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붇이슈]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불리한 점은
"신축도 구축도 아닌 집은 위가 막혀 있다"
"개포 리모델링 41평 29억, 옆 신축 33평 38억"
[땅집고] “신축도 구축도 아닌 집은 위(가격 상방)가 막혀 있다.”
최근 네이버 부동산 카페 '부동산 스터디'에 '리모델링 아파트를 권하지 않았던 이유'라는 글이 올라와 주목 받았다. 강남 3구 리모델링 대단지 아파트의 시세가 바로 옆 신축·재건축 단지보다 크게 낮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하며 이유를 분석한 글이다.
필자 '천마도사'는 강남 3구의 한 리모델링 대단지 30평대를 팔고 강남구 재건축 단지 소형 평형으로 옮기려는 지인에게 “잘 파는 것”이라고 조언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리모델링 단지를 깎아내리려는 글이 아니다"라며 "나이와 식구 수, 앞으로 살 날을 고려한 개인 상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리모델링 아파트는 골조가 옛것이라 신축 대접을 못 받고, 이미 한 번 고쳤으니 재건축 기대감도 붙지 않는다"며 "넓은 면적에도 오히려 값이 눌려 있다"고 주장했다.
◇"늘릴 수 있는 집 15%…재건축은 돌려받고 리모델링은 더 낸다"
리모델링이 가지는 장점도 있다. 준공 15년이면 추진할 수 있어 30년을 기다려야 하는 재건축보다 빠르다. 임대주택 의무가 없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적용받지 않으며 기부채납 부담도 가볍다. 거주지를 옮기지 않고 학군과 생활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실거주자에게는 큰 장점이다. 공사 기간도 평균 1년 반~2년 정도로 재건축(약 3년)에 비해 짧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대개 1990년대 중후반에 용적률을 꽉 채워 지어 재건축으로는 더 지을 여지가 없는 곳이다. 리모델링으로 늘릴 수 있는 가구 수는 기존의 15% 이내다. 수직증축은 최대 3개 층, 14층 이하 단지는 2개 층까지만 허용된다. 필자는 "일반분양 물량이 적으니 공사비를 조합원이 거의 다 떠안는다"며 “15%를 모두 늘려도 가구당 1억원 넘는 분담금이 남는다”고 했다.
재건축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필자가 예로 든 강남구의 한 재건축 단지는 500가구에서 약 820가구로 늘어나, 전용 84㎡ 조합원이 같은 평형을 받으면 오히려 3억원 넘게 환급받는 것으로 계산됐다. 필자는 "재건축은 돈을 돌려받는 집이 나오는데, 리모델링은 돈을 더 내는 집이 나온다"고 했다.
◇ 개포·도곡·청담·대치…“더 넓은데 더 싸다”
필자는 강남 주요 지역의 시세를 근거로 제시했다. 리치고 10월 시세 기준 개포동의 리모델링 완공 단지 41평은 29억원 수준이다. 바로 옆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33평은 32억7000만원, '개포자이프레지던스' 33평은 38억2000만원이다.
도곡동에서는 리모델링 완공 단지 40평(26억9000만원)이 40년 넘은 재건축 추진 단지 '도곡우성' 30평(27억1000만원)과 비슷한 값에 형성돼 있다. 필자는 “10평이 큰 집이 낡은 30평 구축과 같은 값을 받는 것”이라며 "재건축 단지는 낡아도 미래 가치를 인정받지만 리모델링 단지에는 그 값이 없다"고 했다.
청담동 리모델링 완공 단지 전용 110㎡는 올해 3월 34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신축 '청담르엘' 전용 84㎡는 2월 54억원에 팔렸다. 면적은 더 넓은데 가격은 20억원 가까이 낮다. 대치동에서도 리모델링 추진 단지 26평의 평당가(9900만원대)가 은마(1억500만원), 한보미도맨션(1억1200만원대)보다 낮다.
다만 예외도 있다고 했다. 분당 정자동의 한 리모델링 대단지는 앞뒤·옆으로 동시에 증축해 이른바 '동굴 구조'를 피했고, 지하 4층까지 파서 주차 대수를 두 배로 늘렸으며 신축동까지 올렸다. 인근 '더샵 분당 하이스트' 84㎡는 지난 9월 최고 29억8100만원에 거래됐다. 필자는 "입지 좋은 대단지를 제대로 고친 리모델링은 충분히 좋은 선택"이라면서도 "같은 자리에 새로 지었다면 훨씬 더 받았을 것"이라고 했다.
◇ "재건축 단지 밀집 지역, 10년 안에 40개 호재 나오는 꼴"
필자는 대안으로 1990년대 초 택지로 한꺼번에 조성된 강남 재건축 밀집 지역을 꼽았다. 10곳 넘는 단지가 정비구역 지정·조합 설립·시공사 선정·관리처분을 차례로 밟으면 10년 안에 40차례 넘는 호재가 나온다는 계산이다. 그는 "재건축은 입주보다 가격이 먼저 움직인다"며 "호재가 몰린 동네는 위로 올라갈 여지가 열려 있다"고 했다.
필자는 "리모델링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라면 위로 갈 자리가 열려 있는지, 하락장에서 가격을 받쳐줄 힘이 있는지 두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