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이전 9년째 복합개발…주민들 "지역경제 활성화 역행"
주민설명회 요청에 SH 난색…"업무시설은 의무 아닌 권장용도"
구체적인 사업계획 아직…주민 갈등 격화에 사업 지연 우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옛 성동구치소 부지의 개발 방향을 놓고 주민 반발이 일고 있다. 업무시설용지를 매입한 민간사업자가 시니어레지던스 개발을 검토하면서 당초 개발 취지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구치소 이전 이후 9년 가까이 개발이 진행 중인 가운데, 향후 인허가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29일 송파구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지난 6월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내 약 4683㎡ 규모의 업무시설용지를 민간에 매각했다. 해당 용지를 835억원에 낙찰받은 바스티언자산운용은 시니어레지던스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용지는 지하철 3·5호선 오금역 인근 옛 성동구치소 부지의 일부다. 성동구치소가 2017년 문정법조단지로 이전한 뒤 전체 약 7만8766㎡ 부지에 공동주택과 업무시설, 문화·체육시설 등을 조성하는 복합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공동주택용지에는 1240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계획돼 있으며, 청소년교육복합시설과 주민소통거점시설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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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업무시설용지의 활용 방향이다. 당초 사무실 등이 들어서면 직장인 유입으로 주변 상권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시니어레지던스 개발 구상이 알려지자 본래 개발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주민들은 시니어레지던스가 식사와 각종 편의시설을 내부에 갖출 경우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근 지역의 평균 연령이 높아 젊은 층의 유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업무시설 조성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설명회 요구에 SH “이미 민간에 매각한 땅”
주민들은 송파구를 통해 서울시와 SH에 주민설명회 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H는 이미 민간에 매각된 토지인 만큼 건축물의 구체적인 용도는 매수자가 향후 인허가 절차를 거쳐 결정할 사안이라며 별도 설명회 개최가 어렵다고 밝혔다.
업무시설용지라는 명칭과 달리 현행 지구단위계획에서도 업무시설 조성은 의무가 아니다. 오피스텔을 제외한 업무시설이 권장용도로 지정돼 있으며, 공동주택과 오피스텔, 종교시설, 창고시설, 장례시설 등은 불허용도에 포함된다. 반면 노유자시설은 불허용도에 포함되지 않는다. SH는 과도한 용도 제한으로 토지 매각이 지연되거나 개발이 정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권장용도와 불허용도를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송파구 역시 주민 요구대로 업무시설을 조성하도록 강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업무시설은 의무가 아닌 권장용도”라며 “이미 민간에 매각된 사유지인 만큼 개발 방향에 직접 개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개발계획 아직…향후 인허가가 변수
관건은 바스티언자산운용이 앞으로 어떤 개발계획을 내놓느냐다. 현재 시니어레지던스 개발 구상만 알려졌을 뿐 구체적인 사업계획은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시니어레지던스는 시설 형태와 운영 방식에 따라 건축물의 법적 용도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건립 가능 여부는 향후 제출될 사업계획이 지구단위계획과 관계 법령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주민 반발이 불거지면서 향후 인허가 과정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개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채승우 송파구의원은 “고령사회에 필요한 주거와 돌봄은 충실히 확충해야 한다”면서도 “해당 부지에 계획했던 업무기능과 지역 발전의 방향도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청장 주재로 주민대표와 서울시, SH, 민간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개발 방향을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
옛 성동구치소 부지에서는 공동주택 공급 방식을 둘러싼 이견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전체 1240가구 가운데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각각 620가구씩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민들은 당초 계획대로 임대주택을 100가구 수준으로 줄이고, 나머지를 일반분양으로 공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채 의원은 주택 공급계획에 대해 서울시 등 관계기관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chan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