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전세금 HUG에 맡기면 월세 0원…정부, '전월세 안심신탁' 첫 모집

뉴스 배민주 기자
입력 2026.11.04 11:57

임대인에 연 4.35% 수익 지급
내년 1월부터 순차 입주


[땅집고] 세입자가 집주인 대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전세보증금을 맡기고, 계약이 끝나면 HUG로부터 돈을 돌려받는 새로운 임대차 제도가 나온다. 집주인은 HUG가 보증금을 운용해 얻은 수익을 매달 월세처럼 받고, 세입자는 별도의 월세 부담 없이 거주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전세사기를 예방하면서 월세 물량을 전세로 전환해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4일 국토교통부와 HUG는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의 첫 임대인 모집공고를 내고 참여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지난 8월 발표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의 후속 조치로,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전월세 안심신탁의 핵심은 집주인에게 직접 건네던 전세보증금을 공공기관이 보관한다는 점이다. 기존 전세계약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지급하고 계약 만료 시 돌려받는다. 집주인의 자금 사정이 나빠지거나 주택이 경매로 넘어가면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었다.

반면 안심신탁은 임대인과 임차인, HUG가 3자 계약을 체결한다.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HUG 전용 계좌에 예치한다. 계약할 때 10%, 입주할 때 나머지 90%를 납입하는 구조다. HUG는 예치금을 운용해 집주인에게 매달 수익을 지급하고, 계약이 끝나면 세입자에게 예치금을 직접 반환한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보관하거나 반환할 의무가 없다는 점에서 법적으로는 '보증금 없는 월세' 형태의 계약이다. 다만 일반 임대차계약과 마찬가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적용해 계약갱신청구권과 임대료 증액 제한(5%), 대항력 등을 보장한다.

집주인에게는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제공한다. 이번 모집공고에서 HUG가 제시한 약정 수익률은 연 4.35%(세전)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3억원을 예치하면 집주인은 연간 1305만원, 매달 약 108만7500원을 받는다. 예치금이 5억원이라면 월 수익은 약 181만2500원이다.

HUG가 월 수익을 지급하기 때문에 세입자의 월세 연체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기존 계약이 정상적으로 끝난 뒤 새 안심신탁 계약을 체결하면 공실 기간에 대해서도 최대 2개월 치 수익을 지원한다. 다만 기존 계약을 중도 해지한 경우에는 공실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정부는 임대인 참여를 늘리기 위해 세제 혜택도 추진한다. HUG가 지급하는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세·법인세를 50% 감면하고, 감면 세액에 붙는 농어촌특별세도 면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하므로 현재 확정된 혜택은 아니다. 정부는 2027년 귀속 임대소득을 신고하는 2028년 5월 이전까지 법 개정을 마칠 방침이다.

사업 대상은 주택가격 20억원 이하인 주택이다. 아파트와 빌라, 단독주택 등 주택 유형에는 제한을 두지 않지만 기존 선순위 부채가 주택가격의 80%를 넘으면 참여할 수 없다. 세입자가 예치하는 금액도 해당 주택의 적정 전세 시세 이내로 제한한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소득이나 자산에 따른 별도 자격 제한은 없다.

월세를 완전히 없애는 전세형 외에 일부 월세를 내는 준전세형 계약도 허용한다. 다만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직접 내는 월세는 예치금의 240분의 1 미만이어야 한다.

세입자의 목돈 마련을 위한 대출 지원도 추진한다. 정부는 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보증하는 전용 전세대출을 마련하고, 소득·자산 요건을 충족하는 세입자는 주택도시기금의 버팀목 대출도 이용할 수 있도록 연내 관련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기존 전세보증금반환보증이나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할 필요가 없어 보증료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집주인의 채무로 해당 주택이 압류되거나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HUG가 예치금을 별도로 보관하기 때문에 보증금 반환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주택 훼손 등을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면 HUG가 예치금 일부의 반환을 유보할 수 있다.

정부가 안심신탁을 도입한 배경에는 전세사기 우려와 월세 부담 증가가 있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직접 집주인에게 맡기지 않도록 해 반환 위험을 차단하고, 집주인에게는 일정한 수익을 보장해 기존 월세 주택의 전세 전환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다만 제도가 실제 임대차 시장에서 얼마나 확산할지는 임대인의 참여 규모에 달렸다. 집주인은 기존 전세계약과 달리 보증금을 직접 활용할 수 없다. 반면 HUG가 지급하는 수익률은 계약 기간 동안 유지하기 때문에 월세 연체 위험을 줄이려는 임대인에게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시장금리 등을 반영해 반기별 모집공고마다 약정 수익률을 새로 제시할 예정이다.

임대인은 4일부터 HUG 안심전세포털과 전국 HUG 지사에서 상시 신청할 수 있다. HUG는 신청 주택의 요건을 검증한 뒤 임대인·임차인과 3자 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입주를 진행한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전세금을 공공이 책임지고 보관하는 전월세 안심신탁사업은 임차인에게는 전세사기 걱정 없는 전세를, 임대인에게는 연체·공실 걱정 없는 월세를 제공하는 새로운 선택지"라며 "임대차 시장의 또 하나의 계약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

화제의 뉴스

전세금 HUG에 맡기면 월세 0원…정부, '전월세 안심신탁' 첫 모집
여의도 첫 ‘아크로’ 들어섰다…최고 40억 ‘아크로 여의도 더원’ 준공
비역세권인데 이 가격?…미분양 도시서 또 3.3만가구 공급 예고 | 한화포레나 지제역
하안주공10·11단지, 롯데건설 무혈입성 하나…현설 단독 참석
고덕·상일동 이어 명일동까지…1만 가구 재건축에 20억대 거래 잇따라

오늘의 땅집GO

고덕·상일동 이어 명일동까지…1만 가구 재건축에 20억대 거래
"1만원 넣고 건물주된다"… 부동산판 뒤집을 조각투자 시대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