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동춘동 아파트 도로로 쓰이는 17㎡ 토지
시행사 대표 자녀에게 소유권 이전
시공사와 국세청, 소유권 이전 취소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
[땅집고] 인천 연수구 동춘동의 한 아파트 개발사업에 사용되는 도로 부지를 둘러싸고 시행사와 시공사, 국세청 간 법적 분쟁이 벌어졌지만 시공사와 국세청이 각각 제기한 소송에서 모두 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사가 보유하던 도로 부지를 대표이사의 자녀에게 넘긴 것을 두고 채권자들이 “빚을 갚지 않으려고 재산을 숨겼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당시 시행사가 빚이 자산보다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점 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법적 분쟁의 중심이 된 이 17㎡(약 5평) 남짓한 땅은 현재 ‘연수 월드메르디앙 어반포레’ 아파트의 진입 및 소방도로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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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은 신성종합건설이 시행사 대표이사의 자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14일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신성종합건설은 시행사 대표가 자녀에게 동춘동 53-7번지 일대 도로 부지(17㎡)를 빚을 갚는 대신 부동산으로 넘기는 ‘대물변제’ 형식으로 넘겨준 것은 채권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행위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계약 취소와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문제가 된 부동산은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지목상 도로 17㎡다. 판결문에 따르면 시행사는 2024년 1월 이 땅을 대표 자녀에게 넘기는 계약을 맺고, 사흘 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대물변제는 현금으로 돈을 갚는 대신 부동산 같은 다른 재산을 넘겨 빚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신성종합건설은 시행사인 창하산업에 대한 채권을 보유한 상태에서 이 같은 소유권 이전이 이뤄진 점을 문제 삼았다. 창하산업이 사실상 빚이 더 많은 상태였는데도 토지를 제3자에게 넘겨 채권자들이 돈을 회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이에 해당 계약을 빚을 피하기 위한 재산 은닉 행위로 보고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신성종합건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대물변제 계약 당시 창하산업이 빚이 자산을 초과한 상태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사업의 수익성과 신탁재산에서 회수할 수 있는 금액 등을 둘러싼 자료를 검토한 결과, 당시 창하산업이 빚을 갚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제출된 수지분석표 등에 비추어 볼 때 대물변제 계약 당시 이 사건 사업의 사업성이 없거나 수익권의 재산적 가치가 완전히 상실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계약 이후 분양이 부진하거나 공사비가 증가했다는 등의 사정은 계약 당시 빚이 더 많았는지를 판단하는 데 소급하여 반영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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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토지를 둘러싼 소송은 국가가 제기한 사건에서도 진행됐다. 국세청도 같은 토지의 소유권 이전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인천지방법원은 대한민국이 창하산업과 대표 자녀 사이의 대물변제계약을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지난 4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국세청은 창하산업이 이미 성립한 세금 채무를 피하기 위해 대표이사의 자녀에게 해당 토지를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창하산업이 신탁사업의 수익자로 지정돼 있었던 만큼, 신탁 종료 후 예상되는 재산가액 등을 토대로 수익권의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고 봤다. 해당 가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창하산업이 토지 이전 당시 빚이 더 많은 상태였다거나, 해당 계약으로 그런 상태가 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국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연수 월드메르디앙 어반포레는 인천 연수구 동춘동 1152번지 일대에 지하 2층~지상 18층, 2개 동, 전용면적 60㎡·74㎡ 총 133가구 규모로 조성한 단지다. 토지 소유자 측은 해당 17㎡ 부지가 아파트 사업부지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현재 단지 내 도로 일부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아파트 소방도로로 인정을 받으려면 폭 4m 이상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채우려면 대표 자녀 명의로 넘어간 해당 토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기존 시행사와 갈등으로 대신 사업을 추진하는 신탁사가 이 땅을 매입조차 하지 않은 채 아파트 도로로 사용하며 준공(사용승인) 허가를 받아냈다는 점이다. 토지 소유자 측은 건축법상 정확한 소유권을 확보해야 사용승인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음에도 연수구청이 허가를 내줬다고 주장한다. 토지 소유자 측은 “남의 땅을 매입하지도 않은 채 어떻게 적법한 사용승인이 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