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 무엇이 문제인가] ①
박준태 의원실, 10대 종투사 전산사고 키움증권 최다
개인 거래대금 비중 1월 56%→8월 37%대로 급감
"IT에 투자" 공언에도 장애 반복…하반기 실적 전망도 하향
[땅집고] 키움증권의 전산 사고 배상액이 최근 3년 내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났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가 IT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공언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전산사고 최다' 증권사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거래대금 점유율은 3년 연속 내리막을 걷고 있고, 개인투자자 이탈 속도도 심상치 않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부터 올해 8월까지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 10곳에서 전산사고가 총 113건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고객 1만9055명이 피해를 봤고, 배상금은 69억8941만원에 달했다. 원인별로는 프로그램 오류가 58건(51.3%)으로 가장 많았고, 외부요인 장애(31.9%), 시스템 장애(15.9%) 순이었다.
이 기간 증권사별 배상금을 보면 키움증권이 13건·38억216만원으로 대형 증권사 중 가장 많았다. 한국투자증권(12억452만원), 삼성증권(8억3987만원), 메리츠증권(5억9377만원)이 뒤를 이었다. 올해만 놓고 보면 한국투자증권이 4건·11억8208만원을 배상해 가장 많았다.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번갈아 '전산사고 단골'로 꼽히는 모양새다.
◇ 작년 4월 이어 올 6월에 대형 사고 ‘만성 리스크’
키움증권의 전산사고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라 누적된 구조적 리스크라는 점이 문제다. 작년 4월 초 키움증권의 MTS·HTS 주문 체결이 한 시간 가까이 지연되는 사고가 이틀 연속으로 발생해 민원이 쏟아졌다. 작년 한해 키움증권 관련 민원은 1만2072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국내 10대 증권사 대상 민원 건수 1만4081건의 85.7%에 달한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작년 9월 IT 부문에 300억원을 긴급 투입하고, 연간 1000억원 수준이던 투자를 올해 450억원, 내년 500억원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투자 발표 이후에도 작년 11월, 올해 3월·6월에 장애가 반복됐다. 올해 6월 16일에도 '영웅문S#' 로그인 오류가 발생해 해외주식 거래에 차질을 빚었다. 이어 6월 29일에는 투자자가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증거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했음에도 전산 처리 지연으로 주식이 강제 처분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당시 일부 피해 고객에게 4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보상안으로 제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 거래대금 점유율 3년 연속 하락…개인 거래 비중도 반 토막
시스템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국내 주식시장 점유율은 2023년 20.58%에서 2024년 19.21%, 2025년 17.96%로 매년 낮아졌고, 올해 상반기엔 15.75%까지 떨어졌다. 지난 6월 한때 일간 기준 점유율이 12.59%까지 밀리며 한국투자증권(16.8%)에 1위를 내주기도 했다.
코스피·코스닥 조정 국면에 개인 투심이 위축된 영향까지 겹쳐 개인투자자 이탈 속도가 가파르다. 개인 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1월 47조2100억원에서 8월 23조8200억원으로 49.6% 줄었고,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6.2%에서 37.5%로 낮아졌다. 특히 키움증권은 상반기 수수료수익의 72.1%, 영업이익의 61.9%를 리테일·브로커리지에 의존하고 있어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상상인증권은 키움증권의 하반기 순영업수익과 영업이익을 각각 1조4800억원, 9550억원으로, 상반기보다 13.7%·22.1% 낮게 전망했다.
◇ “박리다매 식 수수료 수입, 전산 사고에 더 취약”
키움증권은 올해 2분기에도 영업이익 7890억원(전년比 93%↑)을 올리며 ‘1조클럽'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수수료율이 경쟁사보다 낮다는 한계점이 꾸준히 지적된다. 실제 한 증권사 추정에 따르면 키움증권의 평균 거래수수료율(0.017%)은 한국투자증권(0.029%)의 절반 수준이고, 미래에셋(0.041%)·삼성(0.054%)·NH투자(0.055%)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동안 키움증권이 개인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트레이딩시스템인 ‘영웅문’ 시리즈의 편의성과 업계 최저 수준의 거래 수수수료 덕분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거래량에 비해 시스템 인프라 확충이 미흡해 고질적이고 반복적인 전산장애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비대면 채널 중심의 회사 특성상 시스템 안정성이 떨어지면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국내 개인투자자 거래를 상징하는 증권사인데도 전산 사고가 반복되며 점유율을 스스로 깎아먹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준태 의원은 “증권사 전산사고는 단순 시스템 오류를 넘어 자본시장 안정성과 신뢰성을 저해하는 문제”라며 “금융당국과 업계는 사전 예방과 IT 인프라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sh0293@chosun.com