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주공6·7단지 상가 지분 쪼개기 합법화 파장
강남구청 고무줄 행정에 법원도 손들어줘
상가 지분 쪼개기 확산 우려
[땅집고] 강남 한복판 재건축 사업장에서 상가 단 1개 호실의 공유지분이 30여 개의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논란이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상가 소유권과 조합원 자격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두 단지가 하나의 재건축 조합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포주공 6단지 1층 상가의 지분권자들이 개별 조합원 자격을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지분 쪼개기’ 지분권자들이 무더기로 조합원 자격을 얻으면서 기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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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지분권자 31명 조합원 인정…2심도 구청 승소
정비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이달 14일 개포주공 6·7단지 상가 구분소유자 22명이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조합설립변경인가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피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사건의 발단은 개포주공 6단지 상가 1층에서 시작됐다. 이 상가는 외관상으로 보면 중개업소와 인테리어 업소 등 여러 개 호실로 나눠져있으나, 실제 건축물대장을 확인해 보면 점포별 별도 대장 없이 101호 단 1개 호실로 등록돼 있다. 원래 1명의 소유주가 가진 단일 구분건물이었으나, 1991년 특정 개인이 낙찰받은 뒤 경계벽도 없이 임의로 선을 긋고 블라인드와 낮은 칸막이만 친 채 38개 공유지분으로 쪼개어 팔았다. 면적이 제일 작은 지분권자의 경우 평수가 1.5평밖에 안 된다.
도시정비법상 하나의 호실을 여러 명이 공유할 경우 대표자 1명만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강남구청 역시 2020년까지는 “지분권자들은 구분소유자가 아니므로 대표자 1명만 조합원으로 본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하지만 개포주공 6·7단지 통합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상가 동의율(과반수) 확보가 난항을 겪던 와중 상황이 급변했다. 2024년 강남구청은 종전 입장을 뒤집고 상가 지분권자 31명(38개 지분) 모두에게 독립된 상가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단 1표에 불과했던 1층 상가의 의결권이 단숨에 31표로 늘어나면서 상가 동의율 과반수가 충족됐고, 조합설립 인가도 통과됐다. 이 행정처분으로 지분권자들은 아파트 입주권까지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반발한 상가 소유자들은 강남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구청과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유지분권자라 하더라도 객관적·물리적으로 구분되어 있고 바닥 재질이나 색깔, 표지 등으로 경계를 식별할 수 있다면 구조상 독립성을 갖춘 구분소유로 볼 수 있다”며 엄격한 경계벽이 없어도 소유권을 인정했다. 아울러 6단지와 7단지 상가를 별개가 아닌 정비구역 전체의 하나의 동으로 보아 동의율을 산정한 구청의 조치도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이처럼 지분권자들의 손을 들어준 것은 과거의 거래 관행 때문이다.
강남구청 재건축사업과 재건축지원팀 담당 주무관은 “2심 판결 내용에 대해선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합원 인정 여부를 두고 해석이 바뀐 이유에 대해서도 답편을 회피했다.
상가 비대위 측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 상고 추진을 검토 중이다.
◇정비업계 “전국 재건축 지분 쪼개기 기승 부릴 것”
이 같은 판결이 전해지자 정비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쪼개기 지분권자들에게 아파트 입주권이 대량으로 지급되면 그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사업 수입 감소분은 고스란히 기존 아파트 및 상가 조합원들의 추가 분담금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 지연과 권리가액 재산정 과정에서 기존 상가 소유주들의 권리가액이 크게 낮아지며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 사업에서 주택 입주권을 획득하거나 상가 조합원 수를 늘려 상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행해지는 상가 쪼개기는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다. 상가 쪼개기는 재건축 아파트 입주권을 받기 위해 상가 지분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판결이 향후 재건축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분당, 일산 등 본격적인 재건축을 앞둔 1기 신도시 단지 내 상가에서도 임시 칸막이나 바닥 표시만으로 지분을 쪼개 입주권을 노리는 투기 세력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재건축 아파트의 신규 입주권을 노린 상가 지분 쪼개기는 최근 수년간 강남권과 주요 정비사업장을 중심으로 급증하며 재건축 시장의 고질적인 ‘뇌관’으로 떠올랐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훼밀리타운의 경우 2020년 41개였던 상가가 지분 쪼개기를 거치며 110여 개 이상으로 불어났고, 대치동 개포우성3차 역시 13개였던 상가가 70여 개 이상으로 급증하는 등 강남 주요 단지들마다 상가 조합원 수가 2~3배 이상 폭증하는 혼란을 겪었다. 지방에서도 부산의 대표 재건축 단지인 대우마리나 아파트에서 지하상가 점포 1곳이 무려 123실로 잘게 쪼개지는 등 투기 세력들의 입주권 사냥이 극에 달했다.
2024년 1월에는 도정법 개정을 통해 재건축 상가 지분 쪼개기를 금지했다. 상가도 주택처럼 권리산정기준일(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 이후 지분이 분할된 경우 분양권을 받지 못하고 현금 청산하도록 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지자체의 고무줄 행정과 지분 쪼개기 투기에 사법부가 합법성이라는 날개를 달아준 꼴”이라며 “전국 재건축 현장이 상가 지분 쪼개기 투기판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