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끌어온 대전역세권 개발사업 좌초 기로
6차례 납부 연장에도 잔금 9억원 미납
한화 "공사비 급등·부동산 침체로 사업성 확보 어려워"
[땅집고] 18년간 표류해 온 1조3000억원 규모의 대전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이 결국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사업을 추진해 온 한화건설 컨소시엄이 토지 매입대금 859억원 중 850억원을 납부하고도 잔금 9억원을 끝내 내지 못하면서다.
20일 대전시와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개발사업 시행사인 대전역세권개발PFV는 전날 오후 6시까지 토지 매입대금 잔금 9억원을 납부하지 않았다. 앞서 PFV는 잔금 납부 기한을 6차례 연장했지만 최종 시한마저 지키지 못했다. 이에 따라 토지 소유주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협약 해지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건설 측은 사업성 악화로 잔금을 납부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이날 땅집고에 "최근 몇 년간 급격한 공사비 상승과 지역 부동산 시장의 약세 등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PFV는 잔금을 납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업 중단과 관련한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화 관계자는 "아직 코레일과 협약 해지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라며, “코레일로부터 협약 해지 예정 공문을 받은 이후 PFV 주주사들의 의사결정을 통해 확정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반환 금액과 구체적인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대전역세권 개발사업은 한화 건설부문을 비롯한 여러 기업이 출자해 설립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시행을 맡고 있다.
PFV는 전체 매입대금의 약 99%를 납부한 상태다. 잔금 미납으로 협약이 최종 해지되면 기납부한 금액을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8년 끌어온 1.3조 개발사업…72층 랜드마크도 무산 위기
대전역세권 복합2-1구역 개발사업은 대전 동구 대전역 동광장 일대 2만8391㎡ 부지에 주거·숙박·업무·판매·문화시설 등을 조성하는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이다. 총사업비는 약 1조3000억원으로, 침체한 대전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을 핵심 사업으로 꼽혀 왔다.
사업은 2008년 기본구상안이 마련되면서 시작됐지만 민간사업자를 찾지 못해 세 차례 유찰됐다. 이후 2020년 한화건설 등 9개 회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사업이 본격화했다.
☞AI ×Real Estate, 부동산 개발의 새로운 전략
하지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사비가 급등하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화 측은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개발계획까지 변경했다.
지난해 11월 기존 호텔타워를 주상복합건물로 바꾸고 공동주택 최고 층수를 69층에서 72층으로 높이는 방안을 내놨다. 주거시설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취지였다. 당초 올해 2월 착공해 2031년 준공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지난 4월에는 원자재 가격과 유가·환율 상승, 부동산 경기 위축 등을 이유로 사업성 재검토와 착공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대전시에 전달했다. 결국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착공 일정을 미뤘지만 토지 매입대금조차 완납하지 못한 것이다.
◇사업자 재공모도 난항 전망…대전 원도심 개발 차질
한화건설 컨소시엄과의 협약이 최종 해지되면 대전역세권 개발사업은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 추진을 위해 민간사업자를 다시 선정해야 하는 만큼 착공 일정도 추가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대전시는 사업 규모를 축소하거나 개발 조건을 변경해 새로운 민간사업자를 모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미 주거시설 비중을 높이는 등 사업성을 개선했는데도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은 만큼 새로운 사업자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향후 코레일과 PFV의 협약 해지 여부, 기납부 토지대금 반환 조건 등이 결정되면 사업 재추진 방향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사비 부담과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 /givehyu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