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한국증권금융·하나은행 등기 말소 판결
현 소유자 우리은행은 '선행 확정판결'로 기각
시선RDI "등기 무효 판단된 적 없다" 항소
[땅집고]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의 4000억원대 빌딩 '에이프로스퀘어'(옛 바로세움3차)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2심으로 넘어갔다. 옛 시행사 시선RDI가 한국증권금융·하나은행 명의의 소유권 이전 등기 말소 판결을 받아낸 이후, 현재 등기상 소유자인 우리은행에 대한 청구 기각에 대해 항소하면서다.
☞관련 기사 : '시행사에 등기 이전하라' 판결…4000억 강남 빌딩 소유권분쟁 새국면
☞관련 기사 : 주인 3번 바뀐 4000억대 강남 빌딩, 옛 시행사등장해 "내가 주인" 소송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선RDI는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8부(재판장 신용무)가 "동일한 쟁점을 다룬 선행 판결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됐다"며 우리은행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를 기각한 데 대해 항소장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앞서 지난 9월 10일 한국증권금융 명의의 2014년 소유권이전등기와 하나은행 명의의 2019년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1년 신탁·소유권이전 등기는 소유자의 의사에 반해 처분권한 없는 자에 의해 이뤄졌으므로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후행 등기 또한 무효”라고 밝혔다. 1심 재판에서 두 은행은 답변서를 내지 않았고 변론기일에도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대방 주장을 다투지 않으면 인정한 것으로 보는 민사소송법 150조의 '자백간주' 규정을 적용했다.
그러나 현재 빌딩 소유자인 우리은행에 대한 등기 말소 이행 청구는 기각됐다. 재판부가 "동일한 쟁점을 다룬 선행 판결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됐다"며 확정판결의 기판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22년 4월 제이알투자운용이 빌딩을 사들일 때 수탁사로 등기됐다.
항소심에서는 이 '선행 판결'이 2011년 최초 소유권보존등기 원인무효를 판단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시선RDI가 2021년 두산에너빌리티·우리은행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2021가합1495)과 그 추가재판(1495-1)에서 원고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를 근거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선행 소송에서 모두 시선RDI가 소유자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우리은행 소유권도 인정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시선RDI는 손해배상 본안 소송과 추가재판 모두에서 원인무효 등기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판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김대근 시선RDI 대표는 "선행 판결은 원고가 소유자가 아니라는 판단만 했을 뿐, 원인무효 등기에 대해서는 한 줄도 판단하지 않았다"고 했다.
시선RDI는 선행판결 당시 재판부가 무효 등기임을 입증하는 핵심 증거 240여 건을 목록에서 누락했다고도 주장한다. 이 증거들은 업무시간 이후인 오후 6시 43분에 등기가 접수된 서류, 등기 신청을 여러 차례 각하한 결정문, 등기부와 집합건축물대장의 호실 수가 다르다는 자료 등이다. 시선RDI는 추가 재판 항소심에서 누락이 확인돼 증거를 다시 냈음에도 재판부가 이 증거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2년 전에 무효 등기에 대한 핵심 증거를 누락하고 전혀 판단하지 않으면서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고의로 침해한 것”이라 주장하며 “판결에 대해 재심(판단 누락 등)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위헌·위법한 판결이 기판력이 있다며 지난 9월 우리은행의 등기에 대해 기각한 판결에 대해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두 재판에서 반드시 우리은행의 무효 등기에 대해 판단받겠다”고 밝혔다.
에이프로스퀘어는 서울 지하철 강남역 인근 4000억원대 알짜 빌딩이다. 이 빌딩은 2011년 완공 직후 시선RDI의 채무를 두산중공업이 대위 변제하면서 공매 등의 방식을 통해 2014년, 2019년, 2022년 모두 3차례에 걸쳐 소유자가 바뀌었다. 시선RDI는 그동안 이뤄진 소유권 이전등기가 무효라는 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했지만 모두 패소했다.
하지만 별개 소송에서 지난달 10일 한국증권금융과 하나은행 등 금융기관 명의로 이뤄진 이 빌딩 소유권 이전 등기가 무효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2011년 등기가 시공사 측의 법인인감 무단 사용으로 이뤄져 무효이고, 이에 기초한 2014년·2019년 등기도 무효라는 시선RDI 주장을 두 은행이 다투지 않아 자백간주로 인정됐다. 다만 재판부는 현재 등기상 이 빌딩의 소유자인 우리은행에 대해서는 같은 청구가 있었음에도 ‘동일한 쟁점을 다룬 선행 판결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되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한편 현재 이 빌딩의 실질적 소유주인 제이알투자운용은 빌딩 매각을 추진 중이다. 제이알투자운용은 앞서 땅집고 통화에서 "시선RDI의 주장은 기존 소송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주장"이라며 “재판에서 우리은행(현재 신탁사)에 대한 소유권 이전 등기 청구가 기각된만큼 소유권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