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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MBK 상대 8000억대 소송 승소…"약탈적 자본의 적대적 M&A에 단호히 대응"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11.03 06:00

영풍, 8370억 주주대표소송 패소… "즉각 항소"
같은 날 MBK 측 '한화 지분 저가 매각' 소송도 기각
고려아연 "근거 없는 의혹 반복 멈춰야"

[땅집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스1


[땅집고] 고려아연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주식 공개매수에 맞서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것은 합법적 경영판단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행위가 아니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고려아연은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협하는 영풍·MBK 측의 적대적 M&A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김석범 부장판사)는 지난달 22일 영풍이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을 상대로 낸 주주대표소송(2024가합107981)에서 원고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영풍은 앞서 고려아연이 2024년 9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대응으로 자기주식을 매입하면서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며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이사 10명에게 8000억원대 주주배상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 이사회의 결정을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보호되는 재량의 범위로 봤다.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였다" vs "적대적 M&A 대응한 경영 판단"

분쟁은 2024년 9월 13일 시작됐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매수 가격을 75만원, 83만원으로 두 차례 올렸다. 최 회장 측 고려아연 이사회는 10월 2일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결의하며 반격했다. 처음 제시한 가격은 주당 83만원이었고, 10월 11일 89만원으로 올렸다.

10월 23일 공개매수가 끝났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204만30주(지분율 9.85%)를 사들였다. 우호세력 베인캐피탈이 사들인 1.41%를 더하면 확보한 지분은 11.26%였다. 고려아연은 사들인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매입 대금은 약 1조8000억원, 이를 위한 외부 차입은 1조6000억원 이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당시 고려아연 시가를 주당 약 56만원으로 봤다. 89만원과의 차액(33만원)에 매입 주식 수를 곱한 6732억원을 회사 손해로 주장했다. 올해 4월에는 청구액을 8369억5149만원으로 늘렸다. 영풍은 자사주 공개매수가 회사 이익이 아니라 경영진의 지위를 지키려는 목적이었으므로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어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주총회 결의로 쌓아둔 '특정 목적 임의준비금'을 주총 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자사주 매입에 쓴 것은 상법과 정관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法 “가처분 결정·법률자문 검토…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아”

재판부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기준으로 삼았다. 재판부는 "이사가 법령에 위반됨이 없이 합리적으로 이용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검토해 회사의 최대 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여 경영상 판단을 했고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원고 측 공개매수를 회사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한 이사들이 자기주식 취득에 관한 법령상 절차와 제한을 위반하지 않은 채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이사들이 외부 법률자문과 법원의 가처분신청 사건 결정 등을 검토한 뒤, 일정 비율 할증된 가격 조건과 자금조달 방안을 전제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판단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아 의무 위반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영풍은 2024년 10월 자사주 공개매수를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두 차례 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고, 재판부는 이 결정도 이사회 판단의 근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재원 문제에 대해서는 "상법 제462조 제1항 자기주식 취득가액 한도 규정은 취득할 수 있는 가액의 회계상 총액 규모를 제한한 규정일 뿐"이라며 “매입 자금을 어느 항목에서 꺼냈는지로 위반 여부를 따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 고려아연 "근거 없는 의혹 반복 멈춰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민사부도 같은 날 한국기업투자홀딩스(MBK 측)가 ㈜한화 지분 매각과 관련해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한 총 306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판결은 2년 넘게 이어진 경영권 분쟁의 한복판에서 나왔다. 최 회장 일가 지분은 우호 지분을 합쳐 약 39%, 영풍·MBK 연합은 약 42%로 추산된다. 지분은 영풍 측이 앞서지만 이사회는 최 회장 측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9월 9일 임시주주총회 이후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2명, 영풍·MBK 측 7명으로 재편됐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는 이사 8명과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의 임기가 끝난다. 이사회 주도권을 둘러싼 표 대결이 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약탈적 자본에 의한 적대적 M&A임이 이번 판결을 통해 명확히 확인됐다는 입장”이라며 “소송과 의혹 제기, 여론전을 앞세워 회사와 경영진, 이사들을 압박하는 행태를 당장 멈출 것으로 요구한다”고 했다.

영풍·MBK는 즉각 반발했다. 두 회사는 "판결에 유감을 표한다"며 "법원이 경영상 재량과 형식적 절차를 지나치게 넓게 인정해 재무 건전성과 주주가치 훼손이라는 본질을 간과했다"고 밝혔다. 영풍은 1심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냈다. 항소심에서도 8369억원과 연 12% 지연손해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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