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조 들인 G마켓 적자 지속…이마트 본업 살아나도 계열사 부진 여전
화성 테마파크·워너브러더스 투자 확대…책임경영 성과 입증 시험대
[땅집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13년 만에 이마트 대표로 돌아왔지만 경영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마트의 수익성 회복과 3조4000억원을 쏟아부은 G마켓 인수 후유증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에서 9조5000억원 규모의 화성국제테마파크와 1조36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워너브러더스 관련 투자까지 벌이고 있어서다. 책임경영을 내세워 경영 전면에 나선 정 회장은 잇따른 대규모 투자를 수익으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했다.
◇13년 만에 이마트 대표 복귀…3.4조 G마켓 인수 후유증 여전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 23일 정 회장을 이마트 대표이사로 내정하고 신규 임원 36명을 승진시키는 2027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정 회장이 이마트 대표를 맡는 것은 2013년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 6월 신세계프라퍼티 대표에 오른 데 이어 이마트 경영까지 직접 챙기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서 역대 가장 많은 임원을 승진시키며 조직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이마트와 SSG닷컴 대표에는 김홍극 신세계까사 대표를 내정했다. 정 회장이 직접 경영에 나서고, 김 대표가 온·오프라인 유통사업을 함께 챙기는 방식으로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 회장 앞에는 풀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이마트가 예전만큼 돈을 잘 벌지 못하고 있다. 쿠팡 등 온라인 쇼핑업체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줄었고, 일부 계열사는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25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었다. 대형마트 본업에서는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계열사 실적까지 합치면 상황이 달라진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으로 4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반기 연결 영업이익도 135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56억원 줄었다. 이마트가 본업에서 번 돈을 계열사 부진으로 인해 깎아 먹는 구조다.
정 회장이 과거 추진했던 대규모 인수합병도 부담이다. 이마트는 2021년 약 3조400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G마켓)를 인수했다. 당시 쿠팡에 맞설 온라인 쇼핑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G마켓은 인수 이후 적자를 이어갔다. 결국 이마트는 지난해 중국 알리바바그룹과 손잡고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꿨다. 수조원을 들인 인수합병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다.
◇9.5조 테마파크에 할리우드 투자까지…돈은 언제 버나
이런 상황에서 정 회장은 새로운 사업에 더 큰돈을 쏟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들어설 국제테마파크 '스타베이시티'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50년까지 약 9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놀이시설뿐 아니라 호텔과 쇼핑시설 등을 함께 짓는 사업으로, 2030년 첫 개장을 목표로 한다.
다만 9조5000억원은 장기간에 걸친 전체 사업비로, 신세계가 당장 이 금액을 모두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수익을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테마파크는 처음 짓는 데 큰돈이 들고 문을 연 뒤에도 놀이시설 관리와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방문객이 예상보다 적으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특히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등 대형 쇼핑몰을 운영한 경험은 있지만, 대규모 테마파크를 직접 운영한 경험은 부족하다. 쇼핑몰에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과 관광객이 입장료를 내고 찾는 테마파크를 운영하는 것은 다른 사업이다. 정 회장이 자신 없는 분야에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미국 할리우드에도 거액을 투자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이달 미국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추진한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 인수에 약 1조3596억원을 투자했다. 신세계그룹은 워너브러더스가 보유한 '해리 포터'와 '왕좌의 게임' 등 인기 콘텐츠를 화성 테마파크와 스타필드에 활용해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신세계프라퍼티가 지난해 올린 연결 매출은 7664억원으로, 이번 투자금은 연간 매출의 약 1.8배에 달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메리츠증권을 통해 약 1조원을 조달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향후 투자 수익이 기대에 못 미치면 빌린 돈에 대한 이자와 원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신용평가업계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세계프라퍼티가 콘텐츠 투자로 실제 수익을 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분간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성 테마파크 외에도 동서울터미널 재개발과 스타필드 광주 등 돈이 많이 들어가는 개발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직접 대표를 맡은 만큼 과거 투자 성적표와 앞으로 추진할 사업에 대한 책임도 더 커졌다”며 “이마트가 본업에서 돈을 벌기 시작한 상황에서 새 사업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결국 투자 성과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