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강태영 행장 리더십에 대형 흠집…NH농협은행 고객 자료 조작 '기관 경고'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11.06 06:00

2년 걸쳐 고객 기록 4만7335건 조작
자금세탁방지 수시검사 조직적 방해
금감원, '자료 조작·검사 방해'로 기관경고
강태영 은행장 임기 만료 앞두고 악재로

[땅집고] 강태영 NH농협은행장./NH농협은행 제공



[땅집고] NH농협은행이 금융감독원 검사를 앞두고 고객확인 기록 수만 건을 고쳐 허위 자료를 내고, 검사반의 전산 접근까지 막은 사실이 드러나 '기관경고' 중징계를 받았다. 전년도 정기검사 때도 같은 방식으로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 농협은행에 기관경고를 내렸다고 5일 밝혔다. 직원 등 15명(미등기 임원 포함)에게는 감봉 6명, 견책 7명, 주의 2명의 조치를 했고, 자율처리필요사항 2건도 통보했다. 등기 임원에 대한 제재는 없었다. 기관경고는 등록·인가 취소, 영업정지, 시정명령 다음 수위의 중징계다. 향후 신사업 인허가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 문제 알고도 22명 동원해 2만7808건 조작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2025년 자금세탁방지(AML) 업무 전반에 대한 수시검사에서 검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 모 부서는 금감원에 낼 사전자료를 준비하다가 두 가지 문제를 알게 됐다. 거래 목적이나 자금 원천 확인 같은 강화된 고객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고객의 국적과 실제 소유자 정보가 증빙과 다르게 입력돼 있었다. 이 부서 4개 팀 직원 22명은 2025년 4월 8일부터 5월 9일까지 AML 시스템에 접속했다. 그리고 고객이나 영업점 직원이 입력한 고객확인 내역 2만7808건을 고객이나 영업점 확인 없이 고쳤다. 바뀐 내역은 검사 사전자료용 엑셀 파일에 반영돼 금감원에 제출됐다.

국적은 '한국'인데 고객명이 영문이거나 실명번호 뒷자리가 외국인에 해당하는 1726건도 별도 검토 없이 지운 채 제출했다.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삭제된 항목 중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위험국가 고객에 대한 강화된 고객확인 위반이 66건 나왔다.

금감원이 2025년 3월 26일 '제3자를 통한 고객확인 내역'을 포함하라고 요청했지만, 농협은행은 협의 없이 이 자료를 뺐다. 검사반은 5월 30일 누락 사실을 파악해 다시 요구했고, 자료는 6월 5일에야 들어왔다. 당초 제출 기한인 4월 8일보다 약 60일 늦었다.

◇ 현장검사 직전 "권한 재정비" 공문…검사반 눈 가려

농협은행은 검사반이 이런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도록 시스템 접근도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부서는 현장검사 착수 직전인 2025년 5월 9일 다른 부서에 ‘AML 시스템 화면별 권한 재정비 요청' 전자공문을 보냈다. 이후 검사반의 접근 권한을 "체계적·단계적으로" 제한했다. 이미 부여한 권한은 기능을 제한하거나 화면의 특정 정보를 숨겼다. 아직 부여하지 않은 권한은 검사반이 추가로 요청할 것에 대비해 미리 일부 기능을 막아두거나 화면을 숨겨놨다.

검사반은 현장검사 착수 때 이미 권한 조정이 끝난 상태여서 제한된 범위에서만 검사할 수 있었다. 5월 27일 권한이 조정돼 실태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알고 권한 부여를 요청했다. 요청한 메뉴에 접근한 것은 착수 약 2주 뒤인 5월 30일이다.

조작은 처음이 아니었다. 같은 팀은 2024년 금감원 정기검사 때도 고객확인 정보가 근거 서류와 다르게 입력되고 강화된 고객확인이 미흡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팀은 내부 회의를 거쳐 이를 고치기로 결정했다. 소속 직원 6명은 2024년 4월 22일부터 6월 28일까지 고객확인 내역 1만9527건을 고객이나 영업점 확인 없이 수정했고, 이를 반영한 허위 자료를 냈다. 두 해에 걸쳐 손댄 고객확인 기록은 4만7335건에 이른다.

◇ 연말 임기 만료 강태영 행장 내부통제 리더십도 도마에

이번 제재에서 등기 임원은 한 명도 처분을 받지 않았다. 징계는 감봉 이하 직원 15명에게만 내려졌다. 금감원은 임원이 조작이나 방해를 지시한 정황을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십 명이 한 달 넘게 수만 건의 기록을 고치고 부서 간 공문으로 검사반 권한을 조정하는 동안 경영진이 이를 전혀 몰랐다면, 그 자체로 내부통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 임기 만료를 앞둔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내부통제 리더십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12월 31일 끝난다. 농협금융지주는 차기 행장 선임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출범한 농협은행에서 연임한 행장은 이대훈 전 행장뿐이다. 업계에서는 기관경고가 연임을 법적으로 막지는 않지만, '금융사고 제로'를 내걸었던 행장이 재임 중 감독당국 기만으로 중징계를 받은 만큼 연임 심사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본다. 강 행장은 2025년 1월 취임사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금융사고 제로화를 실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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