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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갈무리] 이 산과 저 들은…

    입력 : 1998.12.15 20:19




    ♧ 김태곤의 노래 '송학사'는 '산모퉁이 바로 돌아 송학사 있거늘…'
    로 시작된다. 산모퉁이는 산기슭의 쑥 내민 귀퉁이고, 산기슭은 산의
    아랫부분이다.

    기슭은 비탈진 곳의 맨 끝부분을 가리키는 말인데, 기슭의 가장
    자리가 기스락이다. 산기슭이 나와서 휘어져 돌아간 곳이 산모롱이,
    나지막한 산기슭의 경사진 땅은 자드락이라고 한다. 산마루에서 산기
    슭까지의 비탈진 부분은 산자락이라고 하는데, 산마루는 산등성 마루
    의 준말로 산등성이의 가장 높은 곳을 말하고, 산등성이는 산의 등줄
    기를 가리킨다. 산마루의 두드러진 턱은 산마루터기라고 한다. 헷갈
    린다.

    높은 산에서 뻗어나간 산의 줄기를 산줄기나 산발이라고 하는데,
    코숭이는 산줄기의 끝, 지레목이나 산잘림은 끊어진 곳을 가리킨다.

    비탈을 비알이라고도 하는데, 몹시 험한 비탈은 된비알, 깎아 세
    운듯한 돌 언덕은 돌비알이라고 한다. 너덜겅이나 돌너들은 돌이 많
    이 깔린 비탈, 산탈비탈은 울퉁불퉁하고 험한 산비탈을 가리킨다. 낭
    떠러지처럼 가파른 비탈은 낭비알이라고 한다. 낭떠러지는 벼랑이나
    민탈,지겁으로도 불리는데,강가나 바닷가에 솟은 매우 위험한 벼랑은
    특별히 벼루 또는 물벼루로 부른다.

    이번에는 들판으로 내려가보자. 들판을 들을 이룬 벌판이고, 벌판
    은 넓은 들판이다.결국 들판이 벌판이고 벌판이 들판이란 얘기다. 들
    과 벌은 둘 다 평평하고 넓은 땅을 뜻하는데, 굳이 차이를 따진다면
    들에는 논밭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 조금 더 강조되고 있다는 정도
    다. 펄은 벌의 거센 말이다.

    들녘은 들이 있는 그 언저리를 가리키고, 가까운 들녘은 들대, 마
    을에서 멀리 떨어진 들은 난들이라고 한다. 구렛들은 바닥이 깊고 물
    이 늘 있어서 기름진 들이고, 노해는 노동해방이 아니라 바닷가에 펼
    쳐진 들판을 말한다.

    길펀하게 넓은 들, 즉 광야는 펀더기라고 한다. '길펀하다'는 것
    은 펀펀하고 너르다는 뜻이다. 아득하게 너른 것은 '펀하다'고 표현
    한다.석양의 무법자가 생각나는 황야, 거칠고 잡풀이 무성한 땅은 푸
    서리라고 하는데, 좀 높은 데 있는 푸서리는 버덩이라고 한다. 붉은
    닥세리는 곡식이나 풀이 자라지 못하는 거친 땅, 즉 황무지나 불모지
    를 가리킨다. 닥세리가 가마솥을 가리키는 말이니까 붉은닥세리는 벌
    겋게 녹이 슬어 버려진 가마솥과 같은 땅이라는 뜻일 것으로 짐작한
    다.

    풀벌은 우거진 벌판, 풀섶은 풀이 많이 난 곳, 푸나무서리는 풀
    과 숲이 우거진 사이를 말한다. 솔숲이 있는 곳은 솔수펑이, 마을 가
    까이에 있는 수풀은 숲정이라고 한다. 수풀은 나무나 풀이 다옥하게
    자라는 곳이다. '다옥하다'는 '무성하다'의 동의어다. 수풀이 우거져
    그윽한 것은 '덤부렁듬쑥하다', 산에 나무가 울창한 것은 '메숲지다'
    고 말한다. 반대로 산에 나무나 풀이 없어 번번한 것은 '맨송맨송하
    다' 또는 '맨둥맨둥하다'고 한다. '맨둥맨둥하다'의 큰말이 '민둥민
    둥하다'인데, 벌거숭이산을 뜻하는 민둥산은 바로 '민둥민둥하다'에서 비롯된 말이다. <장승욱·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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