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사상 최대 실적에도 컨콜 직후 주가 하락
LTA·주주환원·솔리다임 질문마다 '원론적 답변'
"나스닥 상장사 걸맞은 소통 역량 갖춰야"
[땅집고] SK하이닉스가 28일 오전 9시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하고 컨퍼런스콜을 연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사상 최대로 예상되는 실적보다 '이번엔 IR(투자자관계)이 얼마나 고구마를 먹일까(찐 고구마를 삼킨 것처럼 답답하다는 의미)'에 쏠려 있다. 주주환원 규모와 방법 뿐 아니라 장기공급계약(LTA) 구조와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문제 등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회사가 번번이 일반론만 되풀이해 왔기 때문이다.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SK하이닉스 IR에 대해 "글로벌 기업 답지 않게 너무 답답하다"는 성토가 나온다.
◇ 사상 최대 실적 날, 주가는 미끄러졌다
SK하이닉스의 지난 7월 29일 2분기 실적발표는 ‘고구마 IR’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영업이익률 76%)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그러나 컨퍼런스콜이 끝난 직후부터 주가는 4% 넘게 빠졌다.
시장은 주주환원 계획 부재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회사가 내놓은 구체적 숫자는 올해 설비투자를 40조원 후반대로 늘린다는 것 정도였다. 주주환원은 투자·재무안정·주주가치 간 '균형'이라는 일반론에 그쳤다. 핵심 고객 10여 곳과 통상 5년짜리 LTA 협상을 마쳤다면서도 전체 판매에서 LTA가 차지하는 비중은 밝히지 않았다.
회사는 2분기 실적발표 때 주주환원 구체안을 내놓지 못한 이유로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에 따른 미국 증권법상 공개 제약을 들었다. 그러나 이 제약이 8월 4일 풀린 뒤에도 '연말까지 발표'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씨티와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압박에 나서자 SK하이닉스는 8월 7일 장 마감 직후 '3분기 내 발표'를 공시했다.
◇ 솔리다임 논란 땐 IR 연락조차 안 닿아
비판이 정점에 이른 건 솔리다임 중복상장 논란 당시였다. 회사는 이달 초 "결정된 것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가 지난 23일 프리IPO와 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19일)과 이억원 금융위원장(22일)이 잇따라 이 문제를 거론한 직후였다.
논란이 커지는 동안 IR 창구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언론보도도 나온다. 한 기관투자가는 인베스트조선에 “3분기 실적 발표회(IR)가 코앞이고 솔리다임 문제로 난리가 났는데, 정작 IR 담당 임원들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 기관에선 중복상장을 기어코 밀어붙일 경우 이사회가 손 털고 나가야 한다는 말을 공공연하게 내놓을 정도로 여론이 안 좋다”고 말했다. 반도체 담당 연구원들은 원론적 답변 외엔 얻을 정보가 없어 국내외 보도로 퍼즐을 맞춰야 했다고 토로했다. 당국이 나서기 전까지 주주 목소리는 안중에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번엔 '사이다' 될까…주주환원·LTA에 쏠린 눈
28일 실적발표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추가 주주환원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1일 4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잉여현금흐름(FCF)의 50% 이상을 주주에게 돌려주겠다는 기존 정책에 따라 추가 환원 규모가 50조~6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0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키옥시아 지분 매각 차익을 재원으로 한 특별배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LTA의 실적 기여도와 계약 기간도 2028년 이후 실적 안정성을 가늠할 핵심 변수다. KB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7년 메모리 생산 계획 물량 가운데 70~80%가 글로벌 빅테크와의 5년 LTA로 확보된 것으로 추정했다.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증권가의 목소리도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기존 예상치를 넘어서는 강화된 주주환원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업종 재평가의 핵심은 주주환원"이라며 "주주환원이 가시화되면 LTA가 높여주는 이익 안정성과 지속성도 시장에서 인정받을 것"이라고 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