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1997.10.27 18:51

'아들 딸 구분없이 부모님이 원하는 사람과 함께 사세요.'(자녀)
'누구에게도 부담주고 싶지 않다. 우리 둘이 살련다.'(부모).
부모 부양에 대한 요즘 부모와 자녀들 사고방식을 대표하는 두가지
생각이다. 장남이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가부장적 전통은 이미 퇴색했
다.
대한가정학회는 고3 자녀를 둔 4백52가구에게 '부양 책임이 누구에
게 있는지' 물어봤다. 자녀 39.6%는 '부모가 원하는 자녀', 29.8%는
'아들 딸 모두'라고 답했다. 반면 부모는 '따로 살겠다'가 절반(48.6%)
에 육박했다. 장남이 부양 책임을 지거나 지우겠다는 답은 자녀 9.3%,
부모 10.4%에 불과했다.
서울대 최성재(51·사회복지학)교수는 "과거 장남은 재산 상속권을
지닌만큼 부모 부양 책임도 졌다"며 "하지만 89년 균분상속으로 민법
이 개정돼 더 이상 장남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고 말했다. 핵가족화와 개인주의로 요약되는 현대 한국 가정, 달라진
부모부양 실태와 의식을 짚어본다.
▲ 절반 가까운 부모가 자녀와 따로 살고있다 =44.9%가 자녀와
별거한다. 동거할 경우, 장남(66.4%), 차남 이하 아들(27.2%), 딸(6.4%)
순으로 함께 산다.(통계청 '96 한국의 사회지표').
▲ 부모와 함께 사는 가정은 도시보다 농 촌에 많다 =동거비율은
시지역 51.8%지만 군(군)지역 68.2%.(〃).
▲ 노인 부부만 사는 단독가구가 늘고 있다 =75년 전체가구 7%에
불과하던 노인 단독가구가 81년 19.7%, 90년 23.8%, 94년 41.0%로 급
증했다.(통계청 인구주택 센서스).
▲ 혼자 사는 독거 노인도 급증했다 =85년 혼자 사는 무의탁 노
인은 17만2천명이었지만, 90년 27만6천명, 95년 48만1천명으로 크게
늘었다.(〃).
▲ 교육수준이 높은 부모일수록 자녀와 따로 산다 =자녀 가족과
별거하며 경제적으로 독립생활을 하는 아버지의 학력은, 국졸이하 23.2%,
중졸 43.2%, 고졸 47.5%, 대졸 이상 53.1%.(96년 대한가정학회).
▲ 결혼후 분가했다 다시 부모와 합치려는 경우가 늘고있다 =고3
청소년 43.6%가 분가후 동거를 원했고, '처음부터 동거' 27.6%, '동거
후 분가' 15.5%, '처음부터 분가' 13.3% 순이었다.(〃).
▲ 부모는 별거는 물론, 경제적 독립도 원한다 =45.5%가 이 경우
를 원했고, 21.2%는 자녀와 동거하되 경제적 독립을, 15.8%는 자녀와
동거하며 경제적 부양도, 15.2%는 별거하지만 경제적 부양을 원했다.(〃).
▲ 딸도 부모를 부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늘고 있다 =아들의 경
우, 부양 책임이 부모가 원하는 자녀(42.6%) 다음으로 아들 형제(36.5%)
에 있다고 답했다. 반면 딸은 43.6%가 '아들이건 딸이건 아무나 부모
를 모실 수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88년 노인이 있는 가구중 딸 동거
가구가 3.6%였던 것이, 94년엔 5.9%로 늘었다.(〃).
▲ 취업주부는 부모 동거를 선호하지만, 의사결정권은 부모에게
주지 않는다 =취업주부 동거비율이 14.8%로 전업주부 11.2%보다 높다.
직종에 따라서는 판매-서비스직 17.9%, 전문-사무직 15.8%, 기능직 11.9%
순으로 동거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집안 의사결정권은 80.5%가 부모중
심보다 부부중심이라고 답해 전업주부 63.4%보다 높았다.(한국보건사
회연구원 '여성의 경제활동과 가족복지').
▲ 부모와 별거하는 경우 , 취업주부가 전업주부보다 더 자주 부
모를 찾아뵙는다 =시부모 방문에 취업주부는 연간 34.5일을, 전업주
부는 31.4일을 투자한다. 친정부모의 경우, 취업주부는 38.8일 방문하
고 전업주부는 25.7일에 그쳤다.(〃) < 이종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