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합원별 분리 과세 주장 배척
철거 예정 주택까지 과세 놓고 다툼
사업 지연에 세금 부담…추가 분담금 우려
[땅집고] 아파트를 짓기 위해 조합원들이 낸 돈으로 사들인 부동산에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면서 지역주택조합과 과세당국 사이의 법적 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조합 측은 공동주택 건설을 목적으로 확보한 부동산인 만큼 조합원별로 나눠 과세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법원은 조합이 보유한 부동산을 합산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5일 법조계와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서울 동작구에서 공동주택 신축사업을 추진하는 A 지역주택조합이 동작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부동산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A조합은 2022년 10월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지역주택조합이다. 조합원들이 납부한 토지매입비 등으로 사업부지 내 주택과 토지를 순차적으로 사들인 뒤 신탁회사 명의로 등기를 마쳤다. 과세당국은 2021~2023년 해당 부동산에 대한 종부세와 농어촌특별세를 부과했다.
조합은 2023년 12월 세금을 다시 계산해 달라며 경정청구를 제기했다. 조합이 보유한 부동산을 한꺼번에 합산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별로 과세표준을 나눠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세무당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조세심판원 심판을 거쳐 행정소송에 나섰다.
조합 측은 사업부지 매입에 사용된 돈이 조합원들에게서 나온 만큼 부동산도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의 신탁재산이라고 주장했다. 조합원별로 계산하면 각자의 부동산 공시가격은 수천만원 수준에 그쳐 종부세 과세기준금액에 미달한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원은 해당 부동산이 신탁재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조합원별 과세표준 분리는 허용하지 않았다. 조합이 분담금을 모아 부동산을 취득하고 신탁회사에 맡긴 이상 종부세 납세의무자는 조합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조합원들이 낸 분담금은 하나의 사업자금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개별 부동산을 어느 조합원의 돈으로 취득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봤다.
비슷한 판결은 다른 지역주택조합에서도 나왔다. 수원지방법원은 올해 4월 B 지역주택조합이 제기한 종부세 경정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조합 측 청구를 기각했다. 이 조합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조합원 분담금으로 사업부지를 확보했다. 이후 2018~2023년 귀속 종부세를 조합원별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합이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도 기각됐다.
앞서 서울행정법원도 2024년 1월 유사한 소송에서 조합원별 분리 과세를 인정하지 않았다. 조합원들에게 부동산을 개별적으로 신탁받은 것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낸 돈으로 매입한 만큼 조합을 사실상 소유자로 봐야 한다는 취지였다.
◇과거 조합 승소 판례도…사업비 부담 변수
과거에는 조합 측에 유리한 판결도 있었다. 대법원은 2014년 서울 동작구 C 지역주택조합에 부과된 종부세와 농어촌특별세 약 10억2000만원의 과세처분을 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당시에는 조합이 여러 위탁자로부터 신탁받은 부동산을 일괄 합산해 세금을 계산한 것이 문제였다. 대법원은 위탁자별로 구분되는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각각 과세표준을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조합의 납세의무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최근 판결은 부동산을 취득한 방식과 적용 법령에서 차이가 있다. 조합원들이 개별 부동산을 신탁한 것이 아니라, 조합이 분담금을 모아 직접 부동산을 매입한 뒤 신탁회사에 맡겼기 때문이다. 이 경우 조합원별로 재산을 나눠 과세할 근거가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특히 2020년 말 종부세법 개정으로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원 분담금으로 매수해 소유한 신탁주택은 해당 조합을 납세의무자로 보도록 명시되면서 합산 과세의 법적 근거도 명확해졌다.
문제는 사업이 지연될수록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아파트 건설을 위해 기존 주택과 토지를 순차적으로 확보하는데, 사업계획 승인이나 철거가 늦어지면 부동산 보유기간도 길어진다. 과세 요건에 해당할 경우 매년 보유세가 발생해 조합의 사업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종부세가 부과됐다고 곧바로 개별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부담은 조합의 재정 상태와 사업비 집행, 조합 규약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사업부지 확보 이후 개발이 장기화하는 조합일수록 세금 지출이 누적될 수 있어, 종부세 과세방식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상철·이상엽 건국대 연구진은 한국건설관리학회 논문 ‘지역주택조합의 주택건설사업 추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사업 추진이 장기화할 경우 각종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조합원 간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chan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