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호수뷰' 믿고 웃돈 2000만원 줬는데"…입주하니 '구덩이뷰' 아파트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10.31 06:00

[땅집고]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 건설사 도그마가 호수 조망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며 분양한 ‘샤모롯아파트’. 인공 호수를 조성하던 공사가 멈춰서면서 구덩이뷰 아파트가 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땅집고] “이웃집과 달리 ‘레이크뷰’가 가능한 동호수라고 해서 더 비싸게 분양받았는데, 호수 조성 공사가 갑자기 중단됐대요.”

대한민국 아파트 시장에서 조망권은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서울에선 한강을 끼고 있는 이른바 ‘한강뷰’ 아파트가 대장주로 꼽히는 등이다.

주택 수요자들이 조망권을 중시하는 경향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러시아 남부지방인 크라스노다르에서 맞은편 땅을 판 뒤 인공 호수로 조성하겠다고 홍보한 ‘레이크뷰’ 아파트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것. 2023년 분양 당시 건설사가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주택은 그렇지 않은 집보다 최대 150만루블(2200만원) 정도 비싸게 분양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올해 입주한 이 단지에서 수분양자 원성이 터져나왔다. 건설사가 아파트 앞에 인공 호수를 짓는 과정에서 부지를 깊게 파 초대형 구덩이를 만들어뒀는데, 갑자기 공사가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기대했던 호수뷰가 아닌 구덩이뷰로 전락한 탓이다.

[땅집고] 2023년 분양 당시 홍보 자료로 쓰였던 러시아 크라스노다르 ‘샤모롯아파트’ 조감도. /도그마


문제의 단지는 러시아 건설사 도그마가 2023년 여름 공급에 나섰던 ‘샤모롯 아파트’다. 당시 건설사는 사업비 중 13억루블(당시 약 180억원)을 투입해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설계한 5.5헥타르 규모 대형 에코파크와 함께 인공 호수를 만들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면서 레이크뷰 호실은 조망권이 없는 주택보다 100만~150만루블(약 1500만~2200만원) 더 비싸게 분양했다.

도그마는 실제로 호수 공사를 위해 땅을 파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중장비가 현장에서 철수하더니 공사가 완전히 멈춰 섰다. 주민들은 공사 재개를 기다렸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봄 크라스노다르 당국이 "해당 부지는 도시기본계획상 인공 호수나 수변 공원 건설은 허가되거나 계획된 적이 없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날벼락이 떨어졌다. 당국은 해당 부지가 원래 산책로·대로 등 녹지나 학교를 포함한 사회적 기반 시설로 지정돼있기 때문에 호수로 조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이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건설사에 거세게 항의하기 시작했다. 호수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라고 해서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분양 계약을 체결했는데, 정작 창 밖을 보니 호수는 커냥 먼지만 날리는 거대한 흙구덩이만 남아 재산 피해가 크다는 것. 일부 주민들은 건설사 측 허위·과장 광고에 속아서 계약한 만큼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땅집고]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에 지난 5월 폭우가 내리면서 ‘샤모롯아파트’ 앞 인공호수 구덩이에 물이 고인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크라스노다르에 폭우가 내리면서 단지 앞 구덩이에 물이 고이자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주민들은 SNS를 통해 “드디어 우리 단지에 호수가 생겼다, 다만 건설사가 만든 게 아니라, 어제 내린 폭우 때문에 생긴 물바다인데 드디어 호수 뷰 값을 하네요”, “건설사가 약속한 호수는 '슈뢰딩거의 호수'(있으면서도 없는 호수)인가 보다“는 등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쯤 되니 호수 공사가 멈춰선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크라스노다르 여름 기온이 40도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인공 호수가 보기에는 좋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물이 썩어 악취가 나는 데다 모기나 개구리 떼가 들끓었을 것이란 예측이다.

한편 현재 온라인 부동산 중개사이트에서는 ‘샤모롯아파트’ 원룸 주택이 440만~880만루블(7300만~1억4600만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면적이 더 큰 침실 2개짜리 아파트는 650만~1180만루블(1억800만~1억9600만원)에, 방 3개를 포함한 주택은 870만~1280만루블(1억4400만~2억1300만원)에 등록돼있다. /leejin0506@chosun.com


화제의 뉴스

"1000가구 늘리려던 묘수가 족쇄" 용산 부영아파트, 공사 중단 이유
공단엔 수만명 일하는데…창원·울산·구미 산업도시 단기임대 매물 '바닥'
서울 끝자락 빌라촌의 반전, 하이엔드로 탈바꿈하는 강동 천호
84점 만점 통장 등장한 '그 아파트', 악성 미분양 단지 됐다고?
"'호수뷰' 믿고 웃돈 2000만원 줬는데"…입주하니 '구덩이뷰' 아파트

오늘의 땅집GO

압구정 80억 아파트 맞바꾸는 이유…강남 집주인들 기막힌 절세법
"목동 재건축 홀수 단지는 S사, 짝수는 H사?" 건설사 담합 정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