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지주택의 처참한 현실…분담금 반환 판결 받고도 4년째 한 푼도 못 받았다

뉴스 정주현 기자
입력 2026.10.29 06:00

조합원 4명, 2억여원 지급 청구…서울고법 "추진위, 환급 협조해야"
추진위 “남은 돈 50억도 안 돼”…전문가 "승소해도 실제 회수는 별개"

[땅집고] 서울 노원구 아파트 단지 일대. /조선DB


[땅집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조합 측의 속임수로 계약을 취소한 조합원들이 법원에서 분담금 반환 확정판결을 받고도 4년 가까이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 결국 조합 자금을 관리하는 회사까지 상대로 다시 소송을 냈고, 법원은 조합 추진위원회가 분담금 환급 절차에 협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지난 8월 28일 서울고법 제38-3민사부(재판장 박성윤)는 지역주택조합 가입자 4명이 자금관리회사와 조합 추진위원회를 상대로 낸 추심금 소송에서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이 조합원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인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했다.

◇ 법원 “조합에 속아 가입했다면 일반 탈퇴와 달라”

사건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노원구의 한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한 조합원들은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추진위원회와 계약을 맺고 분담금을 냈다.

그러나 이후 조합 측이 중요한 사실을 속여 가입을 유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조합 측의 거짓 설명을 인정했고, 2022년 11월 추진위원회가 조합원들에게 분담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조합원들은 돈을 돌려받으라는 판결까지 받았지만 실제로는 한 푼도 받지 못했다. 분담금이 추진위원회가 아닌 별도 자금관리회사 명의의 계좌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돈을 돌려받으려면 추진위원회의 서면 동의가 필요했지만 추진위원회는 환급에 협조하지 않았다.

결국 조합원 4명은 다시 소송을 냈다. 자금관리회사에는 총 2억435만7277원을 지급하고, 추진위원회에는 환급 절차에 동의하라고 요구했다.

재판에서는 계약을 취소한 조합원에게도 일반 탈퇴자와 같은 환급 조건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지역주택조합은 통상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탈퇴하면 위약금을 공제하거나 새로운 조합원이 들어온 뒤 분담금을 돌려주는 등의 조건을 둔다.

추진위원회와 자금관리회사 측은 조합원들이 낸 돈을 이미 사업비로 사용하는 '조합원 부담금'으로 전환했고, 계약에서 정한 반환 조건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조합 측의 속임수로 계약을 취소한 경우에는 일반 탈퇴자와 같은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 계약 자체가 처음부터 효력을 잃은 만큼 가입 전에 납부하는 '신청금'의 환급 절차에 준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추진위원회에도 자금관리회사에 환급 동의를 통지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대법 “종합적인 기망 행위 고려해”…전문가 “돌려받지 못할 수 있어”

하지만 조합원들이 실제로 분담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추진위원회 측은 돈을 돌려줄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신탁계좌에 선순위 가압류가 100억원 넘게 걸려 있고 남은 돈은 별로 없다”며 지급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현 추진위원장도 “나 역시 피해 조합원”이라며 “소송에서 이긴 사람에게 먼저 돈을 주면 다른 조합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소송에서 이기는 것과 실제 돈을 돌려받는 것은 별개라고 지적한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승소하더라도 선순위 채권 문제로 실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엄정숙 부동산 전문 변호사도 “민사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분담금 회수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상대방에게 돈을 갚을 재산이 없다면 판결문이 있어도 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판결 이후에도 재산명시·재산조회나 채권 압류·추심 등의 절차를 통해 실제 회수할 수 있는 재산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givehy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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