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원전-신공항 '승자의 저주'에 빠질순 없다" 대우건설의 샅바싸움

뉴스 배민주 기자, 박기홍 기자
입력 2026.11.03 06:00

체코 원전, 한수원과 시공계약 협상 결렬
정부, 팀코리아 내부 갈등 질타
가덕도신공항 BS한양도 탈퇴 요청
대우·중흥 지분 64%, 추가 부담 우려

[땅집고]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한국수력원자력이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신규 원전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면서 8년간 이어진 협력관계에 균열이 생겼다. /한수원


[땅집고] 해외 대형 원전 사업과 국내 대표 국책사업에 동시에 참여해 온 대우건설이 잇따른 난관에 부딪혔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함께 수주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시공계약 협상이 결렬됐고, 국내에서는 주간사로 참여한 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의 착공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해외 원전에서는 8년 공조 체제가 무너졌고, 국내 대형 토목에서는 공사비 마찰과 참여사 이탈이라는 이중고를 겪는 모양새다.

두 사업 모두 대우건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 온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체코 원전은 한국형 원전의 유럽 진출을 상징하는 사업이고, 가덕도신공항은 대우건설이 지분 55%를 보유한 컨소시엄을 이끄는 사업이다. 두 프로젝트 모두 향후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경쟁력과 토목사업 실적을 가늠할 주요 사업으로 꼽혀 왔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불리한 조건에서 공사를 수행할 경우, 당장은 이익처럼 보여도 결국 적자의 늪에 허덕이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고 밝혔다.

◇26조 체코 원전, 8년 공조 무색…시공계약 끝내 결렬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시공계약 협상을 공식 종료했다. 양측이 주요 계약조건을 놓고 장기간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18년 공동협력협약을 체결한 지 8년 만이다.

두코바니 원전 사업은 체코에 1000㎿급 한국형 원전 APR1000 2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총사업비는 약 26조원 규모로, 한국이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한 이후 15년 만에 따낸 대형 원전 수출 사업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컸다.

협상 결렬의 핵심 원인은 공사비 산정 방식이다. 한수원은 체코 발주처가 요구한 총액 확정 계약 방식에 맞춰 공사비를 고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은 설계 변경이나 실제 시공 과정에서 물량이 늘어날 경우 추가 비용을 정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맞섰다. 공사 범위와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정된 공사비를 적용하면 민간 시공사가 과도한 위험을 떠안게 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15개월간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을 진행했지만 결국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양측이 제시한 시공비 차이도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결렬 직후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반발했다. 컨소시엄은 한수원이 추가 협상 기한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협상 종료를 발표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특히 10월 초 새롭게 제시된 계약조건을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은 2일 입장문을 내고 “산업부에서 직접 원청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의 지난 협상 과정들을 점검하고, 시공 컨소시엄의 최종 제시안에 대해 검토해 재협상 중재에 나서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신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준비에 착수했다. 한수원은 대우건설이 신월성 원전 1·2호기 이후 10년 넘게 원전 시공 실적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사업 수행 역량에 우려도 제기했다. 내년 7월 전까지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팀코리아가 수주한 사업에서 시공 주체가 바뀌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새 시공사로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이 거론된다.

◇팀코리아 유럽 원전 수출 1호 사업, 시공사 교체 변수

문제는 체코 정부와의 신뢰 관계와 향후 사업 일정의 안정성이다. 체코 정부와 발주사는 당초 올해 9월 말까지 시공사 계약을 끝내라고 요구해 왔다. 협상이 늘어지면서 설계 하도급 관리와 시공 문서 제출이 늦어지자 체코 측에서도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체코 원전 협상 결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SNS에 “기업 간 자율적인 협상과 경영상 판단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함께 체코 원전 수주를 이뤄낸 기업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팀코리아’의 내부 갈등을 강하게 질타했다. 정부는 비상관리체제를 가동해 장·차관이 매주 사업 현안을 점검하고, 원전 수출 과정의 분쟁을 조정할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땅집고]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대우건설이 주도하는 부지조성공사는 공사비 증액 협상이 길어지는 가운데, 컨소시엄 참여사인 BS한양까지 탈퇴를 요청하면서 사업 추진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


◇가덕도도 공사비 갈등…컨소시엄 참여사 이탈 움직임

국내에서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변수다. 대우건설은 총 19개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의 주간사로, 전체 지분의 55%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올해 11월 우선시공분 착공, 내년 상반기 본공사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총공사비 약 10조7175억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당초 현대건설이 주도했던 사업이지만, 공사기간을 둘러싼 갈등 끝에 지난해 5월 철수했다. 이후 대우건설이 주간사를 맡았으나 이번에는 공사비 증액 문제로 정부와 협상이 길어지고 있다. 컨소시엄은 공사비 약 6200억원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컨소시엄 간 공사비 조정 방식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달 국토교통부와 민주당은 당정협의에서 공사비를 약 8500억원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공사 측이 추가로 요구하는 62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아직 확정 금액은 아니다.

공사비 증액 문제에 이어 컨소시엄 내부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나타났다. 지분 5%를 보유한 BS한양은 지난달 대우건설에 컨소시엄 탈퇴 의사를 전달했다. 앞서 올해 초에는 롯데건설이 참여를 포기했고, 금호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기존 컨소시엄에서 빠졌다. 부산·경남 지역 건설사 13곳 역시 물가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으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공사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공동 탄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두 사업의 차질은 대우건설의 올해 수주 실적에도 변수로 떠올랐다. 대우건설은 지난 8월 연간 신규 수주 목표를 18조원에서 27조원으로 높였지만, 3분기까지 확보한 수주액은 12조4782억원으로 목표의 46.2%에 그쳤다. 체코 원전과 가덕도신공항은 회사가 연내 계약을 기대했던 주요 사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국책사업이라도 공사비 상승이나 설계변경에 따른 책임 범위를 명확히 정하지 않으면 계약 이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대우건설은 체코 원전 협상 결렬에 따른 후속 대응뿐 아니라 가덕도신공항의 공사비 협상과 컨소시엄 재편까지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고 말했다. /hongg@chosun.com,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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