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서울 대단지 한복판인데 입학생 0명…33년 만에 초등학교 문 닫는다

뉴스 강시온 기자
입력 2026.10.22 14:13 수정 2026.10.22 14:30

강서양천교육지원청, 2028년 3월 통폐합 예고
병설유치원도 폐원 추진
지역별 학령인구 격차 부각

[땅집고] 서울 강서구 등명초등학교 일대 모습. 등명초 인근에는 대단지 아파트와 백화점 등 좋은 인프라를 갖췄지만 입학예정자가 0명이다. /조선DB


[땅집고] 서울 곳곳에서 학생 수 부족으로 통폐합하는 학교들이 나타나고 있다. 학교 통폐합은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2개 이상의 학교를 통합하며 그 중 1개를 폐지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은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있는 등명초교 통폐합을 행정예고했다. 계획대로라면 2028년 3월 1일부터 등명초는 인근 등양초와 등현초에 통폐합되고, 병설유치원은 폐원한다. 1995년 개교한 등촌초는 올해 신입생이 한 명도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 학교 공사나 폐교 결정 등 특별한 사유 없이 정상 운영 중인 서울 초등학교에서 입학생이 0명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현재 전교생은 49명이다.

등촌초 학교 뒤로는 15층 안팎의 아파트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2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를 인근에 두고 수도권 지하철 5호선 발산역까지 걸어서 약 7분 거리다. 주거지와 학원가가 이어진 입지지만, 학교 안 사정은 다르다.

등명초의 학생 수 감소 이유로는 학군 조정 영향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교육지원청은 2024년 12월 등명초 배정 지역을 등양초·등현초와 공동통학구역으로 변경했다.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넓혀 취학률을 높이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등촌동 일대 학생들이 세 학교 가운데 입학할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었던 등명초의 학생 유입이 줄었다. 지난해에는 약 10명이 입학해 한 학급을 꾸렸지만, 올해는 신입생이 한 명도 없었다. 앞서 소규모 학교 지정에 따른 통폐합 논의가 나왔을 때마다 학부모 반대로 무산됐지만, 학생 수 감소세를 되돌리지는 못했다.

[땅집고] 등명초등학교 뒤에 위치한 영구임대아파트 등촌주공 4단지의 모습.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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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바로 옆 걸어서 약 2분 거리에는 등촌주공 3단지가 있다. 인근 3·4단지를 합치면 2000가구가 넘는다. 대규모 주거단지가 가까이 있는데도 신입생이 없는 배경에는 주택 유형과 거주 가구의 특성이 자리 잡고 있다. 등촌주공 4단지는 LH가 공급한 영구임대아파트다. 고령층과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지 규모가 크더라도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가 적으면 학교에 입학할 학생 역시 늘기 어렵다.

박준선 우대빵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등명초 인근에서 30평대 이상 아파트는 등촌대림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어렵다”며 “등촌4단지는 단지 전체가 임대주택으로 구성돼 있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구보다는 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편”이라고 했다. 이어 “중학교 이상 학군을 고려하는 수요자들은 등명초 인근보다는 우장산 일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자녀가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 우장산 쪽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대청초. 학교 뒤로 이 학교 배정 단지인 수서1단지가 보인다. 수서1단지는 SH공사가 소유한 임대 2214가구와 분양 720가구가 섞여 있다. /네이버지도


비슷한 상황은 서울 강남에서도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강남구 대청초는 전교생이 75명에 그치고 입학 예정자가 7명에 불과하자 인근 영희초와의 통폐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학부모 대상 설문조사 등을 거치면서 계획을 중단했다. 학교 통폐합을 둘러싼 갈등은 학생 수 감소뿐 아니라 기존 통학 여건과 학교 공동체를 유지하려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맞물린 결과다.

한편, 학생 수 감소로 통폐합된 서울 지역 학교는 2015년(금천구 홍일초) 이후로 재작년까지 6곳이었다. 내년엔 서울 강서구 경서중도 통폐합될 예정이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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