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압구정 아파트, 40억 폭락의 숨은 뜻.."부동산 버블붕괴 신호탄일까?"

뉴스 박기람 기자
입력 2026.10.28 14:03 수정 2026.10.28 14:50

'압구정2구역 재건축' 신현대 182~183㎡ 128억→88억 등 급락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 명의변경 규제 영향...지위양도 막차 급매

[땅집고] 서울 부촌 위의 부촌이라고 불리는 강남구 압구정2구역 단지 전경. /뉴스1


[땅집고] “우리나라 대표 부촌인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 아파트에서 막바지 급매물이 나오면서 반포, 대치동 수요자들이 압구정 소형으로 방향을 트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압구정동 A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 시장에서 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최고가 대비 수십억원 떨어진 하락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평형에서는 올해 초보다 40억원 급락한 사례가 나오면서 이를 두고 업계 해석이 분분하다. 이 현상이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집값 평탄화’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를 두고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강남에서 한 달 살 집 얼마일까? 단기임대 매물 확인하기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11·12차 단지의 182㎡(이하 전용면적)는 이달 14일 88억원에 매매됐다. 재건축이 한창인 압구정2구역에 속하는 단지다. 이는 올 2월 183㎡가 128억원으로 최고가에 거래된 것에 비해 40억원이나 떨어진 수준이다. 9월 100억원, 10월 90억원 선이 무너지며 지난해 3월 실거래가 수준으로 돌아갔다.

이 밖에 인근 재건축 단지인 구현대2차 160㎡는 지난 9월 29일 최고가인 98억원 대비 18억원 떨어진 80억원에 거래됐다. 현대8차 164㎡도 10월 13일 최고가인 83억원보다 18억원 하락한 67억4000만원에, 신현대11차 115㎡는 9월 30일 최고가(73억원) 대비 15억원 가량이 내린 57억9000만원에 각각 손바꿈했다.

30평형대 중소형 평형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신현대9·11·12차 단지 109㎡는 9월 19일 55억5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7월 11일 기록했던 최고가 75억원보다 19억5000만원(26%) 떨어진 수치다. 같은 날 최고가를 찍었던 111㎡ 역시 10월 19일 19억1000만원(25%) 내린 55억9000만원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세제 개편·대출 규제 속 ‘3년 보유 지위양도’ 막차 급매

이 같은 급락세의 일차적 원인으로는 규제 강화 직전 출회된 ‘재건축 절차상 급매물’이 꼽힌다. 압구정2구역은 오는 11월 5일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현행법상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단지는 사업시행계획인가 신청 전까지는 3년 이상 보유하기만 해도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지만, 신청 이후에는 ‘10년 이상 보유·5년 이상 거주’ 요건을 충족해야만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있다. 기준이 대폭 엄격해지기 전 소유주들이 가격을 낮춰서라도 명의변경을 서두른 것이다.

조정희 압구정 수달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사업시행인가 신청 전 급하게 팔아야 하는 집들이 거래를 이끌었다”며 “신현대 61평(182㎡) 기준 최저점으로 보이는 88억원 거래 역시 3년 보유 요건으로 지위를 양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에 소유주가 거래가액을 대폭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외의 소유주들은 가격 조정을 거의 하지 않고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압구정 대형 가격이 낮아지면서 반포나 은마아파트 등 진입을 고민하던 갈아타기 수요가 압구정 소형으로 진입하는 이동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압구정 일대의 또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소유주가 시간적 제약에 쫓기느냐에 따라 매물 가격이 갈렸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와 조합원 변경 신청 일정에 맞춰 명의변경 접수증을 받기 위해 나온 특수 매물들이 정리된 만큼, 앞으로 신현대는 거래가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내년 3월 사업시행계획인가 접수를 앞둔 압구정3구역 등은 중간중간 구간마다 가격이 출렁이거나 약간의 추가 조정 여지는 있다”면서도 “적정선 밑으로 내리면서까지 파느니 상속으로 넘기겠다는 소유주가 많아 하방 지지선은 견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구정을 포함한 강남권 전체 시장도 최근 1~2년 사이 급등한 가격 피로감에 보유세·양도세 부담 강화 우려까지 더해지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9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1% 내리며 11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남·서초·송파·강동구 등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도 98.7로 5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아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우세한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 강남권 숨고르기 장세… "구조적 평탄화ㆍ버블 붕괴 판단은 ‘글쎄’"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처럼 ‘잃어버린 20~30년’을 겪을 수 있다”며 버블 붕괴와 집값 평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 시장에서 동일한 버블 붕괴가 재현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압구정을 비롯한 강남 고가 재건축 아파트의 하향 안정화는 세제 개편과 금리 등 거시적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집값이 떨어진 것”이라며 “정작 최근 수도권 전체 집값을 이끄는 주도축은 강남·한강변이 아닌 서울 중하위권과 경기도 지역으로 이동한 상태”라고 말했다. 강남권 고가 주택 집값 하락이 전체 시장의 흐름을 대변하긴 힘들다는 설명이다.

김효선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강남권 일부 단지의 하락 거래만으로 구조적인 집값 평탄화가 시작됐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강남권 내에서도 가격을 낮춘 특수 매물 거래와 신고가 거래가 공존하고 있는 만큼, 일률적 가격 하락보다는 단지와 매물 조건에 따른 차별화 흐름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은 “강남은 대체 불가능한 주거 선호도와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매수 부담이 크면 거래가 줄고 급매부터 조정되지만, 희소성 있는 매물에는 여전히 높은 가격을 지불하려는 대기 수요가 단단하게 받치고 있다”며 “강남 일부 조정과 외곽 지역 상승으로 격차가 줄어들 수는 있으나, 이를 주택시장 전반의 구조적 안정이나 평탄화로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국과 일본이 금융이나 공급 구조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본식 버블 붕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일본은 집값의 100~120%까지 대출이 가능해 무제한 공급과 거품을 키운 반면, 한국은 LTV와 DSR 등 ‘매수 사이드카’ 대출 규제가 상시 작동해 자본 건전성이 높은 데다 개인·민간 위주의 정비사업 구조상 고질적인 공급 부진이 역설적으로 하방을 받쳐주기 때문.

익명을 요청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 규제와 공급 부족이라는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대통령의 발언처럼 극단적인 수직 하락이나 일본식 버블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고 풀이했다./ pkram@chosun.com



화제의 뉴스

[단독] 적자 전환 빗썸, 4500억 신사옥 현금으로 짓는다…내년 착공
공사 97% 끝낸 '위례선 트램' 개통일 내년으로 또 밀려
압구정 아파트, 40억 폭락의 숨은 뜻.."부동산 버블붕괴 신호탄일까?"
"현금청산 대신 배당"…재개발 주민이 주주 되는 길 열린다
불탄 강남 한복판 판자촌, 주민들 100여명은 왜 못 떠나나

오늘의 땅집GO

압구정 아파트, 40억 폭락의 숨은 뜻 "부동산 버블붕괴 신호탄"
불탄 강남 한복판 판자촌, 주민들 100여명은 왜 못 떠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