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2년 전 4000억원대 경매 사기 피해를 벌였던 ‘굿프렌드 경매학원’ 소유의 인천 무인도가 94억원에 경매로 나왔다. 학원 측이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외딴 섬이었던 이 곳을 경매로 사들인뒤 유망 투자처인 것처럼 홍보하며 수강생들을 상대로 투자 사기를 벌였는데, 이 사기의 온상이었던 섬이 다시 경매 시장에 등장한 것이다.
◇관광지였다가 무인도 된 비운의 섬 물치도
땅집고옥션에 따르면 지난 10월 인천시 동구 만석동 소재 무인도 ‘물치도’ 6만1948m²(약 1만8740평)가 감정가인 94억3305만원에 최초 경매를 진행했다. 이날 경매에 참여한 사람이 없어 유찰됐고, 이달 19일 최저입찰가가 낮아진 66억313만원에 2회차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건번호 2025타경507547.
물치도는 과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에서 경매 교육을 진행하던 ‘굿프렌드 경매학원’이 수강생들에게 ‘A급 물건’이라고 홍보하며 투자 사기를 벌였던 곳으로 업계에서 악명이 높은 섬이다.
☞AI ×Real Estate,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전략
물치도는 인천 영종도 앞바다 인근에 자리잡고 있다. 한 때 작약도라고도 불렸다. 과거 월미도에서 출발해 물치도까지 운행하는 배가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유명했다. 1976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분양했던 한보그룹이 물치도를 소유했을 때는 관광사업으로 연간 20만명이 넘는 유동인구를 끌어들이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한보그룹이 1998년 부도로 문을 닫자 섬 소유권은 ㈜원광을 거쳐 2005년 진성토건에게로 넘어갔다. 시간이 지나며 물치도는 관광지에서 허허벌판 무인도로 변했다. 여객선 운항은 영종도가 개발된 이후 2013년쯤 멈췄다고 전해진다. 배가 끊긴 뒤 현재 대중교통으로 접근은 어려운 상황이며, 섬 내부에 개설했던 해안도로도 상당수 파손돼 교통 상황이 열악한 편이다.
◇굿프렌드 경매학원, 물치도 개발하겠다며 공동투자자 모아
그러다 약 15년 만에 경매 시장에 등장한 물치도를 2020년 4월 경매학원을 운영하던 ㈜굿프렌드가 94억원에 낙찰받으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굿프렌드 경매학원은 물치도를 이른바 A급 투자 물건으로 소개하면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 곳을 직접 춘천 남이섬처럼 종합레저단지로 재탄생시킬 예정인데, 공동투자하면 앞으로 쏠쏠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홍보한 것. 실제로 굿프렌드 측은 2022년 10월 인천해수청에 물치도 전체 부지 10%인 7877㎡(약 2400평)에 110억원을 투입해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물치도 무인도서 개발사업’ 신청서까지 제출하기도 했다. 이런 개발 계획을 수강생들에게 홍보해 투자금을 받아냈다.
☞AI로 읽고, 분석하고, 결정하는 부동산 개발
하지만 2024년 12월까지 물치도를 개발하겠다던 굿프렌드 측은 공사 첫 삽 조차 뜨지 않았다. 일단 섬에 건설 자재를 들여야 하는데 선착장이 하나도 없어 공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선착장을 짓는 비용으로 100억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데 굿프렌드 측이 시설을 전혀 마련하지 않았던 것.
업계에선 무엇보다 물치도 개발 자체가 사업성이 떨어져 애초에 추진할 수 없는 프로젝트였다고 지적한다. 사업을 추진하려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승인을 새롭게 받고 협의 및 무인도서 개발사업 타당성 검토 등 선행 작업 등을 거쳐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그동안 물치도를 관광지로 새롭게 개발하려는 시도가 수 차례 있었지만 전부 무산된 역사가 있다. 예를 들어 2015년에는 미국기업 한국법인인 ㈜JY Project가 인천시 동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 섬을 복합관광휴양지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던 적이 있다. 2700억원을 들여 약 10년 동안 매립 작업을 진행한 뒤 호텔, 리조트, 해양레저시설 등을 지어 국제적 수준의 관광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인천시 및 동구의 적극 협조에도 불구하고 사업이 전면 무산됐다.
◇알고 보니 4000억대 투자사기…결국 94억에 매물로
굿프렌드 측의 공동투자 유도가 사기였다는 것을 인지한 수강생들은 공동 대응에 나섰다. 당시 피해자들은 “ 물치도에 투자금을 건넨 사람만 104명으로 집계됐고, 학원이 다른 매물을 통해 벌인 것까지 합하면 피해자가 7000명, 피해금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강생 한 명당 적게는 1000만원 수준부터 많게는 수십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굿프렌드는 이른바 ‘돌려막기’식 투자를 이어가다 자금난을 겪으면서 자산을 줄줄이 경매로 내놓고 있다. 물치도의 경우 채권액 합계가 228억6500만원에 달하는 가운데, 안양원예농협이 법원에 4억7000만원대 채권을 청구하는 임의경매를 신청하면서 경매가 시작됐다. 이달 19일 진행하는 2회차 경매에서 66억원대에 입찰을 받을 에정이지만 물치도가 사실상 가치가 없는 땅인 만큼 응찰자가 없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한 경매 전문가는 “굿프렌드 측이 공동 투자 현장마다 특수목적법인(SPC)를 만들어 대여금이 아닌 투자금 형태로 돈을 받았기 때문에, 만에 하나 섬이 경매에서 팔리더라도 수강생들이 낙찰 대금을 나눠가지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