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과거 “돈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국내 최고가 아파트 PH129를 분양받았다고 밝혔던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가 집을 155억원에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에듀테크 로봇기업인 럭스로보가 한 때 구글의 1300억원대 인수 제안까지 받을 정도로 유망했지만, 최근 실적 적자 행진을 걷고 있어 처분을 결정한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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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매각으로 100억 현금 부자 등극…곧바로 PH129 분양받아
업계에 따르면 오상훈 럭스로보 대표는 2021년 92억9070만원에 분양받았던 서울 강남구 청담동 PH129 전용 273㎡를 지난해 12월 155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약 4년 만에 단순 시세차익이 62억원을 웃돈다. 소유권 이전은 올해 5월 이뤄졌다.
오 대표는 2014년 럭스로보를 설립한 뒤 교육용 모듈 로봇인 ‘모디’(MODI)를 앞세워 회사를 성장시킨 인물이다. 모디는 레고처럼 여러 모듈을 조립해 로봇이나 각종 전자기기를 만든 뒤, 코딩으로 작동시키는 교육용 제품으로 청소년들의 소프트웨어 교육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해외로 진출한 뒤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2017년 구글로부터 1억달러(약 1340억원) 인수 제안을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러다 한 기업이 럭스로보에 투자하면서 오 대표의 지분 일부를 사들였고, 그는 약 100억원 현금을 얻게 됐다. 이 현금으로 매수한 아파트가 바로 국내 최고가 아파트 중 하나로 꼽히는 PH129다.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청담동 한강변에 2020년 입주한 최고 20층, 총 29가구 규모 단지다. 이 중 한 채를 2021년 약 93억원에 분양받았다.
앞서 오 대표는 2024년 언론 인터뷰를 통해 PH129를 분양받게 된 계기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갑자기 100억 원이 생기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면서 “집을 여러 채 사면 세금이 더 나와서 한 채만 사야겠다 싶었고 PH129 분양 자리가 남은 걸 확인해서 바로 매입했다, 돈을 안정적으로 보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초고가 주택 담보로 사업 대출…실적 저조하자 4년 만에 155억 매각
오 대표는 럭스로보 사업에 PH129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집을 담보로 은행권에서 대출을 여럿 받은 것.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23년 3월 오 대표를 채무자로 한 채권최고액 10억2000만원의 근저당권이 설정됐고, 같은해 10월과 2024년 10월에는 럭스로보를 채무자로 한 채권최고액 36억원의 근저당권이 각각 설정된 이력이 있다.
담보 대출 사실과 관련해 그는 언론에 “회사와 내가 한몸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사업에 진심이고, 회사가 정말 잘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럭스로보 실적이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순수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닌 하드웨어까지 제조하는 기업인 만큼 모디를 생산해내려면 각종 부품이 필요한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이 치솟으면서 사업에 타격을 입었다는 것.
실제로 2022년까지만 해도 17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8억9000만원으로 3년 만에 89% 감소했다. 더불어 2025년 기록한 영업손실이 72억70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자본총계 역시 마이너스 17억60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기록 중이다. 결국 럭스로보는 상장 계획도 철회했다. 2024년 7월 신청했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그해 10월 자진 취소한 것.
결국 오 대표는 지난해 12월 PH129를 155억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선 주택 처분 계기가 럭스로보의 실적 부진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한다. 그가 4년여 전 이 집을 93억원 정도에 분양받았던 점을 고려하면, 단순 시세차익으로 62억원 이상을 얻으면서 사업 회복에 마중물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단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동산 관련 세금과 각종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차익은 더 줄어들 수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