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입주 6년 만에 장기수선충당금이 이만큼이나 쌓이다니, 우리 아파트 나름 부자였네요!”
최근 경기 성남시 대장주로 꼽히는 ‘산성역 포레스티아’ 엘리베이터에 입주민 눈길을 끄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 단지 관리사무소장이 2020년 7월 아파트가 첫 입주를 시작한 뒤 6년여 동안 총 4089가구 입주민들이 적립해온 장기수선충당금 현황을 상세하게 공개한 것.
장기수선충당금이란 엘리베이터 교체나 외벽 도색, 배관 교체 등 아파트 주요 시설을 장기 계획에 따라 보수·교체하기 위해 관리비 일부분을 적립해두는 돈을 말한다. 모든 가구가 매달 장기수선충당금을 납부하고 있지만, 관리비 일부에 자동적으로 포함돼있는 항목이라 관심도가 낮은 편이다. 이 때문에 관리사무소가 장기수선충당금을 목적과 다르게 쓰는 경우가 있어 ‘눈 먼 돈’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산성역 포레스티아’는 적립금 전액을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
해당 안내문에 따르면 ‘산성역 포레스티아’ 장기수선충당금은 지난 9월 30일 기준으로 총 26억8274만5549원이다. 올해 7월 이 아파트 84㎡(34평)가 16억원에 실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한 채 값을 뛰어넘는 현금이 쌓여 있는 셈이다.
관리사무소는 장기수선충당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공개했다. 총 4개 계좌로 나눠 예적금 형태로 보관 중이다. A은행에는 정기 적금으로 7억1500여만원과 정기 예금으로 9억7200여만원을, B은행에는 보통 예금으로 2억3500여만원과 정기 예금 7억5800여만원을 예치한 것으로 기재돼있다. 관리사무소는 은행 예금 잔액증명서를 첨부하며 “궁금하신 사항은 문의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 안내문을 접한 네티즌들은 “우리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렇게 공개하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신기하다”, “나름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 아파트인 것 같다”는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달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조인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공동주택 실태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장기수선충당금 관련 위반 행위가 총 3299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위반 유형을 보면 관리사무소가 장기수선충당금을 정해진 용도가 아닌 일반 관리비나 경비 등으로 임의 집행한 ‘목적 외 사용’이 833건(25.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법정 기준에 따른 적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적립 미이행’이 414건(12.5%)이었다. 이 밖에는 ▲허위 회계처리 60건 ▲횡령·유용 2건 ▲기타 관리 기준 위반은 1990건 등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장기수선충당금 관련 비리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준비 중이다. 지난 5월 국토교통부는 관계 부처와 함께 ‘공동주택 관리비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관리비와 장기수선충당금 부당 사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