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서 최대 24억 근저당…반포·분당서도 포착
[땅집고]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방송인 김동현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를 100억원에 매입하면서 주목받은 이른바 ‘집주인 대출’이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거래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매도자가 매수인에게 매매대금 일부를 빌려주고 해당 주택을 담보로 잡는 ‘셀러 파이낸싱(Seller Financing)’ 방식이다. 고강도 대출 규제로 고가 아파트 매수자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매도자가 직접 잔금 마련을 돕는 거래 방식이 떠오른 것이다.
◇강남권에서 수십억 근저당…분당까지 확산
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6·7단지’에서 9월 거래한 아파트 3가구에 거액의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포주공6단지 전용면적 60㎡는 32억원에 거래했으며, 해당 주택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24억원에 달했다. 매매가격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근 개포주공7단지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왔다. 전용 83㎡ 아파트 2가구는 각각 35억원과 34억원에 거래했으며,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각각 20억원과 18억원에 달했다. 매매가격 대비 채권최고액 비율은 각각 약 57%, 53% 수준이다. 채권최고액을 원금의 120% 수준으로 설정했다고 가정하면 개포주공6단지의 차입 규모는 약 20억원, 개포주공7단지 2건은 각각 약 16억7000만원과 15억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매도인이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조건을 내건 매물은 개포동 밖에서도 등장했다. 같은 달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 매물에는 호가 45억8000만원에 매도인 근저당 10억원까지 협의할 수 있다는 조건이 붙었다. 강남구 ‘아크로삼성’ 전용 92㎡ 역시 호가 55억원 가운데 20억원을 집주인에게 빌릴 수 있다는 내용으로 매수자를 찾았다.
실제 매매계약에서 매도인이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례도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에서는 4월 말부터 7월 하순까지 거래한 15억원 이상 아파트 가운데 등기부를 확인한 30건 중 9건에서 매도인을 채권자로 하는 근저당권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한 아파트는 23억원에 거래하면서 20억9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재건축 사업시행자 지정에 따른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을 앞두고 잔금 지급보다 소유권 이전을 서두른 사례로 분석됐다.
격투기 선수 출신의 예능인 김동현은 9월 23일 압구정 ‘신현대12차’ 전용 182㎡를 10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10월 21일 소유권을 이전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았다. 등기부등본에는 기존 공동 소유주 4명을 채권자로 하는 근저당권 4건을 설정했으며, 채권최고액 합계는 60억원이었다. 이를 토대로 실제 매도인에게 빌린 돈은 약 50억원으로 추정한다.
‘셀러 파이낸싱’이라고도 불리는 근저당 매매법은 집을 파는 사람이 매매대금 일부를 즉시 받지 않고 매수자에게 빌려주는 거래 방식이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분당 아파트를 매각할 때 같은 방식을 적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통령 부부가 스스로 정부의 대출 규제를 무력화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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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은 약 30년간 보유하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양지마을금호1단지를 29억원에 매도했다. 그러면서 이 집을 담보로 17억7000만원 상당 근저당권을 설정하며 매수인에게 소유권을 먼저 이전해줬다. 대통령이 매수인에게 사실상 거액의 개인 대출을 허락한 것. 당시 청와대의 설명은 매수인의 사정으로 잔금 지급을 10월 말까지 유예했고, 미지급 잔금을 담보하기 위한 조치며 별도 이자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비판이 사그러들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시범을 보이면서 셀러 파이낸싱이 이른바 ‘이재명 매매법’이란 별칭을 얻었다.
◇은행 대출 막히자 집주인이 잔금 지원…고가주택 거래 새 변수
이처럼 매도자가 직접 자금을 빌려주는 거래 방식이 등장한 배경에는 더욱 강력해진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있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가격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제한됐다. 30억~40억원대 아파트를 매입하더라도 금융권에서 조달할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최대 2억원에 그치는 셈이다.
결국 매수자가 상당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거래 자체가 어려워지는 구조다. 반면 매도자는 집을 팔고 싶어도 매수자의 잔금 조달 문제로 거래가 무산될 수 있다. 셀러 파이낸싱은 이처럼 매수자와 매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등장한 자금 조달 방식이다.
특히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처럼 매매가격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주택은 대출 한도와 실제 필요한 자금 사이의 격차가 크다. 매도자가 일부 대금을 나중에 받는 조건을 수용하면 매수자는 당장 필요한 현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매매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고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만 셀러 파이낸싱이 거래 당사자 모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매도자는 소유권을 넘겨준 뒤에도 매매대금 일부를 돌려받지 못할 위험을 부담한다. 매수자가 약속한 시점에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권 실행 등 별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매수자 역시 금융권 대출 대신 개인 간 채무를 부담하는 만큼 상환 조건과 이자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시장에서는 이런 거래가 늘어날 경우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실효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권 대출을 제한하더라도 개인 간 자금 거래까지 차단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셀러 파이낸싱은 매도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매수자 역시 상당한 자기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일반적인 주택 거래로 확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