈.
“현금이 넉넉지 않았고 임대가 잘 나간다 하더라도 초기 투자금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였어요.” 박씨는 시장조사를 통해 다세대주택을 지으려면
건축비로 최소 평당 250만원은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사진설명 :
아이디어를 짜내고 계획적으로 미리미리 준비하면 다세대주택을 지으면서 1억원 정도는 충분히 절감할 수 있다. 담장을 허물어
공사비절감과 함께 주차장문제까지를 해결한 양재동 박모씨 다세대주택. 상단은 다세대주택 내부 모습. / (*이광회기자
santafe@chosun.com *)
◆ 시행착오를 줄이는 완벽한 설계가 중요하다= 건축사 최문섭씨와 상의한
결과, 공사기간 중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공기를 단축할 경우 공사단가의
20%, 즉 총 1억원 정도는 줄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어 설계기간을
충분히 잡고 하나하나 꼼꼼하게 각 분야의 그림을 그려 나갔다. “한달이면
끝나는 설계를 3개월이나 걸려 끝냈습니다.”(최문섭 건축사) 건축모형을
만든 것도 아이디어. 축소판 모형(미니어처)을 만들어 이곳 저곳 서로 체크해
나가다 보면 공사기간 중에 일어날 하자를 미리 잡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 표준화·단일화된 자재의 사용= 국내 건축자재 가격이 비싼 이유는
표준화가 돼 있지 않기 때문. 박씨는 자재의 질과 크기 등을 ‘KS표준규격
이상의 제품 중 가장 표준화된 사이즈의 자재’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표준화된 제품과 고급제품간의 가격차이는 디자인 때문이지 제품의 질
때문이 아닙니다.”
공간의 효율적인 배치도 공사비 절감에 한몫을 했다. 즉 보일러실을
화장실(욕실 겸용) 안쪽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배치해 공간활용 극대화를
시도하고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 등도 표준화제품을 사용, 공사비를 절감했다.
문짝도 표준제품은 6만원 정도지만 목수가 짠 것은 10만원이 넘는다.
거실과 베란다 창문을 하나로 합친 것도 아이디어. 베란다 크기가 클 경우
거실 창틀과 베란다 창틀 두 곳에 창을 끼워야 하고 이에 따른 비용도 가구당
1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계단창도 마찬가지. 현관에서 각 가구로 가는
계단에 유리 계단창으로 마감함으로써 벽체시공비용을 줄이고 자연채광으로
실내분위기를 밝게 만들 수 있었다. “창문의 경우 필요한 곳은 과감하게
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유리블록이나 쪽창을 이용해 크기를 줄일
수도 있어요.”(최문섭 건축사)
◆ 대문·담장 없애고 외관마감공사도 단순하게= 대문·담장도 없앴다.
대문가격은 150만원선. 담장시공비도 200만원은 족히 잡아야 하는데 이를
없애고 주차장을 3대 이상 추가 확보할 수 있는 추가이득까지 챙긴 것.
다세대주택은 가구당 0.7대, 즉 3가구에 두 대꼴로 주차장을 만들면 되기
때문에 요즘 같은 ‘1가구 1승용차 시대’에는 잘 맞지 않는다. “담장을
허문 결과 돈도 아끼고 비록 개구리 주차장이지만 추가 주차장면적을
확보할 수 있어 대만족입니다.”
외벽마감공사의 경우 벽돌·드라이비트(외관마감용 도색자재의 일종),
인조석·벽돌 등 두 가지 이상의 자재를 혼합하면 인건비와 자재비가
급상승하게 마련. “드라이비트공법 한 가지만을 사용해 공사기간을
단축했고 인건비 등 비용도 줄였습니다. 물론 외관상태는 훌륭하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도시가스 인입선도 절반으로 줄여 500만원 이상을
줄였다.
◆ 공사비의 두 배 이상으로 임대를 놓는 데 성공= 결산 결과 평당 건축비는
210만원선이 들었다. 총공사비는 4억2000만원. 그것도 설계비(평당 7만원)와
감리비(평당 3만원)를 포함한 액수. 평당 50만원 정도를 절감했다고 할 수
있다.
임대는 어려움이 없었다. 강남 일대의 ‘전세대란’을 미리 예상한지라
공사를 마무리지을 때인 지난해 11월말 대부분 임대차계약을 끝냈다. 임대
가격은 평당 450만원선. 평당 210만원에 지어 두 배가 넘는 450만원에
임대를 놓은 셈. 총수입금은 9억원에 달해 4억8000여만원의 수익금을 거머쥘
수 있었다고. 월세로 따지면 매월 960만원 (월 2%)정도를 확보할 수 있는
짭짤한 장사(?)였다. “일부 공간을 지나치게 작게 해 약간의 불편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요모조모 신경을 쓴 것이 마음에 듭니다.” 입주자 홍모
주부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