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3명 숨지면 영업이익 최대 5% 과징금
건설업계 "공사 속도 내라면서 브레이크도 같이 밟는 격"
[땅집고] 사업주가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어겨 한 해 노동자 3명 이상이 산업재해로 숨지면 영업이익의 최대 5%를 과징금으로 물리는 제도가 시행된다.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건설업계다. 현장이 많고 사고 위험이 큰 대형 건설사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같은 날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주택 공급 전격전을 펼쳐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때문에 공사가 오히려 더 늘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업이익 5% 과징금에 ‘3진 아웃' 등록말소까지
정부는 20일 오전 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공포안 등 법률공포안 22건과 대통령령안 15건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은 최근 1년간 산재로 근로자 3명 이상이 숨진 경우 사업주에게 영업이익의 5% 범위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했다. 거둔 과징금은 산재보험기금으로 들어가 산재 예방 사업에 쓰인다.
반복되는 산재에 대한 제재도 세졌다. 최근 3년간 산재로 영업정지 처분을 2회 이상 받은 사업주가 다시 영업정지 요청 대상이 되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관계 행정기관에 해당 사업의 등록 말소나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 시행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뒤다.
◇"사고 한 번에 3명"…대형사도 줄줄이 기준선 넘었다
'연간 3명'은 건설업계에선 결코 높은 문턱이 아니다. 대형 현장에선 사고 한 번에 여러 명이 숨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2022년 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던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선 콘크리트 타설 중 구조물이 무너져 근로자 6명이 숨졌다. 지난해 2월 경기 안성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공사 현장에서도 거더가 무너지면서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시공사는 현대엔지니어링이었다. 모두 사고 한 건만으로 과징금 기준을 넘어선 사례다.
사고가 1년 내내 이어지면서 기준을 넘긴 건설사도 많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해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5건 잇따랐다. 결국 고용부가 본사와 전국 현장 62곳을 특별감독했고, 위반 사항 403건을 적발해 과태료 약 7억7000만원을 부과했다. DL이앤씨는 2022년 5명, 2023년 3명이 숨져 2년 연속 기준을 넘었다. 같은 기간 롯데건설(2023년 5명), 대우건설(2022년 3명), 현대건설(2023년 4명 이상)도 연간 3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 지난해에도 대우건설 현장에서 3명이 숨졌다.
과징금 부담도 만만치 않다. 7대 대형 건설사의 영업이익에 5%를 단순 적용하면 과징금은 약 1120억원에 이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이 100곳이 넘는 대형사는 아무리 관리해도 연간 사망자 3명을 장담하기 어렵다"며 "과거 기준이었으면 상위권 건설사 상당수가 해마다 과징금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작업중지 늘고 공기 연장 사유도 추가…”공사 더 늘어진다"
업계가 과징금보다 더 걱정하는 건 공사 지연이다. 개정안은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행사 요건을 완화했다. 산재가 일어날 급박한 위험이 있어 근로자 등이 작업중지를 요구하는 경우를 사업주와 도급인의 작업중지 의무 사유에 넣었다. 고용부 장관의 시정조치 명령을 받은 사업주는 조치를 끝낼 때까지 작업할 수 없다. 건설공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사유에는 폭염과 한파가 추가됐다.
안전 강화라는 취지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현장이 멈추는 일이 잦아지면 공정이 밀리는 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업중지 요구가 들어오면 현장 전체를 세울 수밖에 없고, 한여름·한겨울 공기 연장까지 더해지면 준공 일정은 지금보다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은 "착공·입주 앞당겨라"…엇박자 우려
이 대통령은 같은 국무회의에서 "기존의 관행과 절차에 얽매이지 말고 택지 조성부터 각종 인허가와 착공에 소요되는 기간을 최대한 단축해 공급 전격전을 펼쳐 달라"고 했다. "단순히 몇 채를 짓겠다는 선언이나 발표가 아니라 실제 착공과 입주"가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안전 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장에 대한 경제적 제재는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업계에선 정책이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허가와 착공 기간을 줄여도 정작 공사 단계에서 현장이 수시로 멈추면 입주 시점은 오히려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기가 늘면 인건비와 금융비용이 불어나 공사비 인상 압력도 커진다. 가뜩이나 공사비 갈등으로 멈춰 선 정비사업 현장이 많은 상황에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