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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측할수 있는 코미디는 재미없다 `인 앤 아웃'

    입력 : 1998.05.13 14:13





    ## 유쾌한 게이 소동 그린 정통 할리우드산 로맨틱 코믹 ##.

    "제 연기에 영향을 준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94
    년 미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필라델피아'로 남우 주연상을 받은
    톰행크스의 수상 소감이다. 전세계 앞에 할리우드의 정상을 공식 확인
    하는 자리에서 톱스타가 지목한 '존경하는 인물'은 평범한 시골 고등
    학교 은사였다.

    문제는 그 다음에 이어진 말. "그는 게이였습니다." '필라델피아'
    에서 에이즈 환자 역을 잘할 수 있었던 것이 게이인 고등학교 은사 덕
    분이라는 것이다. 만일 이 은사가 그 때 TV 중계를 보고 있었다면 어
    땠을까? 더구나 그가 게이가 아니라면? 게다가 그가 늦깎이 결혼을
    1주일 앞둔 상황이라면?.

    프랭크 오즈 감독의 코미디 '인 앤 아웃'(In & Out·5월 16일 서울
    극장 개봉)은 톰 행크스의 시상식장 발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
    다. 주인공은 황당한 상황을 맞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바로 그 고교 선
    생님. 실제 톰 행크스의 은사가 어떤 기분이었을 지는 모르지만 영화
    속 선생님은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빠진다.

    인디애나주 시골 마을의 문학 선생 하워드 브래킷(케빈 클라인)은
    마침 이 장면을 약혼녀 에밀리(조앤 쿠색)와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약
    혼녀 뿐인가. 이 마을 출신이며 하워드 선생의 제자였던 영화배우 카
    메론드레이크(맷 딜런)가 시상대에 오르는 장면을 보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TV 앞에 앉아있었다.

    "난 아니야!" 하워드는 약혼녀와 부모에게 해명을 하고 다음날 학
    교에 출근하지만 이미 'TV의 폭탄'은 터져버린 상황. 학교 앞에 진을
    친 기자들을 뚫고 수업을 강행하지만 제자들마저 차마 말을 못 꺼내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 락카룸에 들어서니 남학생들은 벗은 웃통을 가리
    고, 교장은 그를 불러 은근히 퇴직을 종용한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하
    는 로맨틱한 교사로 평소 학생들과 마을 사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던
    '하워드 선생님'은 간데 없고 창졸간에 '낯뜨거운 게이'가 된 것이다.

    ● 케빈 클라인·조앤 쿠색 연기도 일품.

    옛 제자 카메론에게 항의해 볼 엄두도 내기 전에 그는 마을사람들과
    보도진에게 시달린다. 그 중에서 '악마의 변호사'같은 피터 멀로이 기
    자(톰 셀릭)가 특히 그를 괴롭힌다. "두려워 마세요. 나도 예전엔 그랬
    어요. 하지만주변에 공개하고 나니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어요." 이
    게 무슨 말인가.

    하워드는 자신도 게이라며 따라붙는 멀로이에게 백주 대낮에 키스까
    지 당한다.

    오즈 감독은 예측할 수 있는 코미디가 재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
    는 연출자이다. 웃기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그 키스가 '잠자는 숲 속의
    공주'처럼 하워드의 잠재의식을 깨운다.

    '멀로이 왕자'(?)의 키스를 받고난 '하워드 공주'(?)가 마침내 결혼
    식장에서 소위 '커밍 아웃'(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을 한
    다. "에밀리를 아내로 맞아 평생 사랑하겠습니까?" 주례의 질문에 침묵
    을 지키던 하워드는 잠시 후 '모기 소리'로 대답을 한다. "나는 게이입
    니다." 약혼녀와 어머니는 까무러치고 결혼식장은 풍지박산.

    마무리는 30년대 감독 프랭크 카프라식의 해피 엔딩이다. '디즈씨
    시내로 나가다'(36년)나 '스미스씨 워싱턴으로 가다'(39년)를 본 따 강
    당 연설로대미를 장식한 것. 졸업식장에 나타난 옛제자 카메론이 하워
    드 선생님을 변호하고 나선다. 하워드는 훌륭한 선생님인가, 진실을 숨
    겨온 게이인가? 우문의 현답은 게이 여부가 스승의 자격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인 앤 아웃'은 '게이와 사회적 편견'이란 논제에 대해 온전히 오락
    적인 방법으로 접근한다. 코미디 관객이란 영화를 보며 설득당하거나
    선악판정으로 고민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도 문제와
    상황은 그대로 남지만 관객은 순간순간 유쾌한 장면들을 즐겼으면 그것
    으로 충분하다. 한 평범한 교사가 감추고 있던 자아 속으로 들어와(Come
    In)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공개(Come Out)했다는 것은 줄거리가 아니라
    소재에 불과하다.

    남우 주연상 후보에 스티븐 시걸이 올랐다든지,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영화를 좋아하는 것으로 봐서 게이인 게 틀림없다든지 하는 정통 스크
    루볼코미디의 '양념 조크'가 이 영화의 '메인 메뉴'이다. 케빈 클라인
    과 조앤 쿠색의 연기도 맛깔난다.

    프랭크 오즈는 머펫 인형 작가로 PBS의 유명한 어린이 프로그램 '세
    서미 스트리트'의 감독. 97년 9월 미국 개봉작으로 박스오피스에서 2주
    간 1위를 했다. 미국 흥행 6천3백만달러. 90분.

    <*이성복 디지틀조선일보 영상사업부장·sb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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