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주가 폭락' 시킨 삼성전자, '고구마 IR' 이유는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10.29 13:54 수정 2026.10.29 14:29

SK하이닉스 '100조 환원' 다음 날 삼성전자 컨콜
사상 최대 이익, 주주환원 구체안은 내년 1월로 미뤄
아신 이형수 "좋은 숫자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뉴스1


[땅집고] 삼성전자가 29일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았지만 주가는 오히려 급락하고 있다. 전날 SK하이닉스가 약 10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을 내놓으며 시장을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시장에선 실적보다 '메시지'가 문제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전 11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5%대 내린 22만9000원 안팎에서 거래됐다. 장 초반 24만9000원까지 올랐다가 2만원가량 밀렸다. 삼성전자우도 3% 안팎 하락했다. 이틀간 540포인트 넘게 오르며 6000선을 되찾았던 코스피도 장중 6100선을 돌파한 뒤 5800선까지 밀렸다.

삼성전자는 이날 4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반도체(DS) 부문 3분기 영업이익만 106조5000억원에 달했다. 전체 영업이익은 107조4405억원으로 1년 전보다 783.1% 늘었다. 매출은 195조2532억원, 순이익은 75조1361억원이다.

주주환원 계획도 일부 내놨다. 삼성전자는 보통주와 우선주에 똑같이 주당 4601원(총 30조원 규모)의 분기 배당을 결정했지만, 자사주 매입 등 추가 환원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내년 1월로 미뤘다. 이미 집행했거나 확정한 35조원을 제외한 잔여 재원(최대 75조원)의 상당 부분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에 쓰겠다는 방침만 확인했다.

전날 SK하이닉스와는 온도 차가 컸다. SK하이닉스는 약 100조원이라는 연간 환원 목표를 제시하고, 14조원 규모 분기 배당과 2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2029년까지 D램·HBM 물량이 "사실상 모두 솔드아웃"이라는 메시지도 함께 내놨다. 발표 당일 SK하이닉스 주가는 10.89% 뛰었다.

[땅집고]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삼성의 침묵에는 이유가 있다…그래도 IR로는 실패"

증시 전문가인 이형수 아신 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삼성의 선택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만 IR로는 실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먼저 삼성이 컨콜에서 자사주 매입을 꺼낸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을 짚었다. 대형 자사주 매입은 실적 발표와 분리해 별도 이벤트로 처리해왔다는 것이다. 주가가 크게 빠진 뒤 이사회를 따로 열어 깜짝 발표한 2024년 11월이 대표적이다. 그는 매입 단가를 이유로 꼽았다. 이 대표는 "실적 호조와 환원 확대가 겹쳐 주가가 급등하면 같은 금액으로 더 적은 주식을 사게 된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눌려 있을 때 조용히 시작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재원과 투자 유연성 문제도 거론했다. 삼성은 이날 DS 부문 설비투자(캐펙스) 76조8000억원을 공시했는데, 2027년에는 이 숫자가 더 커질 수 있다. 이 대표는 "환원 규모를 먼저 확정하면 투자 유연성이 줄어든다"며 “4분기 실적과 2027년 캐펙스 계획이 확정된 뒤 결산 배당과 함께 패키지로 내는 게 회사 입장에선 안전하다”고 분석했다.

보통주·우선주가 함께 있는 지분 구조도 변수로 꼽았다. 어느 쪽을 얼마나 사느냐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고, 소각하면 지배주주 지분율이 올라가 승계 문제와 얽힌다는 것이다. 하이닉스 발표 바로 다음 날 비슷한 안을 내놓으면 '따라간 모양새'가 된다는 점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규모를 확정하지 않고도 방향은 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4분기 중 자사주 매입을 검토 중'이라는 한 줄이면 됐다”며 "금액을 말하지 않으니 매입 단가가 뛸 일도 없고, 투자 유연성도 그대로이며, 지분 구조의 복잡성을 건드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삼성이 곧 자사주 매입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다음부터는 한 줄이라도 좋으니 방향을 알려주기를”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시장은 추론에 돈을 걸 때 불확실성 할인을 매긴다"며 “제값을 받으려면 먼저 설명해야 한다. 좋은 숫자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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