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기획-산업 재해 제로(0)의 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설비 보수 중 40대 협력업체 직원 사망
이보룡 대표, 신년사서 "현장 중심 안전 실행체제" 강조
중처법 시행 후 매년, 총 7명 숨져…그룹 안전관리도 도마
[땅집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4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대제철 사업장에서 7번째 사망 사고다. 현대제철에서는 중처법 시행 이후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사망 사고가 발생해, 회사의 총체적 안전 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올해 초 취임한 이보룡 대표는 신년사에서 "현장중심의 안전 실행체제"를 강조한 바 있다.
소방 당국과 현대제철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0시 40분쯤 충남 당진시 송악읍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40대 근로자 A씨가 슬래그(철강 부산물) 처리 설비 안에서 보수 작업을 하다 기계에 끼였다. A씨는 119구급대에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현대제철은 "사고로 숨진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의 말씀을 드린다"며 "관계 당국의 조사에 충실히 임하고 사고 수습 및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은 해당 공정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고, 경찰과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가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절차를 갖추지 않았거나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사망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드러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설비 내부를 정비할 때는 동력을 끊고 다른 사람이 기계를 돌리지 못하게 잠금·표지(LOTO) 조치를 해야 한다. 사고 당시 설비가 완전히 멈춰 있었는지, 남아 있던 동력이 작동했는지, 원청인 현대제철이 협력업체의 작업 계획과 안전 조치를 확인했는지 등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 중처법 시행 후 4년 9개월 새 7명 숨져…협력사 재해율 22% 상승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2022년부터 현대제철 사업장에서는 해마다 사망 사고가 났다. 2022년 3월 2일 당진제철소 냉연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460도의 아연 도금 용기(포트)에 빠져 숨졌고, 사흘 뒤인 3월 5일에는 예산공장에서 20대 하청 근로자가 철골 구조물에 깔려 숨졌다. 2023년 12월에는 당진제철소 원료처리 공정에서 난간 개선 공사를 하던 56세 하청 근로자가 7.5m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2024년 2월 6일 인천공장에서는 폐수 처리 수조를 청소하던 33세 하청 근로자가 가스에 중독돼 숨지고 6명이 다쳤다. 그해 12월 12일 당진제철소에서는 부생가스 배관의 가스 누출을 혼자 점검하던 50대 직원이 질식해 숨졌다. 2025년 3월 14일에는 포항 1공장에서 20대 계약직 직원이 쇳물 찌꺼기를 담는 슬래그 포트에 떨어져 숨졌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 정기 인사에서 현대제철 대표로 선임됐다. 생산본부장 출신으로 30년 넘게 철강 현장에서 일한 엔지니어다. 이 대표는 1월 신년사에서 "전략목표의 달성은 안전경영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안전 마인드를 내재화하고 전사적으로 현장중심의 안전 실행체제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했다. 비전 슬로건으로 '현대제철 One Safety'를 내걸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첫해에 사망 사고가 나면서, 해마다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는 불명예를 이어가게 됐다.
특히 하청 현장의 안전 관리 지표가 나빠진 점이 눈에 띈다. 올해 7월 현대제철이 펴낸 2026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사내 협력사의 근로손실재해빈도율(100만 근무시간당 휴업 재해 건수)은 2.28로 전년(1.87)보다 약 22% 뛰었다. 같은 기간 직영 직원은 2.82에서 2.52로 떨어졌다. 회사는 해마다 재해율을 전년보다 5%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워 두고 있지만, 지난해 전체 재해율은 2.39에서 2.41로 오히려 올랐다. 이 보고서에 집계된 2022~2025년 산재 사망자는 질병 사망을 포함해 12명이다. 위험한 정비·보수 작업이 하청에 몰리는 구조가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 현대차그룹, 중대재해 최다…현대제철이 세번째
현대제철은 2022년 11월 예산공장 하청 근로자 사망 사고로 당시 안동일 대표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법 시행 이후 대기업이 송치된 첫 사례였다.
현대차그룹 차원의 안전 관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2022년~2026년 2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현대차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37건으로 대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많았다. 한화(20건), 포스코(18건), 롯데(16건)보다 크게 많다. 37건 중 29건은 하청업체에서 일어났다. 계열사별로는 현대건설(13건), 현대엔지니어링(8건)에 이어 현대제철(6건)이 세 번째였다. 박 의원은 "대기업이 위험한 업무를 하청에 떠넘기고 이윤만 챙기는 '꼬리 자르기'식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원청의 실질적인 안전보건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h029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