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0년 넘게 기다린 주민들을 더 이상 만만하게 보지 말고 대화의 상대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서울 강서구 염창동 주민 A씨)
최근 서울 강서구 일대가 정부의 잇단 공공주택 공급 계획과 공공시설 이전 추진 소식으로 거세게 들끓고 있다. 20년간 공원 조성을 기다려온 부지에 대규모 공공주택이 들어선다는 발표가 나온 데 이어, 강서구 내 핵심 입지 곳곳에 추가 개발 계획이 확인되면서다.
강서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LH와 SH 공공임대 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우선 LH가 서울에 직접 건설한 임대주택 총 3만2429호 중 25.8%인 8359호가 강서구에 위치해, 2위인 노원구보다 900호 가까이 많다. SH공사가 관리하는 아파트형 공공임대 역시 강서구가 2만476호로 가장 많다. 이는 2위 강동구보다 3000호 이상 많고, 강남구와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규모다.
◇ 염창공원 1000가구는 시작일 뿐… 9곳 합치면 ‘2300가구 안팎’
정부가 발표한 강서구 내 주요 공공주택 공급 대상지는 총 5곳이다. 지난해 9·7 대책에 포함된 ▲강서보건소 부지(297가구) ▲강서구의회 부지(163 가구)를 비롯해, 올해 1·29 대책의 ▲SBA 글로벌마케팅센터 부지(116가구), 8·13 대책의 ▲옛 공항고 부지(270가구) ▲염창공원 부지(1000가구) 등이다.
지역 내 여타 개발 사업도 잇따르고 있다. 땅집고 취재 결과, 양천로 일대 LH 매입임대 오피스텔(272가구)은 이미 착공 및 준공을 마쳤고, KT가양빌딩 부지에는 공동주택 168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구립 염창어린이집 부지의 장기전세주택 추진설이 나오는 가운데, 옛 염강초 부지에는 여명학교 설립이 추진되는 등 구 내 주요 부지를 둘러싼 개발 구상이 겹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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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은 8·13 대책에서 신규 공공주택지구 후보지로 지정된 염창공원 부지(약 5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곳에 공공주택 1000가구를 건설해 2029년 착공한다는 계획 아래 구체적인 지구 지정 절차를 앞두고 있다.
관할 구청은 공급 물량 일부를 일반분양으로 전환하고 임대 비율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주민 반발은 거세다. 지난 9월 예정됐던 첫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데 이어, 구청이 실시한 의견 청취 결과 제출 의견의 98.5%가 '원점 재검토' 또는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노후 단지 주민들의 자산 가치 하락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염창우성1·2차·삼천리아파트의 경우 재건축 후 986가구 중 224가구를 공공임대로 공급해야 한다. 기존 정비사업을 통한 임대 의무 공급도 버거운 상황에서 공공주택까지 쏟아지자 “지역 전체가 임대촌으로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급 계획만 있을 뿐 도로나 학교 대책은 전무하다”며 “임대주택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인프라 대책도 없고 주민과 대화도 없는 일방통행식 행정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 "일방적 통보 지양… 자치구별 배분 기준 투명하게 공개해야"
전문가들은 강서구에 공급 계획이 쏠리는 배경으로 행정 편의주의를 꼽는다. 다른 자치구에 비해 즉시 활용 가능한 유휴 부지가 많고, 이미 관련 시설이 밀집해 있어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에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이 적절히 분산 배치되면 문제가 없지만, 특정 지역에 지나치게 집중되면 '임대 밀집 지역'이라는 인식이 박혀 지역 이미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짚었다.
이어 "염창공원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근본적 원인은 주택 유형 자체보다 일방적인 행정 통보 방식에 있다"며 "자치구별 배분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전 협의를 거치는 것은 물론, 도로·녹지·학교 등 기반시설 인프라 확충이 선행되는 합리적 절차가 뒷받침돼야 주민 수용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herim570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