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1000가구 늘리려던 묘수가 족쇄" 용산 부영아파트, 공사 중단 이유

뉴스 이지은 기자
입력 2026.10.31 06:00

[땅집고] 부영 그룹이 개발할 서울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부지. /조선DB


[땅집고] 올해 신년부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강력한 공급 의지를 밝혔던 서울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연내 분양이 최종 무산됐다. 부영주택이 용산구청에 이 단지 신축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통보서를 제출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되면서다. 이번 결정으로 아세아아파트 분양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

◇용산 핵심 단지라던 아세아아파트, 착공 2년 넘게 감감무소식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부영주택은 2024년 7월 착공에 돌입했던 아세아아파트 공사를 9월 11일부로 중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용산구청에 전달했다. 이 문서에서 공사 중단 사유로는 ‘사업계획변경 3차 진행 중 승인 지연에 따른 공사 일시 중지’가 기재됐으며, 다시 공사를 재개하는 시점은 ‘미정’이라고 적혀 있다.

아세아아파트 현장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65-584번지 일대에 자리잡고 있다. 과거 용산 미군부대를 비롯해 군인아파트 등 부속 시설로 이뤄졌는데 2001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개발 물꼬가 트였다.

[땅집고] 서울 용산구 아세아아파트 현장 위치. /땅집고


부영이 국방부로부터 이 땅을 2014년 3260억원에 사들인 뒤 아파트 개발을 계획하면서 본격 사업이 시작됐다. 이른바 아세아아파트로, 지하 3층~지상 최고 36층에 13개동, 총 997가구 규모로 조성할 예정이다. 부지를 매입한지 약 10년 만인 2024년 이 같은 내용으로 공고한 세부개발계획변경안이 건축 심의를 통과하면서 같은 해 7월 착공했다. 2028년 2월 준공이 목표였다.

하지만 착공계를 낸지 2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아세아아파트 개발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발 정상화 및 연내 분양 계획을 주장할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것. 그러다 부영이 지난 9월부터 용산구청에 공사 중지를 통보하면서 사업이 결국 멈춰선 상태다.

◇용적률 높이려던 미국대사관 숙소 기부채납이 패착

부영이 공사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원인은 개발 발목을 잡고 있는 요소는 총 997가구 규모인 아세아아파트 중 과거 기부채납하기로 했던 150가구 규모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 숙소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부영 측에 이 숙소 설계를 자국 기준에 맞춰달라고 요구해왔다. 치외법권이란 특수성이 있는 시설인 만큼 테러에 대비할 수 있으면서도, 국제빌딩코드(IBC)에 따라 미국의 보안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지어달라는 주장이다. IBC의 경우 주거용 건물에 대해서는 스프링클러, 방화구획, 피난통로, 장애인 접근성 등 기준이 비교적 높은 편으로 알려졌다.

반면 서울시와 용산구가 아세아아파트 관련 심의를 내리는 기준은 국내 주택법 체계를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와 심의 기준을 충족하고 사업을 빠르게 진행하고자 하는 부영 측 주장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측 IBC 요구로 아세아아파트 공사가 중단됐다 올해 2월 다시 시작했는데도, 이후 3차 사업계획변경승인이 지연되자 부영 측이 9월 11일부로 공사 중단을 통보하게 된 것이다.

[땅집고] 부영 측이 아세아아파트 공사 중단을 통보하는 공문을 보낸 뒤 용산구청에 게시된 신축 공사 중지 통보서. /용산구청


업계에선 과거 부영이 아세아아파트 용적률을 확보하려고 선택한 전략이 패착으로 돌아왔다고 평가한다.

2021년 한미정부는 당초 용산구 캠프 코이너 부지에 들어서기로 했던 숙소 위치를 아세아아파트 부지로 변경하는 부동산 교환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부영그룹은 신축하는 아세아아파트 중 150가구를 기부채납하는 대가로 부지 용적률을 높여 아파트 최고 층수를 기존 20층에서 현재 36층으로 높이고, 가구수도 1000가구에 가깝게 늘리는 방안을 택했다.

업계에선 미국 정부와 부영 측 갈등 상황 및 인허가 기간을 고려하면 아세아아파트가 이중근 회장이 공언했던 연내 분양에 돌입하긴 불가능해졌다고 보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자체가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무기한 연기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사업비 등이 증가하며 부영이 감수해야하는 손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화제의 뉴스

"1000가구 늘리려던 묘수가 족쇄" 용산 부영아파트, 공사 중단 이유
공단엔 수만명 일하는데…창원·울산·구미 산업도시 단기임대 매물 '바닥'
서울 끝자락 빌라촌의 반전, 하이엔드로 탈바꿈하는 강동 천호
84점 만점 통장 등장한 '그 아파트', 악성 미분양 단지 됐다고?
"'호수뷰' 믿고 웃돈 2000만원 줬는데"…입주하니 '구덩이뷰' 아파트

오늘의 땅집GO

압구정 80억 아파트 맞바꾸는 이유…강남 집주인들 기막힌 절세법
"목동 재건축 홀수 단지는 S사, 짝수는 H사?" 건설사 담합 정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