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건설 카르텔 전담팀 신설
정비사업 수주, 출혈경쟁 대신 나눠먹기 성행
목동 재건축 입찰마다 단독 응찰
[땅집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 분야 카르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건설사 간 사업장 배분 및 담합 행위에 대한 전면 조사에 나섰다. 특히 시공사 선정을 앞둔 서울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 등 대규모 정비사업지 일대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목동·여의도 떨고 있다
공정위는 이달 1일 직제 개편을 통해 카르텔조사국 산하에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를 신설하고 전담 인력 14명을 배치했다. 건설·에너지 분야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전담·집중 조사하겠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건설사 간 입찰 참여 조율이나 사업장 배분 등 담합 행위가 적발될 경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고,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검찰 고발까지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부동산 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곳은 전체 사업 규모만 30조 원대에 달하는 목동 재건축 시장이다. 현재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수주 대상을 선별하며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S사는 홀수 단지, H사는 짝수 단지를 위주로 각각 3~4개 단지를 점찍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나머지 단지 역시 주요 건설사들이 전략 단지를 사전 선점하는 형국이어서, 14개 단지 중 실제로 경쟁 입찰이 성사될 곳은 3~4개 단지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입찰 결과도 이러한 소문을 뒷받침한다. 현재까지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한 6·8·10·12·13단지 모두 첫 입찰에 단 1개 건설사만 참여해 유찰됐다. 수많은 건설사가 관심을 표명했던 것과 달리, 실제 경쟁 입찰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6단지는 두 차례 유찰 끝에 지난 6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10단지 역시 현대건설이 두 차례 단독 응찰한 끝에 이달 18일 시공권을 확보했다. 8단지는 대우건설, 12단지는 GS건설, 13단지는 삼성물산을 각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하고 수의계약 절차를 밟는 중이다. 공정위의 감시 강화가 향후 남아있는 9개 단지의 수주 구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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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70조 쏟아진 장세 속 ‘경쟁 회피’ 고착화
단독 응찰이나 수의계약 자체가 무조건 담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건설사들이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정한 결과일 수 있지만, 대규모 사업장에서 단독 응찰이 연달아 발생하는 것에 대해 "업체들이 사전에 사업장을 배분하고 경쟁을 회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된다.
핵심은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 여부를 사전에 조율했는지 여부다. 특정 건설사가 한 단지에 참여하는 대신 경쟁사는 다른 단지를 맡기로 사전에 합의했다면, 이는 공정거래법상 명백한 부당 공동행위에 해당한다.
건설사들이 이처럼 리스크를 피하려는 배경에는 올해만 70조원에 달하는 역대급 정비사업 물량이 있다. 물량이 워낙 많다 보니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경쟁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정비사업 수주전에는 입찰보증금 외에도 설계와 홍보 등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사업 규모가 클수록 차별화된 설계와 금융 조건을 제시하기 위한 부담은 더욱 커진다. 경쟁에서 패할 경우 수백억 원의 비용을 허공에 날리게 되는 만큼, 유력 경쟁사가 오랫동안 공을 들인 사업장에 뒤늦게 뛰어들 유인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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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정비사업 100조 전망, 나눠먹기 지속 가능성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연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0조원을 넘어서는 ‘10조 클럽’ 건설사가 동시에 2곳 탄생할 전망이다. 복수의 10조 클럽 건설사가 나오는 것은 국내 도시정비사업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건설이 수주액 12조원을 돌파하며 선두 자리를 굳히는 가운데, 삼성물산도 10조원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문제는 내년에도 100조원 가까운 정비사업 물량이 쏟아질 예정이라는 점이다. 출혈경쟁을 피하고 사업장을 나눠 먹는 식의 짬짜미 입찰 구조가 고착화할 경우, 그 피해는 결국 조합원과 일반 분양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으면 조합 입장에서는 공사비나 설계 등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받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조합원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givehy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