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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뛰어든 '연 16조' 서울 구금고 쟁탈전…신한 제치고 2위 유력

뉴스 한상혁 기자
입력 2026.10.20 06:00

KB국민은행, 송파·강동·중랑구 잇따라 확보
강남3구 첫 입성에 경북·인천까지 전방위 공세
'행장 임기 만료 앞두고 실적 쌓기' 해석도

[땅집고] 서울 용산구의 시중은행 ATM기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는 모습./뉴스1.


[땅집고] 서울 25개 자치구 금고지기 자리를 놓고 은행권이 3파전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사실상 양분해 온 판에 KB국민은행이 공격적으로 뛰어들면서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선정 절차가 반환점을 돈 현재, 100년 넘게 서울 금고를 지켜온 우리은행은 기존 구금고 14곳 가운데 5곳을 경쟁 은행에 내줬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금고가 관리하는 자금은 약 16조원이다. 이들 구금고 계약은 올해 말 일제히 끝난다. 새로 선정된 은행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4년간 각 구청의 일반회계와 특별회계, 기금을 관리한다. 25개 구는 지난달까지 모두 선정 절차에 들어갔고, 이달 중 대부분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서울 구금고는 원래 우리은행의 독무대였다. 우리은행은 2014년까지 25개 자치구 1금고를 모두 맡았다. 2015년 신한은행이 용산구 금고를 가져가면서 독점이 깨졌다. 이번 입찰 전까지는 우리은행 14곳, 신한은행 6곳, 국민은행 5곳 구도였다. 하나은행은 서울 구금고가 한 곳도 없었다.

서울시 한 자치구 고위 관계자는 “원래 서울 자치구 금고는 신한과 우리은행이 거의 다 나눠 먹던 구조였는데, 올해 KB국민은행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KB, 우리은행 텃밭 3곳 연달아 가져가…강남3구 첫 입성

이번 쟁탈전의 최대 승자는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우리은행이 맡고 있던 송파구와 강동구, 중랑구 금고를 잇달아 확보했고, 신한은행이 맡고 있는 강북구 금고도 가져와 총 9곳으로 늘렸다. 송파구에는 두 곳이 제안서를 내 경쟁 입찰로 치러졌다. 송파구의 올해 예산만 약 1조3000억원으로 지방 중소도시 한 곳과 맞먹는다. 국민은행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금고를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은행은 기존에 운영하던 노원구와 도봉구도 지켰다. 동대문구에서는 혼자 응찰해 사실상 자리를 지켰다. 진행 중인 입찰 결과에 따라 국민은행이 신한은행을 제치고 서울 구금고 2위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한은행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한은행은 강남·서초·성동·은평·구로구를 지켰고, 우리은행이 운영하던 강서구 금고를 새로 가져갔다. 우리은행의 종로구와 국민은행의 광진구에도 도전장을 냈다. 지난 5월 51조원 규모 서울시 1·2금고를 모두 지켜낸 신한은행은 시금고와 구금고를 함께 운영하면 세정·전산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하나은행 역시 양천구에서 우리은행을 제치고 서울 구금고를 처음 따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우리은행은 송파·강동·중랑(국민), 강서(신한), 양천(하나) 등 5곳을 잃었다. 올해 서울시금고 재탈환에 실패한 데 이어 구금고에서도 수세에 몰린 셈이다. 연 예산 1조원대인 서대문구와 영등포구 등 우리은행이 맡아 온 구들의 결과가 남아 있어 이탈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

◇"16조 시장 잡아라"…KB, 경북·인천까지 전방위 공세

은행들이 구금고에 매달리는 것은 금고 하나가 다루는 돈이 적지 않아서다. 25개 자치구에서 총 16조, 한 곳 당 평균 대략 6000억원 내외 자금을 운영한다. 금고 은행은 세금 수납과 세입·세출 관리를 맡으면서 대규모 저원가성 예금을 확보할 수 있다. 구청 공무원과 지역 기업, 주민을 상대로 한 영업 기반도 함께 얻는다.

KB의 공세는 서울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연 15조원 규모의 경북도금고에 처음 도전했다. 신한·하나은행의 2파전이던 인천 9개 구 금고 입찰에서도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구에 홀로 제안서를 내 3파전을 만들었다.

이처럼 KB가 유독 공격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경영진 일정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025년 1월 취임한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의 임기는 올해 말 끝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3조8620억원을 올려 4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순이익 증가율은 1.7%에 그쳤고, 신한은행에 1위를 다시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KB금융그룹 회장도 교체되면서 은행장 인선에 세대교체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KB가 4년 뒤 서울시금고 입찰을 겨냥해 자치구에서 공공금고 운영 실적을 미리 쌓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진다. 금고 은행은 거액의 출연금과 협력사업비를 내고 지역 축제·행사까지 후원해야 한다. 금고 자금에 높은 금리를 약속하면 그만큼 이익도 줄어든다. 금고를 따내고도 적자를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은행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자본력이 큰 은행이 협력사업비 경쟁으로 낙찰되는 모습은 불공정 경쟁으로 비칠 수 있다"며 과당경쟁을 경계했다. /sh029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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