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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식당] 4,500원짜리 산해진미

    입력 : 1997.06.03 19:39



    낯선 도시에 떨어졌더라도 뭘 먹을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택시 운전기사들에게 물어보라. 값싸면서 맛도 좋아
    야 하고, 찾기 쉬워야 하며 차 댈 곳이 넉넉해야 하는게 '기사식당'의 필
    요충분조건이다. 노란색,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운전기사들이 저마
    다 상을 하나씩 차지하고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방향으로 앉아있다.

    혼자 먹는 게 당연하다 보니, 다른 식당에서는 1인분 주문하기 힘
    든 불고기나 쌈밥들도 1인분씩 정갈하게 차려나온다. 4천5백원으로 누리
    는 진미들이다. 자가용 승용차와 외식이 일반화된 요즘, 기사식당 의미
    덕은 누구에게나 반갑다. 값 싸고 서비스가 좋다는 이점에 더해, 조용하
    다는 점도 꼽힌다. 술마시는 사람이 없으니까.

    광화문서 만난 운전기사 10명이 추천한 서울의 맛있는 기사식당 5
    곳을 돌았다.

    별 다섯이 만점(☆은 반점).

    ◇ 우리식당 (02-308-6868)
    양념 돼지고기와 낙지로 끓인 '돼낙탕'이 간판 메뉴다. 게와 조개
    를 넣은 대구탕이나 손바닥만한 홍어토막을 넣어 끓인 홍어탕도 인기다.
    일부러 들러 속을 푼다는 한 기사는 "고춧가루가 깨끗하다"고 평한다. 돼
    지고기는 생강을 많이 넣고 매콤하게 무쳐 불고기로, 돼낙탕으로 낸다.
    납작한 냄비 바닥에 양배추와 양파, 대파를 깔고 낙지와 돼지고기를 얹어
    끓인 돼낙탕은국물이 구수하니 맛있다. 북가좌동 소방서 바로 왼쪽, 길가
    에 있다. 맛★★★ 분위기★★.

    ◇ 중원 기사식당 (02-383-1865)
    기사식당에서 그리 흔치 않은 메뉴로 갈비탕을 낸다. 소위 'LA컷'
    으로 얇게 썬 수입갈비를 듬뿍 넣어 달큰한 특유의 맛을 강조한다. 해물
    된장은 조개 게들을 넣어 시원하고 구수하다. 무엇보다 자랑은 깔끔하
    게 차려내는 돌솥밥. 밥을 공기에 덜어낸 뒤 따뜻한 물을 부어두면 다
    먹을 때쯤 구수한 누룽지 숭늉이 된다. 쑥갓무침, 감자조림 같은 곁들
    이 반찬도 짭짤하다. 역촌동에서 모래내 가는 개천가 큰길, 역촌2동사
    무소 왼쪽에 있다. 맛★★★☆ 분위기★★☆.

    ◇ 송림식당 (02-457-5473)
    돼지불백이 '전공'이고 곱창전골, 해장국이 '부전공'이다. 4천5백
    원에 장사가 되나 싶을 만큼 고기가 푸짐하다. 고기는 간장과 참기름으
    로 무치고 양파, 버섯과 함께 버무렸다. 밥상에는 잘 익은 김치를 담아
    둔 찬합과 고추장 그릇이 미리 놓여있다. '불백 비빔밥 만드는 법'이
    밥상마다 붙어있다. 먼저 고기를 구운 뒤 김치 등을 넣고 볶으라고 알
    린다. 주차타워까지 따로 설치한 4층 건물, 기업형 기사식당이다. 지하
    철2호선 건대역에서 구의역쪽으로 가다 오른쪽, 자양중학교쪽으로 5백m쯤
    들어가면 주차타워가 보인다. 인근이 온통 기사식당촌이다.
    맛★★★ 분위기★★☆.

    ◇ 신촌 기사식당 (02-3664-4221)
    올해로 꼭 20년째 영업중이다. 일반식당서는 최소 두어명이 가
    야 먹을 해물잡탕을 1인분씩 깨끗하게 차려낸다. 조개 새우 게 미더덕
    도 푸짐하다. 돼지불고기 백반도 인기. 게장백반과 뼈다귀감자탕(4천
    5백원)에서 우렁된장백반(4천원)까지,기사식당치곤 메뉴가 다양한 편이다.
    양평동 인공폭포 지나 공항쪽으로 1㎞쯤 가다 첫 육교 못미쳐 왼쪽큰 길
    가에 있다. 맛★★★ 분위기★☆.

    ◇ 역삼동 북어집 (02-556-6143)
    '북어찜 백반(4천원)' 한 가지만 10년 넘게 파니 고민할 필요가
    없다. 앉으면 '그냥' 갖다 준다. 국물이 흥건해 찌개같은 북어찜이 짭
    짤하다. 밥공기 깊이만큼 위로 솟은 고봉을 다 비우기 벅차다. 지하
    철2호선 역삼역 네거리에서 개포세무서쪽으로 내려가다 오른쪽 첫 골목.
    50대분 주차장 뒤로 가정집처럼 생긴 2층 건물이다. 맛★★☆ 분위기★.

    <박선이 - 한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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