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1997.12.22 17:48
북유럽 깊은 숲속에 숨어사는 무민 식구를 아시나요? 하마와 사람을
조금씩 닮은 괴상한 모습이지만, 상냥한 마음씨와 용기를 두루 갖춘 무
민식구들이 바다 건너 한국의 어린이 친구들을 찾아왔다. 핀란드 동화
작가 토베얀손의 장편동화 시리즈 '즐거운 무민 가족'(전8권·한길사)
이 어린이책 전문기획모임 '햇살과 나무꾼'의 번역으로 나왔다.
흔히 '무민동화'로 불리는 이 시리즈는 동화의 본고장인 북유럽을
대표하는 동화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동화에 등장하는 무민들은 사람
도 아니고 동물이나 식물 모습도 아니다. 하지만 사람같기도 하고 동물
같기도 한 이들 모습과 행동양태는 우리에게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이 캐릭터는 인간과 동물, 나아가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야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무민동화는 여기에 역경과 그
극복, 삶속에 드러나는 철학적 깨달음 등으로 어른에게도 감동을 준다.
국제 안 데르센상을 비롯한 수많은 상을 받은 무민동화는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됐으며, 만화영화-TV드라마-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이 동
화의 무대인 핀란드에는 무민동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무민놀이동산과
무민 박물관이 들어서기도 했다.
우표 디자이너 어머니와 조각가 아버지를 둔 작가는 못생긴 동물을
하나 만들어 남동생을 골려주자는 생각에서 무민을 그렸다고 한다. 작
가는 현재 제일 가까운 섬에서도 배로 한시간 거리인 외딴 섬에 혼자
집을 짓고 작품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각양각색의 생김새에 걸맞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우선 모험을 좋아하는 주인공 무민트롤과 부모를 비롯, 여자친구
인 스노크 아가씨, 겁쟁이에다 울보인 스니프, 자유를 사랑하는 고독한
방랑자 스너프킨, 무민 골짜기의 철학자 사향뒤쥐, 우표 수집가 헤물렌,
늘 우울한 이자벨 등이 등장한다.
1948년 나와 그에게 국제적 명성을 안겨준 '마법사의 모자와 무민'
은 마법 모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기한 경험과 각종 모험을 그렸다.
검은 마법모자를 쓴 무민트롤이 괴상한 모습으로 변해 곤욕을 치르기도
하고, 마음씨 나쁜 개미귀신을 이 모자에 가두자 갑자기 난쟁이가 되어
버리기도 한다.
'무민 골짜기에 나타난 혜성'에선 혜성이 붉은 꼬리를 길게 끌며 지
구로 접근하자 무민트롤과 친구들이 혜성의 진로를 관측하기 위해 높은
산의 천문대를 찾아나선다. 그 여행길에서 만난 다양한 동물들이 중간
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서로 힘을 모은다.
'아빠 무민의 모험'은 고아원의 부자유한 생활에 의문을 품고 탈출
하는 아빠 무민의 결단을 통해 자신의 소신을 바탕으로 자유롭게 삶을
꾸려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민 골짜기의 친구들'에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발휘하는 무민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엮어내는 이야기. 한결같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 그것에 열중하는 등장인물
들은 무민동화의 특징중 하나다.
'무민 골짜기의 여름' '무민 골짜기의 겨울'은 각각 홍수와 눈으로
인한 모험담이며, '아빠 무민 바다에 가다' '무민 골짜기의 11월'은 작
가가 성인용 동화로 구상했다.
소설가 한림화씨는 "무민동화의 독특한 캐릭터는 도식화된 사물인식
이나 삶의 방식을 뒤흔들어 상상과 감성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매력"
이라고 말한다.<최홍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