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부동산 지라시' 또 수사의뢰…'주담대 제한 카드' 또 적중하나

뉴스 강시온 기자, 박기홍 기자
입력 2026.10.21 13:45 수정 2026.10.21 13:57

대출금지 지라시에 술렁이는 부동산 시장
정부 부인에도 시장이 안 믿는 이유
집값 88주째 올랐는데 또 규제?

[땅집고]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20일 인터넷 상에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추가로 축소할 것이란 내용의 지라시가 유포하자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수사 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연합뉴스


[땅집고] ‘15억원 이상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전면 금지, 10억원 초과는 2억원, 10억원 이하는 4억원으로 제한.'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정부가 주택 가격 구간별 주담대 한도를 추가로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긴 지라시가 급속도로 퍼졌다. 현행 규제에 따르면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서 주택 가격이 15억원 이하인 경우 주담대 한도는 최대 6억원이다.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원으로 제한된다. 이번 지라시 내용대로라면 대출 한도가 10억원을 기준으로 다시 세분화되고, 15억원 초과 주택은 대출 자체가 전면 막히는 셈이다.

[땅집고] 최근 온라인에서는 '주담대 추가규제 준비중'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확산했다. 해당 게시글에는 주택가격 15억원 이상 주택의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고, 10억원 이상 주택은 2억원, 10억원 이하 주택은 4억원으로 대출한도를 축소한다는 내용이 담겼다./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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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해명 안 믿는 시장… 원인은 반복된 전례

금융당국은 20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수사 의뢰를 진행하고, 유사 사례에도 강력히 대응하겠다”며 해당 소문을 공식적으로 가짜뉴스라고 규정했다. 파장이 커지자 이억원 금융위원장도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 위원장은 같은 날 X(옛 트위터)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수사 의뢰 등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금융당국의 강력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정부 해명글이 올라오면 진짜 대책이 임박했다는 신호”, “이제 정부가 부인한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는 식의 냉소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과거 정부의 ‘말 바꾸기’ 전례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지난해 6·27 대책이 발표되기 하루 전, 한 언론이 “정부가 서울 규제지역을 확대하고 대출도 강화한다”고 보도하자 국토교통부는 즉시 해명자료를 냈다. 당시 국토부는 “정부가 다음 달 초 규제지역을 확대하고 금융·세제 중심의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국토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서울 규제지역 내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강력한 대출 규제 조치를 기습 발표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 발표를 하루 앞둔 10월 14일 오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대책의 상세 내용이 담긴 지라시가 돌았다. 해당 지라시에는 15억 원 이하 주택은 6억 원, 15억 원 초과~25억 원 이하 주택은 4억 원, 25억 원 초과 주택은 2억 원으로 한도를 차등 제한하고 스트레스 금리 하한을 기존 1.5%에서 3%로 상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실제 발표된 정부 대책에는 지라시의 내용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반영됐다.

정부의 부동산·금융 대책 발표 전 지라시들이 매번 현실화되다 보니, 시장에서는 당국의 해명을 신뢰하기보다 지라시를 오히려 '사전 예고'로 받아들이는 기현상이 되풀이되고 있다.

[땅집고] 지난해 6.2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하루 전날 국토교통부가 언론 기사를 반박하는 내용의 보도해명자료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



◇대책 쏟아내도 집값 폭등…피해는 실수요자 몫

시장에서 대출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강력한 대출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현재 서울 아파트값은 88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경기도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12곳 중 11곳은 규제 지정 이후 오히려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됐다. 기존 대책들이 시장에서 먹히지 않자 당국이 대출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하려 한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강력한 대출 규제가 집값을 잡는 정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2·16 부동산 대책에서도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가 전면 금지됐으나, 결과적으로 집값 잡기에는 실패했다.

오히려 고강도 대출 규제는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같은 가격의 집을 사더라도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들면 부족한 자금을 온전히 자기 자본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가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자금 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문턱을 터무니없이 높이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경고한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규제 위주의 정책만 되풀이된다면, 자산 격차 심화와 실수요자의 주거 사다리 단절이라는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kso@chosun.com,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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